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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심상찮은 환율, ‘3500억달러 투자’ 불안 해소해야

헤럴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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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장중 1430원을 넘어서자 외환당국이 “시장의 쏠림을 경계한다”며 1년 6개월 만에 구두개입에 나섰다. 지난해 4월 중순 중동 정세 긴장으로 환율이 1400원 부근까지 오른 이후 처음이다. 이후 환율은 1420원대를 유지하고 있지만, 불안정한 흐름은 여전하다.

환율 급등 배경에는 미·중 무역전쟁과 한미 관세협상의 불확실성이 자리한다. 중국의 희토류 수출 제한에 미국이 100% 대중 관세로 맞서면서 통상 리스크가 커졌고, 위험 회피 심리가 확산되며 원화 가치가 급락했다. 여기에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증시 순매도까지 겹쳐 환율 상승 압력이 커진 것이다. 문제는 원화 가치 절하 폭과 변동성이 국제금융시장 흐름에 비해 과도하다는 점이다. 최근 5개월 반 동안 원화 가치는 달러 대비 1.71% 하락했다. 같은 기간 유로화(1.64%), 파운드(1.04%), 스위스프랑(1.28%) 등이 달러 대비 오히려 가치를 유지하거나 상승한 것과 대비된다. 일본 엔화(-0.77%)와 캐나다 달러(-1.02%)보다도 원화 약세 폭이 컸다. 글로벌 위험 회피 심리에 취약한 게 드러난 셈이다.

무엇보다 한미 통상협상이 ‘3500억달러 투자’를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장기화하는 게 불안을 키우는 요소다. 미국은 일본처럼 현금 일시 지급을 요구하고 있지만, 우리 외환시장 여력은 이를 감당하기 어렵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국회에서 “1년간 사용할 수 있는 외환보유고는 최대 150억∼200억달러”라며 단기적 대규모 현금 투자에는 한계가 있음을 분명히 했다. 현재 외환보유액이 4100억달러 수준으로 겉보기엔 충분하지만, 단기 외채와 기업 해외 결제 수요를 고려하면 실제 투입 가능한 규모는 제한적이다. 단기간 대규모 해외투자가 겹칠 경우 외환시장 유동성 압박, 환율 변동성 확대, 수입물가 상승, 외국인 자금 유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충분한 규모의 통화스와프 확보가 선결돼야 한다. 그래야 투자도 가능하고 달러를 언제든 확보할 수 있다는 신뢰를 줘 안정화를 꾀할 수 있다. 투자 집행과 회수 구조도 합리적으로 합의해 시장 불안을 잠재워야 한다. 원화 약세와 높은 변동성은 한국 경제 체력이 그만큼 취약하다는 뜻이다. 올 들어 줄곧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에서 움직이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0~1%대 낮은 성장률과 고령화, 복지 지출 증가, 민간 투자 위축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외환 충격에 쉽게 휘둘리는 구조가 강화되고 있는 것이다. 단기적으로 미·중 무역전쟁과 한미 통상협상에 기민하게 대응해야 하지만, 근본적 구조개혁 없이는 불안정한 흐름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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