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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총리 사임→나흘 만에 재임명…마크롱 지지율 하락 정면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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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바스티앙 르코르뉘 프랑스 총리가 지난 3일(현지시각) 총리실에서 연설하는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세바스티앙 르코르뉘 프랑스 총리가 지난 3일(현지시각) 총리실에서 연설하는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사임했던 세바스티앙 르코르뉘 총리를 나흘 만에 총리 자리에 다시 앉혔다. 낮은 지지율 등으로 궁지에 몰린 마크롱의 고육책이지만, 야당은 좌우를 막론하고 ‘총리 불신임’을 예고하고 있다.



르몽드·르피가로 보도를 보면, 엘리제궁(프랑스 대통령실)은 10일(현지시각) 한 문장짜리 보도자료를 내어 “(마크롱) 대통령은 세바스티앙 르코르뉘를 총리로 임명하고 정부 구성을 맡겼다”고 밝혔다. 마크롱의 ‘심복’으로 꼽히는 르코르뉘는 지난달 9일 총리에 임명됐다가 27일 만인 지난 6일 사임한 바 있다. 그 뒤 나흘 만에 총리로 다시 지명된 것이다. 르코르뉘는 이날 소셜미디어 엑스(X)에 글을 올려 “(마크롱) 대통령이 내게 맡긴 임무를 의무감에 따라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여론 반발을 뚫고 프랑스 정부 예산안을 만드는 게 그의 첫 과제다. 프랑스 헌법상 늦어도 13일엔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해야, 예산안이 올해 안에 국회 심의를 거쳐 통과될 수 있다. 앞서 프랑수아 바이루 전 총리는 7월 재정 긴축에 방점을 둔 예산안 초안을 발표했다가 지난달 8일 하원 불신임을 받아 사퇴했다. 지난달 10일에도 전국에서 시민 20만여명이 ‘긴축 반대’ 집회를 벌였다. 르코르뉘가 6일 첫 총리 임기를 마치며 밝힌 사임 이유 역시 “(여론 반대 등으로) 총리실에서 임무를 수행할 조건이 더는 충족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르코르뉘는 두번째 임기에서도 국가 부채 감축을 위한 긴축을 추진할 방침이다. 그는 엑스 글에서 “최근 (정치권과의) 협의 과정에서 논의된 모든 사안은 국회 토론의 대상이 될 것”이라면서도 “공공 재정의 회복은 여전히 우리의 미래와 주권을 위한 선결 과제다. 누구도 이런 필요성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마크롱의 측근은 르몽드에 “대통령은 총리에게 (권한에 대한) 백지수표를 줬다. 정당들과의 정책 협상뿐 아니라 인사에서도 자율권을 부여했다”고 전했다.



마크롱이 자기 ‘오른팔’을 재차 총리에 앉힌 건 지지율 하락 등의 위기를 정면돌파하려는 정치적 승부수로 풀이된다. 마크롱은 법정 정년을 기존 62살에서 64살로 늦추는 연금개혁을 2023년부터 추진 중이지만, 여소야대 국회에서 야당의 강한 반대에 부딪혀있다. 르피가로가 최근 여론조사 기관 오독사-백본에 의뢰한 설문에서는 프랑스 국민의 70%가 마크롱의 대통령직 사임에 찬성한다고 응답하기도 했다.



마크롱의 주변에 남은 믿을 만한 측근이 르코르뉘뿐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올해 39살(1986년생)인 르코르뉘는 마크롱의 두 차례 임기 내내 장관직을 유지한 유일한 인사로, 총리 지명 직전엔 국방부 장관을 맡았다. 르몽드는 “마크롱에겐 손아귀에 쥐고 있는 측근(르코르뉘)이 하나 있다. 더 나은 선택지는 없다고 생각할 것”이라는 한 상원의원의 평가를 전했다. 이어 “(마크롱의 임기 첫해인) 2017년부터 충성파로 남아온 르코르뉘는 마크롱이 전적으로 신뢰하는 유일한 인물”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르코르뉘 2기 정부 앞엔 가시밭길이 예고돼 있다. 하원 재적 574명 중 가장 많은 192석을 확보한 좌파 정당 연합 신인민전선은 좌파 총리 임명을 요구해왔다. 그러나 마크롱이 또다시 ‘회전문 인사’를 하자, 르코르뉘가 의회 연설을 하는 13일 또는 14일에 총리 불신임안을 제출하기로 했다. 장뤼크 멜랑숑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LFI) 대표는 “마크롱은 마크롱다운 짓밖엔 못 한다”고 비난했다.



극우 국민연합(RN)의 유력 정치인 마린 르펜 의원 역시 “불신임이 불가피해졌다”고 밝혔다. 좌파 사회당, 우파 공화당, 민주당·무소속연합은 르코르뉘가 장관직을 제안해도 정부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정치권과의 타협을 거부한 마크롱이 국정 동력을 회복할 마지막 기회를 걷어찼다는 논평도 나온다. 프랑스 일간 리베라시옹은 “마크롱 대통령은 (지지율 하락 등) 이미 권력을 잃었지만 그 사실을 가장 늦게 깨닫는 사람인 것 같다”며 “(의회 다수 세력인) 좌파와 협력하거나 최소한 그들의 동의를 구해 국정을 운영하는 게 (마크롱에게) 유일한 해법이었다”고 지적했다. 르몽드는 “대통령의 주변 인물들 사이에서도 ‘그가 길을 잃은 것 같다’는 말이 나온다”고 전했다.



천호성 기자 rieu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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