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서울중앙성원을 올려다 보면 이스탄불에 온 듯한 착각이 든다. |
광희동 중앙아시아 거리 |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서울로 해외여행 가요~!”
요즘 환율 급등과 국제물가 상승으로 예전처럼 쉽게 해외여행을 결정하기가 어려운 시기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건 서울에도 세계 각국의 정취를 느낄만한 곳이 많아 잠시나마 장거리 해외여행을 못가는 아쉬움을 달랠 수 있다.
지구촌 축소판 이태원뿐만 아니라 사마르칸트, 이스탄불, 나폴리, 뉴욕 등 세계 유명 도시들의 감성을 느낄 수 있을 만한 곳도 생겼다.
이태원과 경리단길 등은 용산 두둔 미군의 주말을 위해 조성되기 시작했는데, 미국인들이 몰려드니 프랑스, 인도, 이탈리아, 네팔, 태국, 베트남 등지의 상인들도 속속 들어왔다.
이곳에서 눈에 확 들어오는 것은 이슬람 모스크이다. 순간 이스탄불 여행 때 케밥을 먹고, 돈두르마 아이스크림 아저씨와 장난치던 추억이 새삼 떠오른다.
이슬람거리의 빈티지 풍경은 그곳 정취와 추억에 더 깊게 빠져들게 한다. |
튀르키예·사우디의 우정 상징 서울중앙성원
오늘날 대한민국 경제 발전의 마중물이 된 ‘중동붐’은 이 모스크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건설붐을 계기로 중동과 한국 간 교류가 늘어나자 박정희·전두환 정부가 친아랍 정책을 폈고, 그때 우정의 상징으로 생겨난 것이 바로 이 모스크, ‘서울중앙성원’이다.
한국전쟁 때 참전한 튀르키예군이 기도를 하던 장소에 국내 최초의 모스크가 지어진 것을 시작으로, 성원 주위로 이슬람거리가 조성됐다. 할랄 식당은 물론 서점, 옷 가게를 비롯한 다양한 매장이 들어서 여러 사람을 끌어모았다. 터키군은 목숨을 바쳐 한국을 위해 싸웠고, 전쟁고아들을 돌보는 수고로움까지 마다하지 않았다.
이태원 할랄식당 |
한국 최초, 최대의 이슬람 모스크인 이곳은 전국의 이슬람 성소를 총괄하는 본부가 있다. 덕분에 내·외국인 무슬림들은 물론, 관광객들도 이곳을 많이 찾는다. 성원 바로 옆에는 교육시설인 프린스 술탄 이슬람 학교가 있다. 예약을 하면 설명을 들으며 내부를 관람할 수 있다.
사원에서 나와 이태원역 방향으로 내려오면 여러 이슬람 관련 할랄식당과 기념품, 책 등을 파는 상점들을 만날 수 있다. 이곳에선 아랍과 북아프리카 문화를 함께 엿볼 수 있다.
이슬람 뿐만 아니라 동남아시아, 멕시코 등 다양한 나라의 식문화를 접할 수 있는 음식점도 많아 서울에서 해외여행을 하고픈 나들이객의 사랑을 받고 있다.
세계문화음식거리 지나 클레오파트라와 조우
이태원역 3번 출구 근처엔 케밥집을 비롯해 멕시코, 인도, 파키스탄, 중앙아시아 등 다국적 요리를 맛볼 수 있는 음식점들이 이슬람 사원 부근까지 즐비해 있다. 케밥은 튀르키예 음식으로 미국이나 유럽 전역에 널리 분포해 있고, 우리의 입맛과도 잘 맞는다. 여러 언어로 쓰여있는 간판을 보며 길을 걷는 것도 색다른 재미다.
인근 세계문화음식거리, 퀴논길 등에 베트남, 태국 등의 아시아부터 유럽이나 쿠바의 분위기가 느껴지는 가게들도 있으니 함께 둘러보면 더욱 좋다.
이태원 케밥식당 |
슈퍼마켓에서는 해외 향신료, 너트류, 과자를 비롯해 다양한 종류의 빵이나 농산물까지 구경한다. 이슬람의 율법이 허용되는 방식으로 제조된 할랄 음식을 판매하고 있어 눈길이 간다.
이태원역 2번출구 근처에 있는 ‘클레오파트라 라운지 카페’는 이집트를 테마로 한 이색 카페로, 신비스런 이집트 여행을 온 듯한 감흥을 일으킨다. 웰컴드링크로 나오는 진한 포도주스 한 잔을 받아들고 음미하다 보면, 클레오파트라가 안탈리아 시데에서 안토니우스와 와인 데이트를 즐기던 상상이 떠오른다.
클레오파트라 라운지 카페는 팔라펠, 코샤리 등 이집트 국민 음식들도 판매하고 있어 이집트의 정취를 오감으로 흡입한다.
안국동 나폴리, 영락없는 이탈리아의 단면
서울에는 프랑스, 동남아, 하와이 등 다양한 테마로 공간을 운영하는 곳이 많다. 작은 식당에서 카페까지 여러 곳에 분포되어 있지만, 규모와 콘셉트 면에서 더 몰입감을 주는 공간이 있다.
‘아모르 나폴리’는 안국동에 있는 이탈리안 베이커리 카페로, 이탈리아의 대표 빵인 포카치아와 치아바타부터 몽블랑, 다양한 쿠키들까지 이탈리아식으로 만들어 소박하면서도 담백한 맛을 낸다.
아모르 나폴리 |
아모르 나폴리는 크림색 건물의 외관부터 입구의 유리창까지 매장에 들어서기 전부터도 이탈리아의 어느 공간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느낌을 주는 공간이다.
화덕에서 구워내는 피자빵과 나폴리식 도넛, 소세지 빵 등 식사를 대신할 수 있는 음식부터 럼 시럽에 절인 빵 바바(Baba), 여인의 입술이라 부르는 바치디다마(Baci di dama) 등 지극히 ‘이탈리아스러운’ 메뉴도 있어 영화 ‘로마의 휴일’ 풍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테라스에 앉아 시원한 음료를 즐길 수도 있는데, 2024 이탈리아 젤라또 월드컵에서 준우승한 박영수 셰프의 3색 그라니따를 맛보길 추천한다. 서을 지하철 3호선 안국역 3번출구로 나가면 된다.
교류 많아진 중앙아시아, 광희동 사마르칸트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의외로 중앙아시아 거리의 역사는 19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갈 정도로 오래됐다. 서울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5, 7, 8번 출구로 나가면 된다.
1990년대 개방에 박차를 가하던 구소련이 한국과도 수교를 맺으면서 그곳 출신 외국인들이 이곳에 모여들었다. 주로 러시아, 몽골, 카자흐스탄, 투르크메니스탄 등지의 출신들이다.
중앙아시아 거리. 사마르칸트엔 한국과의 교류흔적이 역사유적으로 남아있다. |
1997년 외환위기로 낮은 환율을 따라 보따리상과 우즈베키스탄, 몽골 이주 노동자들이 모여들었으나 러시아의 모라토리엄 선언으로 중앙아시아 노동자들이 남아 상점과 식당 등을 열면서 지금의 모습이 됐다.
2022년 중구청 주도로 테마거리 조성사업이 진행되면서 카펫의 전통문양이 새겨진 바닥이나 이정표 등이 설치됐다.
중앙아시아 거리엔 우즈베키스탄, 러시아 요리 전문점이 가장 많으며, 눈길을 끄는 것은 중앙아시아식 화덕을 외부에 놓고 전통 빵 삼사와 볶음밥, 양꼬치, 샤슬릭 등을 판매하는 곳들이다.
평소 맛보기 힘든 재료와 독특한 조리방식이 정말 중앙아시아의 어느 곳에 와 있는 것처럼 느끼게 한다. 국내에선 양꼬치가 대체로 비싼 편이지만, 이곳에선 본국의 물가와 인심 등이 반영되기 때문에 국내 여느 양고기집과 크기와 양에서 차이가 난다.
보드카 마신 뒤, 강 건너 ‘서초동 뉴욕’으로
특유의 복장을 한 채 화덕에서 빵을 굽고 있는 사람, 우리와는 다른 식재료를 파는 식료품점을 분주하게 오가는 사람들의 모습에서도 이국의 정취를 느낄 수 있지만, 역시 직접 식당으로 들어가야 더욱 진한 중앙아시아 또는 몽골의 향기를 경험할 수 있다. 여러 나라, 다양한 버전의 보드카부터 디저트까지 음식으로 떠나는 중앙아시아 여행을 할 수 있다.
그중에서도 중앙아시아 식료품점 길 건너에 있는 ‘파트루내’는 낯선 현지 음식을 다양하게 판매하고 있다. 한국에 사는 현지인들이 많이 찾는 식당이다.
파트루내에 들어서면 벽에 걸린 그림과 접시, 유리공예 등이 이국의 정취를 더한다. 샐러드, 수프, 케밥, 청어 샐러드, 소고기 야채 스프인 보르쉬, 라그만 등 한국의 어느 식당에서도 만나기 힘든 요리들을 맛볼 수 있는 중앙아시아 음식 전문 레스토랑이다.
트렁크빈 |
이제 우리는 미국에 가기 위해 인천공항 말고, 강남으로 향한다. 미국, 특히 뉴욕의 감성을 느끼고 싶다면 커피와 베이커리, 맥주, 위스키까지 모두 맛볼 수 있는 서초동 ‘드렁큰빈’을 추천한다.
건물 밖에서부터 레트로 감성의 노랑색 뉴욕 택시가 식객들을 맞아주고, 안으로 들어서면 5층 건물 전체를 미국 현지 느낌으로 구성해 폰카질이 더 분주해진다.
입구에서 지하의 카페로 내려가는 길은 뉴욕 지하철역으로 들어가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실물 크기의 오래된 엘리베이터 모형이 있으며, 한쪽 벽면을 뉴욕의 지하철 모양으로 단장해 사실감을 더한다.
4층은 고급스런 바(Bar)로 꾸며져 분위기를 내기 좋으며 5층의 테라스에서는 선선한 가을의 날씨를 만끽할 수 있다. 신논현역 1번 출구와 가깝다. [취재도움=서울관광재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