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하필 그 앤더슨이 팀의 가장 중요한 농사를 앞두고 아팠다. 정규시즌 3위가 확정되는 순간 1군 엔트리에서 빠지며 포스트시즌 등판을 준비한 앤더슨은 당초 당연히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 등판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준비 과정에서 장염을 앓았다. 제대로 먹지 못했고, 체중이 3㎏이나 빠졌다. 제대로 공을 던지지 못했고, 결국 1차전 등판이 무산됐다.
7일부터 음식을 정상적으로 섭취하고, 이후 몸을 추슬러 다시 공을 던졌다. 하지만 1차전과 2차전 등판은 무리라는 판단을 했다. 불펜 피칭도 필요했다. 다만 3차전은 정상적인 컨디션에서 등판할 수 있을 것이라 예상했고, 실제 SSG는 2차전 선발로 김건우를 내세운 가운데 앤더슨을 3차전에 등판시켰다. 시리즈 전적 1승1패에서 3차전의 중요성은 두말할 필요가 없었다. 앤더슨은 그런 SSG가 가장 믿는 카드였다.
그러나 역시 정상적인 컨디션이 아니었다. 육안으로 봐도 공을 제대로 때리지 못하는 모습이 보였다. 앤더슨은 공을 앞으로 쭉 끌고 나오며 순간적으로 힘을 폭발시키는 선수다. 그 패스트볼이 일직선으로 레이저처럼 상대 눈높이를 흔든다. 그래서 위력적이다. 하지만 이날은 허리를 앞으로 숙이는 것이 어려워보였다. 당연히 자기 공을 때리기 어려웠다.
패스트볼 구속이 잘 나오지 않는 것을 느낀 앤더슨은 결국 변화구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결정구가 상당수 변화구였다. 140㎞대 중·후반의 패스트볼로는 승부가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그래도 클래스가 있는지 2회까지는 그 커브와 변화구를 앞세워 잘 버텼다. 리그 최고의 파이어볼러가 손장난에 의존하는 변화구 투수로 변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삼성 타선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존으로 들어오는 변화구에 조금씩 타이밍을 맞혔고, 결국 3회 강민호와 류지혁이 안타를 치며 돌파구를 찾았다. 여기서 앤더슨을 돕지 못한 장면도 나왔다. 2사 1,3루에서 김성윤의 타구가 빗맞았다. 하지만 앤더슨이 잡기에는 역부족이었고, 앤더슨 옆을 빠져 나가 2루수 안상현 방향으로 굴렀다. 안상현이 대시를 해 1루로 던졌지만 악송구가 나오며 두 명의 주자가 모두 홈을 밟았다. 김성윤의 빠른 발을 의식한 나머지 급하게 플레이를 하다 최악의 결과가 나왔다.
이숭용 SSG 감독은 이날 앤더슨의 구속 저하가 장염 여파는 아니라고 말했다. 이 감독은 경기 후 “문제가 있다기보다는 아무래도 1회 40분 정도 쉬면서 밸런스가 깨진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앤더슨이 1회 선두 타자 김지찬을 상대할 때 갑자기 비가 많이 내려 경기가 중단된 바 있었다. 37분간 경기가 중단됐다. 꽤 오래 쉬면서 자기 밸런스를 유지하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이 감독은 “문제는 없는데 밸런스가 깨지니 직구 스피드를 때리질 못하더라”면서 “불펜 피칭을 할 때는 구속에 아무 문제가 없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비가 오기 전에도 앤더슨의 구속은 148~150㎞ 정도에 머물렀다. 정상 컨디션의 앤더슨은 1회부터 150㎞대 초·중반, 즉 152~154㎞ 정도는 때려줘야 정상이다. 투구 폼이나 밸런스, 구속 모두 앤더슨이 정상이 아님을 보여주고 있었다. 장염 여파에 비까지 겹치면서 최악의 하루가 만들어진 것이다. 만약 SSG가 탈락한다면, 이 장염 여파는 두고두고 회자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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