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15일 캄보디아 프놈펜 남서부 시하누크빌 주 한 건물에서 당국에 체포된 보이스피싱 사기범들. /APK |
캄보디아에서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납치‧감금 범죄가 잇따르는 가운데, 현지 한인회도 팔을 걷어붙이고 피해자들의 탈출을 돕고 있지만 신고가 쏟아져 구조가 쉽지 않다는 증언이 나왔다.
정명규 캄보디아 한인회장은 13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일주일에 5~10명이 한인회에 ‘탈출을 도와 달라’는 연락을 해 온다”며 “혼자 탈출하는 경우도 있고 두세 명씩 무리져서 도망 나와서 함께 있다가 연락하는 경우도 있다. 도와주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너무 많다보니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정 회장은 “대부분이 감금, 폭행을 당하고 불법적인 일에 동원됐다가 경비병을 피해 도망을 나오면 여권이라든지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대사관이나 한인회로 무작정 택시를 타고 오게 된다”며 “이에 경찰서에 정상적으로 여권 분실 신고하고 긴급 여권 만들어서 돌려보낸 경우도 있다”고 했다.
그는 피해자들이 공항에서 붙잡혀 다시 범죄 조직에 끌려가는 경우도 상당하다며 “그런 경우는 폭행이 더 심해진다”고 했다. 이어 “한인회뿐 아니라 대사관에서 올해만 해도 벌써 400~500건 정도의 신고 건수가 있다”며 “교도소, 유치장, 경찰서에 잡혀 있는 청년들도 있다”고 했다.
현지 범죄 조직은 고수익 아르바이트를 미끼로 한국인을 유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은 “처음에는 통·번역 아르바이트를 구한다고 광고를 냈다”며 “최근에는 ‘캄보디아에 가서 서류를 전달해 주면 이렇게 수익을 주겠다’ ‘여행 동행해 주면 비행기 값을 대주겠다’ 이런 광고들이 올라온다. 실제로 이 광고에 댓글을 달고 좋아요 누르는 모습도 많이 보인다”고 했다.
이미 감금된 이들이 지인을 데려오는 사례도 있다고 했다. 정 회장은 “감금된 이들에게 ‘새로운 사람들을 유인해 오면 너는 보내줄게’ ‘유인해서 데리고 오면 돈을 지급해 주겠다’라는 경우도 봤다”며 “보이스피싱, 마약 운반, 로맨스 스캠, 주식 리딩방, 온라인 카지노 등 다양한 범죄와 관련이 있다”고 했다.
지난달 25일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 온 한국 청년 2명이 시하누크빌에 있는 중국인 범죄 단지로 팔려 가던 중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극적으로 탈출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오창수 시하누크빌 한인회장에 따르면, 이 한국인들은 한 달에 1000만원을 벌 수 있다는 지인 말에 속아 캄보디아에 왔다가 납치됐다. 이들은 중국인이 운영하는 범죄 단지에 끌려가던 중 승합차가 휴게소에 잠시 멈춘 틈을 타 탈출한 뒤 대사관에 신고했다. 당시 건장한 중국 남성들이 한국인들을 뒤쫓는 모습을 이상하게 여긴 휴게소 직원이 신고하면서 경찰이 출동했다고 한다.
대사관으로부터 도움 요청을 받은 오 회장은 현지 경찰에 가 “이 한국인들은 취업 사기를 당해서 여기에 왔다”며 “범죄 단지에 넘어가기 전이어서 아무런 일을 하지 않았으니 풀어달라”고 호소했다. 이후 한국인 2명은 닷새가량 경찰서에 붙잡혀 있다가 석방됐고 오 회장의 도움을 받아 한국으로 귀국했다.
오 회장은 지난달 중순에도 한국인 2명이 범죄 단지 합숙 시설 3층에서 뛰어내려 탈출했지만 이 중 한 명은 중국인들에게 잡혀 한국으로 돌아가지 못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오 회장은 “3년 전부터 캄보디아에서 구조한 한국인이 200명이 넘는다”고 했다. 이어 “고수익 유혹에서 빠져 캄보디아에 오는 20∼30대 한국인이 많다”며 “캄보디아에서 월급으로 1000만원은 절대 받을 수 없다”며 고수익 알바 미끼를 조심하라고 당부했다.
[최혜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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