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2025년도 병역판정검사가 실시된 1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서울지방병무청 제1병역판정검사장에서 검사 대상자들이 혈액 검사를 받고 있다. 2025.01.13. bjko@newsis.com /사진=고범준 |
혈액·DNA 등을 이용해 암이나 치매를 진단하는 경우 기업이 직접 검사를 하지 못하고 병원이나 검체수탁기관에 의뢰해야만 하는 '규제장벽'이 여전한 것으로 파악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이미 5년 전 관련 법을 만들었는데도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하지 않은 채 뒷짐만 지고 있기 때문이란 지적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 팬데믹 기간인 2020년 5월 '체외진단의료기기법'(이하 체외진단법)이 시행됐지만 아직 식약처는 '임상검사실'에서 실시할 수 있는 검사 목록을 구체적으로 고시하지 않고 있다. 체외진단법 12조에 따르면 의료기관이나 유전자검사기관이 임상검사실을 마련하고 △품질관리체계 △전문인력의 숙련도 △체외진단의료기기의 성능 등에 식약처 인증을 받으면 인허가 이전에도 체외진단검사를 시행할 수 있다.
한 체외진단업계 관계자는 "임상검사실은 제품 고도화와 조기 상업화를 가능하게 하는 제도로 미국의 '클리아랩'과 유사한 개념"이라며 "혈액 한 방울로 암을 진단하는 등 혁신 기술의 테스트베드와 같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법안이 제정된 지 5년이 넘도록 'K-클리아랩'은 '반쪽 제도'로 남아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법' 때문이다.
임상검사실에서 할 수 있는 검사는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1항)는 표적·면역 항암제 등을 사용할 때 많이 하는 유전자 검사인 '차세대염기서열분석'(NGS) 검사다. 두 번째(2항)는 "혈청, 혈장, 염색체, DNA, 단백질 등에 대한 체외진단검사 중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정해 고시하는 검사"로 피를 통해 암이나 알츠하이머 치매를 진단하는 제품이 포함된다.
이 중 NGS는 지금도 허가 전 제품 사용이 활발한 반면 혈청, 혈장, 단백질 등을 이용한 두 번째 검사는 제대로 하는 곳이 없다. 식약처가 임상검사실에서 '할 수 있는' 검사를 제시(고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법적 근거가 있지만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알려주는 고시가 제정되지 않아 제도가 작동하지 않는 것이다.
체외진단기업은 임상검사실을 통한 수익 모델을 만들지도 못할뿐더러, 허가받은 제품조차 직접 검사를 제공하지 못하고 검체수탁기관에 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신기술을 개발하고도 품질을 높이는 대신 수탁기관 등과 계약을 체결·유지하는데 더 많은 신경을 쏟아야 하는 실정이다.
체외진단의료기기 시장 규모/그래픽=이지혜 |
식약처는 임상검사실 제도가 애초에 NGS를 전제로 도입했다는 입장이다. 필요한 경우 고시 개정만으로 NGS 이외 제품도 임상검사실 제도에 신속하게 포함될 수 있도록 '예비 조항'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베르티스, 피플바이오, 퀀타매트릭스 등 혈액을 통해 암·치매와 같은 질병을 진단하는 기업이 이미 많고 삼성 등도 투자에 나설 정도로 체외 진단이 '부흥기'를 맞고 있다는 점에서 식약처의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임재준 이듬법률사무소 대표(연세대 의료기기산업학과 겸임교수)는 "혈액 정보를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해 암이나 희귀질환을 진단하는 체외 진단 산업은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성장하는 분야"라며 "환자에게 직접 시술되는 치료기기와 달리 검체를 분석하는 간접적 행위인 만큼 동일한 수준의 규제를 적용하는 것이 타당한지 근본적으로 재검토할 시점"이라 말했다.
박정렬 기자 parkj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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