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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대통령 유죄 판결, 왜 빨리 했나” 與 압박에... 대법원 “근거 없는 공격 지양해달라”

조선일보 이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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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쪽 답변서 내며 조목조목 반박
대법원이 지난 5월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사건 상고심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것을 두고 여권이 ‘대선 개입’이라며 압박 수위를 높이자 대법원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사법권 독립이 훼손되지 않도록 근거 없는 공격을 지양해달라”고 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대법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눈을 감고 있다. /뉴스1

조희대 대법원장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대법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눈을 감고 있다. /뉴스1


대법원은 전날 법사위에 제출한 88쪽 분량의 ‘대법원 현안 관련 긴급 서면질의에 대한 답변’에서 “대법원장이 외부 세력과 공모해 대통령 선거에 개입하기 위한 정치적 의도로 심리와 판결을 했다는 주장은 아무런 합리적 근거가 없는 정치적 공격에 불과하다”며 이렇게 밝혔다.

이 대통령 사건을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결론 낸 것에 대해 대법원은 “사건의 특수성과 집중심리주의 원칙, 선거범죄 재판의 신속한 처리를 요구하는 공직선거법 취지에 따라 대법관 대다수 공감대 아래 신속하고 충실한 심리를 거쳐 결론에 이른 것”이라고 했다.

◇대법 “전합 심리가 원칙... 李 사건, 대법관 전원이 검토”

이는 국민의힘을 제외한 여권 법사위원들이 사전에 보낸 총 87개의 질의에 대한 답변이다. 첫 질문은 ‘해당 사건(이 대통령 선거법 위반)의 전원합의체 회부는 언제, 어떤 사유와 절차에 따라 이뤄졌느냐’였다. 대법원은 “상고 사건 접수 직후부터 대법원장 및 대법관들이 논의를 거쳐 곧바로 전합에서 심리를 했다”며 “대법원은 전원합의가 원칙적 심리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대법원에 부(部)를 둘 수 있다’는 헌법 규정에 따라 소부를 운영할 수 있도록 한 것이지, 소부를 거쳐 전합에 올려보내는 것이 정해진 순서는 아니라는 얘기다.

‘법원조직법과 대법원 전합 심리 절차 내규에서 이번 전합 회부 요건은 어떤 조항인지 밝혀달라’는 질의에도 대법원은 “전합 회부 요건이나 절차는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다. 다만 “이 대통령 사건은 ‘대법원 전합 심리절차에 관한 내규’상 ‘중대한 공공의 이해관계와 관련되거나 국민적 관심도가 매우 높은 사건’에 해당한다”며 “국정원 댓글 사건이나 국정 농단 사건 등 신속처리가 필요한 주요 사건이나 사회적 중요도가 큰 사건에서 소부 심리를 거치지 않고 전합 심리를 진행한 사례가 다수 있다”고 했다.

3월 28일 사건이 접수됐을 때부터 바로 모든 대법관들이 기록을 보기 시작했다는 것에 대해 여권 법사위원들은 ‘권한 없는 법관들이 검토하는 것으로 불법적인 사전심리가 아니냐’고 하기도 했다. 대법원은 이에 “소부에 사건 배당이 되기 전에 다른 대법관이 기록을 열람하고 검토하는 것은 위법하다고 볼 수 없고 오히려 대법원의 원칙적인 심리방식이 구현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답했다.


실제 모든 대법관은 주심 대법관 배정이나 소부 배당 전후를 불문하고 모든 사건의 기록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이 있고 “소부에서 심리 중인 사건이라도 다른 소부 소속 대법관과도 사건에 관해 논의하고 의견을 교환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판결 왜 빨랐나... “중립적이고 신속한 진행에 공감대”

이 대통령 사건은 다른 공직선거법 사건에 비해서도 선고까지 짧은 시간이 걸린 것으로 나타났다. 대법원이 지난해부터 올해 6월까지 공직선거법 상고심을 접수한 뒤 선고까지 걸린 기간은 평균 3.1개월이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1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대통령실 제공

이재명 대통령이 1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대통령실 제공


이 대통령 사건 선고까지 35일이 걸려 3분의1 수준이었다. 여권 법사위원들은 판결 속도가 이례적이라며 조 대법원장이 대선 전 이 대통령에게 유죄 판결을 내려 대선에 개입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많은 장기미제 사건은 아랑곳하지 않고 이 사건만을 유독 신속히 선고할 이유가 있었느냐’는 질의에 대법원은 “심리가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이뤄졌다는 점에서 배경에 관해 오해가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면서도 “사건의 주요 쟁점은 크게 복잡하지 않다. 집중심리주의의 이념, 선거범 재판의 우선적인 신속 처리를 명한 공직선거법의 취지에 따라 신속하고 충실하게 이 사건을 심리하여 결론에 이르렀다”고 답했다.

또 강행 규정인 공직선거법 270조의 이른바 ‘6·3·3 원칙’을 들어 “대다수 대법관 사이에 신속한 절차 진행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점도 대법원은 강조했다. 선거법 위반 사건의 1심은 기소 후 6개월 안에, 2·3심은 상소 제기 후 각 3개월 이내에 선고하도록 공직선거법에 규정돼 있다. 대법원은 “판결 선고 시점은 심리에 참여한 대법관들의 치열한 검토에 의해 정해진 것으로 사료된다”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 공직선거법 사건 파기환송 판결 질문 듣는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 공직선거법 사건 파기환송 판결 질문 듣는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연합뉴스


대법원은 전합 선고가 소수의견을 낸 이흥구·오경미 대법관의 숙의할 권한을 침해한 것이라는 위원들 주장에 대해선 “다수결에 따라 적법하게 절차가 진행된 이상 반대의견 대법관의 심판권한을 침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반박했다. ‘다수의견(38쪽)보다 소수의견(49쪽)이 더 방대해 논리적 밀도가 더 높다’는 질의에는 “판결문에서 특정 의견이 차지하는 분량의 많고 적음으로 개별 의견의 가치를 판단할 수 없다”고 답했다.


◇與“ 사퇴 검토했느냐” 질문엔 “최선 다하겠다”

여권 법사위원들은 “대법원장의 통화내역, 휴대전화 교체 기록, 공식·비공식 일정, 차량일지 또는 블랙박스 등 국민의 의구심을 해소하기 위한 자료를 제출할 의향이 있느냐”고 묻기도 했다. 이른바 ‘한덕수·조희대 회동설’ 의혹을 확인하겠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이에 “판결을 담당한 법관 개인에 대한 근거 없는 정치적 비난이나 공격으로 이어지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했다.

대법원은 국정감사가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하거나 재판에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실시돼선 안 된다고 정한 국정감사법을 들어 “사생활을 심각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고 계속 중인 재판의 공정성에도 영향을 미칠 우려가 크다”고 했다. 이어 “합리적이고 구체적인 근거에 기초한 의혹 제기 없이 재판 결과에 당사자나 제3자가 불복한다는 이유만으로 법관의 사생활과 개인정보를 공개한다면, 오로지 법과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을 수행하는 환경을 저해하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도 했다.

대법원은 ‘최근 여론조사 결과 국민의 약 절반(48%)이 조 대법원장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사퇴를 검토한 적이 있느냐’는 질의에 “대법원장은 사법부에 대한 국민들의 지적을 더욱 경청하면서, 사법제도 개선 논의 등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함으로써 국민에게 신뢰받는 사법부로 거듭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또 “헌법과 법률에 따라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을 통한 국민의 권리 보호라는 헌법적 임무를 완수하기 위하여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이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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