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시각예술 듀오인 플라스티크 판타스티크가 다대포 해변가에 만든 설치 작품 ‘폴리미터’. 현지에서 나는 다시마로 만든 덩어리 조형물을 투명한 폴리우레탄 막이 감싼 얼개를 통해 바다 생태계를 파괴하는 미세 플라스틱류의 위험을 표현했다. 노형석 기자 |
아득하게 높은 하늘 위로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간다. 황금빛을 내뿜다가 주홍빛, 보랏빛, 푸른빛으로 바뀌는 해거름과 해넘이의 하늘 풍경이 펼쳐진다. 인간은 흉내 낼 수 없는 장대한 화폭이다.
낙동강과 남해가 만나는 부산 서남쪽 끝 다대포의 몰운대 근처에서 이 황홀한 노을 풍경을 본다. 그냥 보는 것이 아니라 투명한 비닐막으로 싼 돔 구체를 통해 바라보는 체험을 하게 된다. 합성수지인 투명 폴리우레탄으로 만든 구체가 부산에서 나는 다시마를 뭉쳐 만든 덩어리를 싸고 있는 기묘한 조형물이다. 이탈리아 작가 마르코 카네바치와 양예나 작가가 합심해 꾸린 작가 듀오 플라스티크 판타스티크가 공들여 만든 ‘폴리미터’란 작품이다. 세월이 흐르면 썩어서 사라질 생명체 다시마와 영원히 썩지 않는 플라스틱 재질의 돔이 뒤얽힌 디스토피아적 작품이지만, 환상적으로 변하는 대자연의 노을빛이 이런 부조화마저 녹여버리는 놀라운 모순을 목도하게 된다.
이 작품은 부산비엔날레 조직위원회가 격년제로 여는 바다미술제 2025의 출품작이다. ‘물 위를 걷는 물결들’이란 주제 아래 김금화 기획자와 스위스 기획자 베르나 피나가 공동 감독을 맡아 17개국 23 작가(38명)의 작품들을 다대포 해변 일대에 부려놓았다. 강과 바다, 썰물과 밀물, 빛과 어둠, 인공과 자연의 대비되는 요소들 사이에서 오고 가는, 보이지 않는 기운의 흐름과 충돌, 조화 등을 다기한 조형물들을 통해 이야기한다.
다대포 몰운대 바닷가 바위에서 실제 파도 소리와 함께 보고 들을 수 있는 마르코 바로티의 스피커 설치 작품 ‘표류하는 소리’(2025). 노형석 기자 |
다대포해수욕장, 고우니생태길, 몰운대 해안산책로, 옛 다대소각장 등에 조형물과 평면설치, 사운드아트, 영상물 등 46점이 흩어져 있다. 해변 동쪽 끝의 몰운대 바닷가부터 관람을 시작하는 것이 좋다. 해변 바위에서 실제 파도 소리와 함께 보고 들을 수 있는 마르코 바로티의 스피커 설치 작품 ‘표류하는 소리’(2025)를 만나게 된다. 작가가 다대포 바닷속에 들어가 직접 포착한 수중 생물들의 신비스러운 소리와 다대포 지역 어민들의 전통적인 노동요 ‘후리소리’를 엮어 뿔 모양 스피커로 들려준다.
해변 바위 곳곳에 눈에 잘 띄지 않는 해마 형상의 작품을 놓아 인간과 비인간이 자연 속에 녹아드는, 독일 작가 하이케 카비쉬의 하이브리드 조형물, 1500여년 전 다대포 일대 바다를 누볐을 고대 국가 가야의 문화와 교류상을 등대와 알 모양의 황금빛 조형물로 색다르게 상상하며 표현한 김상돈 작가의 ‘알 그리고 등대’, 낙동강 시원인 강원도 태백부터 을숙도 하구까지 인근 생태계의 씨앗과 식물종 등을 채집해 엮으면서 굴려 구 모양 조형물을 만든 오미자 작가의 작품 등이 이어진다.
오후 5~6시 해 질 녘 석양을 받으며 강과 바다가 만나는 해변의 작품들을 만나보는 산책을 권한다. 하늘과 바다의 접점에서 산책 나온 사람들이 작품과 일체가 되는 광경이 펼쳐진다. 11월2일까지.
부산/글·사진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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