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옵티칼 노무사, 본사에 메일 보고
"노조가 감사함 모르면 폐업" 경고하고
"회사는 피해 없고 직원들 실직" 압박
당기순익 넘는 화재보험금 647억 받아
폐업 후 생산물량 이전, '먹튀 논란' 가열
외국인투자기업(외투기업) 먹튀 논란을 일으킨 한국옵티칼하이테크가 법인을 폐업하고 노동자들을 정리해고한 배경이 노조에 대한 반감에 따른 '기획 청산'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2003년 자본금 200억 원으로 설립된 한국옵티칼은 일본 기업 니토덴코의 한국 자회사다. 경북 구미 국가산업단지 부지를 50년간 무상 임대받았고 법인세, 취득세 등 각종 세제 혜택도 받았다. 액정표시장치(LCD) 부품으로 사용되는 편광 필름을 만들어 주로 LG디스플레이에 공급했다. 구미 땅을 공짜로 빌려 기업을 운영한 회사는 2022년 매출액 약 4,000억 원 규모로 성장했다.
하지만 회사는 2022년 10월 구미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공장이 전소되자 생산물량 전체를 경기 평택시 소재 한국니토옵티칼로 이전한 뒤 노동자들을 정리해고했다. 니토옵티칼은 일본 니토덴코의 또 다른 한국 자회사다. 노동자들은 니토옵티칼에 고용승계를 요구했지만 거절당했다. 이에 해고 노동자 박정혜씨는 지난해 1월 8일부터 600일간 불탄 공장 옥상에서 고용승계를 요구하는 고공농성을 펼쳤다. 노조는 니토옵티칼이 생산물량은 가져가면서 고용승계는 거부한 배경에 노조활동 따른 '기획 청산'을 의심하고 있다.
"노조가 감사함 모르면 폐업" 경고하고
"회사는 피해 없고 직원들 실직" 압박
당기순익 넘는 화재보험금 647억 받아
폐업 후 생산물량 이전, '먹튀 논란' 가열
4월 경북 구미시 한국옵티칼하이테크 고공농성장에서 해고노동자 박정혜(왼쪽), 소현숙씨가 '고용승계 책임져라'라고 적힌 손피켓을 들고 있다. 구미=홍인기 기자 |
"한국옵티칼하이테크 생존기간은 니토그룹의 배려 여부에 달려있다. 신임 노조 대표자들이 니토그룹의 배려를 감사하게 생각치 못하고 노사관계를 악화시킬 경우 한국옵티칼하이테크는 조기에 폐업할 수 밖에 없다."
2022년 1월 15일 한국옵티칼하이테크 소속 노무사가 일본 니토덴코 본사에 보낸 메일
외국인투자기업(외투기업) 먹튀 논란을 일으킨 한국옵티칼하이테크가 법인을 폐업하고 노동자들을 정리해고한 배경이 노조에 대한 반감에 따른 '기획 청산'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2003년 자본금 200억 원으로 설립된 한국옵티칼은 일본 기업 니토덴코의 한국 자회사다. 경북 구미 국가산업단지 부지를 50년간 무상 임대받았고 법인세, 취득세 등 각종 세제 혜택도 받았다. 액정표시장치(LCD) 부품으로 사용되는 편광 필름을 만들어 주로 LG디스플레이에 공급했다. 구미 땅을 공짜로 빌려 기업을 운영한 회사는 2022년 매출액 약 4,000억 원 규모로 성장했다.
하지만 회사는 2022년 10월 구미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공장이 전소되자 생산물량 전체를 경기 평택시 소재 한국니토옵티칼로 이전한 뒤 노동자들을 정리해고했다. 니토옵티칼은 일본 니토덴코의 또 다른 한국 자회사다. 노동자들은 니토옵티칼에 고용승계를 요구했지만 거절당했다. 이에 해고 노동자 박정혜씨는 지난해 1월 8일부터 600일간 불탄 공장 옥상에서 고용승계를 요구하는 고공농성을 펼쳤다. 노조는 니토옵티칼이 생산물량은 가져가면서 고용승계는 거부한 배경에 노조활동 따른 '기획 청산'을 의심하고 있다.
"감사함 모르면 폐업,직원들 가정 파탄날 것"
2022년 1월 15일 한국옵티칼 소속 노무사가 일본 니토덴코 그룹에 보낸 메일 내용 일부. 김주영 의원실 제공 |
13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노조의 이 같은 의심을 뒷받침하는 문건을 공개했다. 한국옵티칼 구미공장 화재가 발생하기 약 10개월 전인 2022년 1월 15일 한국옵티칼 노조가 세워지자 회사 소속 노무사가 니토덴코 본사에 보낸 메일 내용이다.
회사 노무사는 메일을 통해 '한국옵티칼 생존기간은 니토그룹의 배려 여부에 달려있고, 노조 대표자들이 니토그룹의 배려를 감사하게 생각치 못하고 노사관계를 악화시킬 경우에는, 언제라도 중국법인의 생산물량을 한국옵티칼에게 이전해 주지 않을 것이며 결국 한국옵티칼은 조기에 폐업하게 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노조 측에 설명했다고 나와 있다.
또 '이 경우 니토그룹은 한국옵티칼하이테크 폐업에도 아무런 손해가 없지만 한국옵티칼하이테크에 고용된 직원들은 하루아침에 실업자 신세가 되고 원만했던 가정이 파탄 날 수 있다는 점'도 노조에 전달했다고 보고했는데, 사실상 노조 활동에 대해 사측이 압박을 가했다고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화재보험금 647억 수령하고 폐업
경북 구미시 한국옵티칼하이테크 고공농성장에 '이겨서 땅을 딛고 싶다'는 현수막이 보인다. 구미=홍인기 기자 |
이 같은 의심은 한국옵티칼이 구미 공장 화재로 총 647억 원(재물담보 405억 원‧적하보험 120억 원‧기업휴지위험담보 122억 원)을 챙긴 것으로 드러나 더 짙어졌다. 회사가 챙긴 보험금은 구미 공장 화재 발생 전년도인 2021년도 회사의 당기순이익 245억 원을 훨씬 웃도는 숫자다.
한국옵티칼이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한 해는 2012년으로 매출액 1조955억 원, 영업이익 548억 원, 당기순이익 507억 원을 기록했다. 보험금이 회사의 역대최고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보다도 큰 만큼, 회사를 살릴 의지가 있었다면 충분히 회생 가능했다는 분석도 있다. 소방청이 작성한 '한국옵티칼 화재현장조사서'에도 "화재보험이 가입돼 있어 피해 복구에 어려움은 없어 보임"이라고 적혀 있다. 다만 회사 측은 폐업을 신청하며 피해복구에 3년 정도의 장시간이 소요되고 국내 디스플레이 시장의 침체로 수요가 없어 경영유지가 어렵다고 밝혔다.
한편 한국옵티칼 생산물량을 가져간 니토옵티칼은 지난해 2008년 이후 최대 당기순이익(500억 원)을 기록했다. 니토옵티칼은 최근 3년간 신입사원 163명(2023년 56명, 2024년 77명, 올 8월까지 30명)을 신규 채용했지만 한국옵티칼 해고 노동자 7명 고용 승계는 거부하고 있다. 이날 공개된 한국옵티칼 소속 노무사의 보고 내용처럼 한국옵티칼 폐업으로 일본기업 니토덴코는 아무런 손해가 없지만, 직원들은 하루아침에 실직자가 되고 가정이 파탄에 이른 셈이다.
김주영 의원은 "한국옵티칼은 불탄 공장의 피해를 복구하는 대신 폐업을 선택해 거액의 화재보험금을 챙기고 '남는 장사'를 했다"며 "국정감사에서 화재보험금 수령하고도 회생 노력 대신 폐업을 한 배경과 고용승계 문제를 집중적으로 따져 묻겠다"고 말했다. 또 "외투기업의 먹튀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대책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국회 환노위는 국정감사 사흘 째인 15일 이배원 니토옵티칼 대표를 증인으로 채택했다.
송주용 기자 juyong@hankookilbo.com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