서울의 빌라 밀집지역. 뉴시스 |
[파이낸셜뉴스] 정부의 규제로 서민 주거 사다리인 빌라(다세대·연립) 세입자들이 갈수록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다. '9·7 대책'에서 주택 매매·임대사업자의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 0%로 제한된 이후 법원경매 시장에서 보증금을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강남 집값 잡으려다 빌라 시장만 초토화 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4일 지지옥션에 따르면 수도권에서 주택 매매·임대사업자의 'LTV=0%' 대책 시행 이후 빌라 낙찰가율·낙찰률·응찰자 등 3대 지표가 일제히 하락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8일부터 수도권 내 주택을 담보로 한 주택 매매·임대사업자의 주담대를 원천 차단했다. 경락자금 대출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수도권 빌라 낙찰가율은 8월 75.70%에서 9월 69.50%로 하락하며 70%대가 무너졌다. 이뿐만이 아니다. 응찰자도 올 1~8월에는 평균 3.75명이었으나 9월에는 2.89명으로 추락했다.
낙찰률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8월 26.90%에서 9월에는 25.20%로 하락하는 등 9월 들어 빌라 법원경매 각종 지표가 일제히 하락한 것이다. 이주현 지지옥션 전문위원은 "임대사업자 대출이 아예 차단되면서 9월 법원경매 빌라 지표가 동시에 추락했다"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빌라 세입자들도 고통이 커지고 있다. 한 세입자는 "주택담보대출을 아예 받을 수 없게 되면서 법원경매에서 세입자들이 보증금을 제대로 돌려받지 못하는 불상사가 나타나고 있다"며 "한 푼도 못 받고 길거리로 쫓겨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빌라의 경우 주택 매매 및 임대사업자들이 주로 낙찰 받는다. 그런데 대출이 아예 막히면서 유찰을 거듭하거나 터무니 없는 가격에 팔리면서 세입자들이 보증금을 제대로 돌려받지 못하는 것이다. 이 세입자는 "제발 국토교통부에 이 같은 사연을 알려 달라"고 호소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빌라 '셀프낙찰'을 감안하면 빌라 경매시장은 더 초토화 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HUG는 지난해 5월부터 채권보전과 '든든전세주택' 활용 등을 목적으로 직접 낙찰을 받고 있다.
HUG의 수도권 빌라 셀프 낙찰건수를 보면 지난 9월에만 51건이다. 2024년 5월부터 올 9월까지 빌라 셀프 낙찰은 총 1205건에 이른다. 이 전문위원은 "HUG 셀프 낙찰 비중이 극히 일부지만 전반적으로 낙찰가율과 낙찰률을 끌어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전세사기 여파가 진행 중인 빌라 시장은 잇단 대책으로 집주인은 물론 세입자도 고사상태에 몰리고 있다. 앞서 보증한도를 공시가격의 140%까지만 인정해주고 담보인정비율을 90%로 낮추는 일명 '126% 룰'이 전 보증기관에 적용되고 있다. 이어 담보인정비율을 70%로 낮추는 것을 고려 중이다. 이렇게 되면 계약 만료 시 임대인이 추가로 보증금을 낮춰야 되고, 그만큼 급전을 마련해야 한다. 전세대출 규제도 잇따라 도입 되면서 빌라 시장에도 불통이 뛰고 있는 상황이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강남 집값을 잡으려는 여러 조치가 빌라 시장을 더욱 위태롭게 만들고 있다"며 "전세사기 여파를 떠나 정부의 각종 규제가 빌라 시장을 더욱 고사 위기로 몰아 넣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빌라 시장은 실수요만으로 절대 살아날 수 없는 상황이다"고 강조했다.
ljb@fnnews.com 이종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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