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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서울시 핵 벙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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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알프스엔 ‘샬레’(목동들의 오두막)만 있는 게 아니다. ‘지하 벙커의 나라’라고 알려져 있을 정도로 곳곳에 동굴을 파고 구축된 벙커가 30만개가 넘는다. 세계 최고 수준이다. 세상이 끝나는 날이 와도 이 벙커 안에서 일상생활이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스위스가 지하 벙커 건설에 집착한 것은 1, 2차 세계대전과 냉전 시대를 거치며 핵전쟁의 위협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였다. 약소국의 비애이기도 했다.

냉전 시대 유물인 핵 벙커가 관광지로 탈바꿈한 경우도 있다. 체코 브르노에 있는 ‘10-Z’도 그중 하나다. 10-Z는 원래 2차대전 당시 독일 나치에 의해 건설된 지하 방공호였다. 나치는 미국과 소련의 폭격을 피할 장소로 이곳을 택했다. 1959년 10-Z라는 코드명의 낙진 대피소로 개조됐다. 벙커 길이는 총 600m에 달하며, 1500㎡ 공간에 65개의 방이 건설됐다. 1993년 체코와 슬로바키아가 분리될 때까지 극비에 부쳐졌다. 2014년 정비를 거쳐 민간에 공개된 뒤에는 핵 벙커 체험상품으로 전 세계에 판매되고 있다.

서울 시내에 있는 한국군 ‘B1 벙커’는 유사시 전쟁지휘부 역할을 수행한다. B1 벙커보다 더 견고한 핵 벙커는 2017년 건설된 주한미군 캠프 험프리스 기지 내 ‘CC 평택’이다. 이들 벙커는 모두 군사용이다. 북한이 25㏏ 위력의 핵무기로 서울을 공격할 경우 사상자가 10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 장사정포 등 재래식 무기로도 엄청난 피해를 볼 수 있다. 일부를 제외하곤 민간인은 이런 재앙을 피하기 어렵다.

서울시가 송파구에 조성 중인 공공주택 지하에 핵과 화생방 대피 시설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13일 밝혔다. 이 대피 시설은 연면적 2147㎡로 최대 1020명을 수용할 수 있다고 한다. 핵·화생방 공격 시 14일간 생존이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지방자치단체가 공공주택 단지 지하에 독자적으로 핵 방호 능력을 갖춘 민방위 시설을 짓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마침 북한이 지난 10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포함한 다양한 미사일을 선보이며 핵 무력을 과시했다. 서울시가 짓는 핵 벙커가 북한의 핵 위협에 맞서 심리적 안정과 위안을 줄 수 있을까.

박병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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