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전승절, 北 쌍십절 계기 북중러 행보 부각
대통령실 "관련 동향 예의주시 중" 말 아껴
미중 간 '줄타기 외교' 회귀 아니냐는 지적도
지난 10일 북한 노동당 창건 80주년 기념 열병식과 지난달 초 중국 전승절 행사 등에서 북한, 중국, 러시아가 밀착하는 행보를 이어갔다. 이에 대통령실과 정부는 섣부른 맞대응을 삼가고 있다. 현 상황을 '북중러 3자 결속'으로 볼 단계까지는 아니라고 여기는 데다, 이른바 '한미일 대 북중러' 구도로 바라보는 시각은 이재명 정부의 '실용 외교' 방향과도 맞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대통령실은 12일까지 북한 열병식에 대한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관련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만 밝혔다. 북중러 결속 심화로 역내 안보 위협이 커지고 있다는 일각의 우려와 온도 차가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북중러 간 교류가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북중러가 3자 형태로 무엇을 한 것은 없다는 점을 잘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래전부터 3자 형태로 회의를 하거나 성명을 내면서 실체를 다져온 한미일 3자 협력을 북중러 협력을 동일선상에 올려두는 것은 맞지 않다는 것이다. 중국이 관리 차원에서 북한을 챙기는 것이지, 배타적 '북중러 3자 동맹' 형태로 한미일과 대립각을 세우려는 목적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에 이달 중 예정된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정상회의 또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북중러를 의식한 한미일 3자 간 결속을 과시하는 이벤트를 만들 가능성에 대해서도 "정해진 것이 없다"고 거리를 뒀다.
대통령실 "관련 동향 예의주시 중" 말 아껴
미중 간 '줄타기 외교' 회귀 아니냐는 지적도
지난 10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노동당 창건 80주년 경축 열병식이 성대히 거행됐다고 조선중앙TV가 11일 보도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외국 대표들과 열병식을 관람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위원회 부의장, 또 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 김정은 국무위원장,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 조선중앙TV 캡처 |
지난 10일 북한 노동당 창건 80주년 기념 열병식과 지난달 초 중국 전승절 행사 등에서 북한, 중국, 러시아가 밀착하는 행보를 이어갔다. 이에 대통령실과 정부는 섣부른 맞대응을 삼가고 있다. 현 상황을 '북중러 3자 결속'으로 볼 단계까지는 아니라고 여기는 데다, 이른바 '한미일 대 북중러' 구도로 바라보는 시각은 이재명 정부의 '실용 외교' 방향과도 맞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대통령실 "관련 동향 예의주시 중" 말 아껴
대통령실은 12일까지 북한 열병식에 대한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관련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만 밝혔다. 북중러 결속 심화로 역내 안보 위협이 커지고 있다는 일각의 우려와 온도 차가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북중러 간 교류가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북중러가 3자 형태로 무엇을 한 것은 없다는 점을 잘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래전부터 3자 형태로 회의를 하거나 성명을 내면서 실체를 다져온 한미일 3자 협력을 북중러 협력을 동일선상에 올려두는 것은 맞지 않다는 것이다. 중국이 관리 차원에서 북한을 챙기는 것이지, 배타적 '북중러 3자 동맹' 형태로 한미일과 대립각을 세우려는 목적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에 이달 중 예정된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정상회의 또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북중러를 의식한 한미일 3자 간 결속을 과시하는 이벤트를 만들 가능성에 대해서도 "정해진 것이 없다"고 거리를 뒀다.
또 다른 정부 고위 관계자는 "한미 동맹을 중심으로 한미일 협력을 강화한 뒤 이를 기초로 중국과의 관계도 회복해 경제·외교·안보에서 실리를 챙기고 북한과도 교류 협력을 넓힌다는 것이 이재명 정부의 기조"라며 "(전임 윤석열 정부가 강조한) '북중러 대 한미일' 구도를 계속 가져가는 것은 현 정부의 기조와 맞지 않다"고 했다.
지난달 23일(현지시간) 이재명 대통령이 미국 뉴욕 유엔본부 총회장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날 한반도 비핵화 등을 골자로 한 '엔드(END) 이니셔티브'를 발표했다. 뉴욕=연합뉴스 |
중국 등 상대로 외교적 입지 다져야
다만 이번 열병식에 참석한 비서방 국가들을 중심으로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대한 내성이 강해지는 것은 한반도 비핵화를 궁극적 목표로 제시한 이재명 대통령의 '엔드(END) 이니셔티브'와 상충한다. 희토류와 관세 등을 둘러싸고 미중 대립이 다시 격화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한국이 미중 사이의 '줄타기 외교'로 회귀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왕선택 서강대 대우교수는 "지금 북한의 행동은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대중 교역 증가 등 최대한 지원을 받은 뒤 이를 미국에 접근하는 지렛대로 삼으려는 것"이라며 "반면 중국과 베트남 등은 미국, 한국과의 관계 및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 등을 함께 고려하는 만큼 모든 게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생각처럼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우리 정부는 북한의 움직임 하나하나에 휩쓸리기보다 중국 등을 상대로 우리의 외교적 입지를 다지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문재연 기자 munjae@hankook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