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시절 단행된 국가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의 배후에 대통령실이 있었다는 사실이 국정감사를 통해 드러났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당시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이 R&D 예산을 10조원 수준까지 낮추라고 지시했으며, 과기정통부가 사실상 "끌려간 측면이 있다"고 인정했다. 예산 삭감의 시발점은 한미정상회담 이후 급조된 국제협력 사업이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1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과기정통부 국정감사에서는 지난해 R&D 예산 삭감 사태의 진상을 규명하려는 여당 의원들의 질의가 집중됐다.
더불어민주당 노종면 의원은 과기정통부 내부 문건을 근거로 "최상목 당시 경제수석이 총대를 메고 과기부에 주요 R&D 예산안을 10조원에 맞추라고 지시했다"며 "윤석열 전 대통령이 이를 승인했거나 지시했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배 부총리는 "그렇다"고 답변하며 사실상 이를 시인했다.
과기정통부가 제출한 'R&D 예산 삭감 과정 조사 중간보고서'에 따르면, 삭감 논의는 2023년 4월 한미정상회담을 기점으로 급물살을 탔다. 윤 전 대통령이 미국 방문 이후 '한미 기술동맹'과 'R&D 국제협력'을 강조하면서 국내 R&D 예산이 반대급부로 줄었다는 것이다.
민주당 이주희 의원은 "정상 심의된 예산안을 뒤집어 대폭 삭감하고, 막판에 '보스턴코리아 사업' 등과 연계된 복지부 예산을 1조원 이상 졸속 증액하라는 지시가 있었다"며 대통령실의 직접적인 개입 의혹을 제기했다.
R&D 예산의 '묻지마 삭감' 후폭풍은 과학기술 생태계 전반을 강타했다. 민주당 황정아 의원은 "2024년 이공계 구직급여 신청자가 전년 대비 30.6% 급증했고, 그중 70%가 30대 이하 청년 연구자"라며 R&D 예산 삭감이 연구 생태계를 초토화시켰다고 비판했다. 이주희 의원 역시 "개인 기초연구과제가 급감하고 중소기업의 R&D 포기가 속출하며 발생한 매몰비용만 700억원 이상"이라며 국가혁신 역량 후퇴를 우려했다.
결국 배경훈 부총리는 "R&D 삭감으로 피해를 본 모든 분께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배 부총리는 "당시 10조원까지 삭감하라는 지시에 과학기술혁신본부를 중심으로 적극 설득해 21조원대까지 확보했다"고 해명했지만, 노종면 의원이 "의사결정은 대통령실이 하고 과기정통부는 의견만 낸 것은 끌려간 것"이라고 지적하자 "의원님 지적대로라면 끌려갔다고 볼 수 있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한편 이날 국감에서는 배 부총리의 얼굴을 합성한 딥페이크 영상이 재생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김장겸 국민의힘 의원은 AI 기술의 위험성을 경고하기 위해 해당 영상을 사용했다고 밝혔으나, 배 부총리는 "국민들이 사실로 오해할 수 있다"며 유감을 표했다. 그러면서도 "AI 산업 진흥도 중요하지만 안전과 신뢰를 지키지 못하면 모든 것이 물거품"이라며 관련 정책 강화 의지를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