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외진단의료기기 시장 규모/그래픽=이지혜 |
2020년 체외진단의료기기법(이하 체외진단법) 제정으로 미국의 '클리아랩'(CLIA LAB) 제도가 한국에 도입될 것이란 기대감이 일었지만 정작 5년간 관련 고시가 제정되지 않아 '반쪽 제도'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고령화에 따라 진단 시장이 확대되고 정밀의학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는 만큼 체계적인 체외진단 분야 육성책이 수립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13일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전 세계 체외진단의료기기 시장은 2023년 786억달러(112조 1857억원)에서 연평균 7% 확대돼 2029년 1194억달러(170조 4196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3월에는 삼성물산·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에피스 등이 공동 출자한 삼성라이프사이언스펀드가 ADC(항체약물접합체), AI(인공지능)에 이어 혈액으로 알츠하이머 치매를 진단하는 미국 기업 'C2N 다이그노스틱스'에 1000만달러를 투자한 사실이 알려지며 체외 진단 분야에 대한 관심이 한층 고조됐다.
임재준 이듬법률사무소 대표(연세대 의료기기산업학과 겸임교수)는 "고령화에 따른 만성질환과 감염병 증가, 정밀의학 중심으로의 의료 패러다임 전환에 따라 체외 진단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코로나 팬데믹을 기점으로 국내 체외 진단 기술 역시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정부도 인체에 직접 사용하는 일반 의료기기와 달리 혈액·소변 등 검체를 대상으로 하는 체외진단기기의 특성을 반영해 2020년 '의료기기법'에서 분리한 별도의 체외진단법을 시행하며 산업 육성을 도모했다.
하지만, 5년이 지나도록 '혁신 체외진단기기의 산실'로 불리는 미국의 클리아랩을 표방한 '임상검사실'은 반쪽 운영 지적을 받고 있다. 이곳에서 허가 전 시행할 수 있는 검사는 △차세대염기서열분석(NGS) 검사 △혈청, 혈장, 염색체, DNA, 단백질 등에 대한 체외진단검사 중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정해 고시하는 검사인데 아직 후자의 '기준'이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임상검사실에서 할 수 있는 검사 기준이 불확실하다 보니 체외 진단기업은 허가 전 제품 개발·고도화에 나서지 못하는 것은 물론 인허가받은 제품마저 직접 검사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임상검사실은 의료기관이나 유전자 검사기관에서만 운영할 수 있는데, 병·의원을 설립하는 건 의사를 채용해야 해 부담이 크고 유전자 검사기관 신규 허가는 '검사 기준'이 잡히지 않아 쉽게 내주지 않는 상황이라 검체 수탁기관을 거쳐야만 한다.
문제는 이런 불필요한 절차로 인해 검사 시간이 길어지고 추가 비용이 발생해 결국 고객(환자) 부담이 커진다는 점이다. 기업은 신기술을 개발하고도 품질을 높이는 대신 수탁기관과 계약을 체결·유지하는데 더 많은 신경을 쏟아야 하는 실정이다. 직접 검사 결과를 제공하지 못하고 '통행세'를 내야 하다 보니 MRI·CT 등 영상 검사와의 가격 경쟁력에서도 뒤처져 사업 확장에 애를 먹고 있다.
업계에서는 "규제를 풀기 위한 제도를 만들어 놓고는 기준을 잡지 않아 오히려 새로운 진입 장벽을 세운 역설적인 상황"이라는 하소연이 들린다. 한 체외진단업계 관계자는 "검증된 검사 기술조차 안정적으로 공급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며 "결국 국내 사업을 포기하고 해외로 눈을 돌리는 기업이 많다"고 토로했다.
식약처는 임상검사실 제도가 애초 NGS를 전제로 도입된 것이라는 입장이다. 혈정, 혈장, DNA, 단백질 등에 대한 검사는 필요할 때 바로 임상검사실 제도에 포함될 수 있게 '예비 조항'으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혈액 내 단백질이나 대사체 등을 통해 암·치매와 같은 질병을 진단하는 기업이 이미 등장했고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는 만큼 식약처가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임재준 대표는 "체외 진단은 우리나라가 '미래 먹거리'로 꼽는 바이오헬스와 인공지능이 맞닿은 분야로 발전 가능성과 부가가치가 큰 산업"이라며 "혁신을 포용하는 규제 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식약처는 "그동안 외부 기관이나 단체로부터 대상 추가와 관련한 공식적 의견은 없었다"면서도 "필요한 경우 관련 전문가 등의 의견을 들어 종합적으로 검토해나가겠다"고 밝혔다.
박정렬 기자 parkj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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