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 항에 한 컨테이너 선박이 입항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
미국이 14일부터 미국 항만을 찾는 중국 선박에 입항료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이는 중국의 조선·해운 사업을 견제하고 미국산 선박 건조를 장려한다는 목표 하에 지난 4월 미국무역대표부(USTR)가 발표한 ‘중국 운항 선박 입항료 정책’ 시행에 따른 조치다.
미국무역대표부는 중국 소유 해운사가 운영하거나 소유한 선박에 톤당 50달러(약 7만1000원) 입항료를 징수하고, 매년 수수료를 올려 최종적으로 2028년 이후엔 톤당 140달러까지 인상하기로 했다. 중국 외 국가의 해운사라도, 중국에서 건조된 선박을 이용시엔 톤당 18달러(약 2만6000원)의 입항료를 내야 한다. 입항료는 미국 항만에 각각 입항할 때마다 누적해 적용되며, 선박 1척당 연간 최대 5회까지 부과할 수 있다.
자동차운반선(PCTI)의 경우, 중국 뿐 아니라 외국에서 건조한 모든 자동차운반선에 입항료를 톤당 46달러(약 6만6000원) 부과한다. 한국에서는 현대자동차그룹의 계열사인 현대글로비스가 자동차운반선을 운용하고 있는데, 예컨대 1만9000톤 규모(7000 CEU)의 한국산 자동차운반선이 미국 항구를 한번 들를 때마다 87만4000달러(약12억4720만원) 수수료가 부과되는 셈이다.
반면 미국 기업이 소유한 선박은 입항료를 면제한다. 또 중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의 해운사가 미국산 선박을 주문해 인도받는 경우 같은 크기 이하의 외국산 선박에 대해서 입항료를 최대 3년 유예해 주기로 했다. 미국무역대표부는 지난해 4월 미국 5개 노동조합의 청원으로 ‘무역법301조’에 따른 중국의 해양·물류·조선 산업 조사를 시작했으며 지난 1월 중국이 불공정한 경쟁으로 미국에 피해를 주고 있다는 결론을 내리고 이같은 입항료 정책을 제안했다.
미국 싱크탱크인 미국전략국제연구소(CSIS)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상업용 조선 산업에서 세계 시장의 53%를 점유하고 있으며, 미국은 0.1%에 그쳤다. 2024년 하반기에 전세계 신규 발주량의 75%를 중국 조선소가 따냈다.
세계 조선 산업에서 미국 조선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0.1%에 불과하다. CSIS 갈무리. |
그동안 중국산 선박을 구매해 온 세계 여러 해운사들은 미국이 부과하는 입항료를 피하기 위해 선박 항로를 재배치하는 작업에 나섰다. 일단 해운사들은 당장 입항료 부과를 이유로 고객사들에게 운송 요금을 인상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요금 인상도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고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는 보도했다. 케이토연구소의 콜린 그래보우 부사장은 “비효율성 때문에, 수수료 때문에 결국 비용은 증가할 수 밖에 없다. 관건은 그게 ‘언제’냐는 것일 뿐”이라고 우려했다.
중국도 4월 예고된 미국의 조치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전략으로 마찬가지 입항 수수료를 미국산 선박에 부과하기로 하면서 미-중 간의 조선·해운업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관련 기사 보기: 중국 ‘미 입항 수수료’ 맞불…미국 선박에 톤당 약 8만원 부과 )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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