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이집트에서 열린 가자지구 평화 정상회의에서 미소를 짓고 있다. [AP] |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가자지구 평화를 직접 챙기겠다며 13일(현지시간) 중동을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이 중재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과 잔여 인질 석방을 “역사적 성취”로 내세우며 자신의 역할을 부각하는 데 분주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이집트에서 열린 ‘가자지구 평화를 위한 정상회의’에서 “우리는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했던 일을 해냈다. 드디어 중동에 평화를 가져왔다”고 선언했다.
그는 “오늘 밤 우리가 축하하기 위해 모인 이 중대한 돌파구는 가자 전쟁의 종식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신의 도움으로, 이는 아름다운 중동 전체를 위한 새로운 시작이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 합의문 서명을 위해 열린 이번 정상회의에는 중재국인 이집트와 카타르를 비롯해 튀르키예, 요르단,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영국,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등 유럽과 중동의 30여 개국 정상이 참석했다. 회의는 트럼프 대통령과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이 공동 주재했지만, 실상은 트럼프 대통령의 독무대나 다름없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이집트에서 열린 가자지구 평화 정상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AP] |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행사를 “세계에서 가장 위대하고 강력하며 부유한 지도자들이 한자리에 모인 자리”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휴전 합의문 서명 전 각국 정상들과 20분 넘게 악수하며 기념촬영을 이어갔다. 이후 연단에 올라 마치 출석을 부르듯 각국 정상의 이름을 일일이 호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설하는 동안 여러 정상들이 그의 뒤에 줄지어 서 있었고 “그들이 왜 서 있기로 했는지 모르겠지만, (연설을) 짧게 하겠다”고 농담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자신이 중재한 이스라엘-하마스 휴전이 역대 “가장 위대한 합의”라며 거듭 강조했다. 각국 정상의 환대와 언론의 집중 조명에 들뜬 그는 평소 “가짜뉴스”라고 비난해온 언론에도 이례적으로 호의적이었다.
“이번 합의를 공정하게 다뤄준 언론에 감사한다. 비행기에서 여러 뉴스 방송을 봤는데 모두 공정했고, 모두 이 합의의 위대함을 이야기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13일(현지시간) 하마스에서 석방된 인질들이이스라엘 병원에 도착하면서 이스라엘 국민들이 국기를 들고 환호하고 있다. [AP] |
트럼프 대통령은 이집트에 앞서 방문한 이스라엘에서도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그가 이스라엘 의회에 입장하자 환호와 기립박수가 쏟아졌고, 의원들은 그의 이름을 연호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 대통령, 특히 국내에서 분열을 조장해온 트럼프 대통령이 해외에서 이처럼 환대를 받는 경우는 드물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이스라엘의 찬사를 즐겼다”고 전했다.
그러나 그의 낙관적 발언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휴전 합의를 충실히 이행할지에 대한 불안감은 여전하다.
블룸버그통신은 “휴전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회의론이 크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이스라엘 의회 연설 직후 이스라엘 카츠 국방장관이 “하마스가 사망한 인질 전원의 유해를 이날까지 송환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하마스는 합의 발표 후 72시간 내 모든 인질을 석방하기로 했지만, CNN에 따르면 숨진 인질 28명 중 4명의 시신만 돌려보냈으며 나머지 유해는 행방이 불분명하다고 전했다.
NYT는 또 “트럼프 대통령이 가자 재건이나 팔레스타인인의 미래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고, 자신이 제시한 가자 평화 구상의 실행 방안에 대한 공개 논의도 거의 없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부유한 아랍국가들과 유럽 정부가 ‘국제 안정화 기금’을 구성해 재건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점뿐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중동 순방에서 가자 휴전 합의를 대대적으로 내세운 배경에는, 국내적으로 정부 일시적 업무정지(셧다운) 사태 등으로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외교적 성과를 부각시켜 국정 동력을 확보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미국은 의회의 예산안 처리 지연으로 연방정부 일부 기능이 중단된 지 2주 가까이 됐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 모두 강경 대치를 이어가며 뚜렷한 해법이 보이지 않고 있다.
다만 이번 가자 휴전 합의에 대해서는 민주당 측에서도 긍정적인 평가가 우세하다. CNN에 따르면 과거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맞붙었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카멀라 해리스 전 부통령 역시 “트럼프 행정부가 가자 휴전에 기여했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한 올해 숙원인 노벨평화상 수상에는 실패했지만, 이번 가자 휴전 합의로 국제사회의 평가를 끌어올려 내년 수상을 노리는 것으로 보인다.
이날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초청으로 연단에 오른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은 가장 훌륭한 후보”라며 “그를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의 방문을 규탄하는 소규모 시위도 곳곳에서 벌어졌다. 팔레스타인계와 이스라엘 의원 두 명이 크네세트 본회의장에서 “팔레스타인 국가를 인정하라”는 피켓을 들고 항의하다 제지당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보고 “매우 효율적이군요”라고 짧게 말하며 입술을 다물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