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손민균 |
엔비디아·테슬라·애플 등 세계를 대표하는 회사의 주식을 암호화폐 일종인 토큰으로 만들어 거래하는 ‘주식토큰’의 시가총액이 한 달 만에 173.2% 상승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국내에서는 주식토큰을 어떻게 분류해 규율할 것인지 불명확한 상태다. 주식토큰을 이용해 미국 주식에 투자하면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는 사각지대가 생기고 있다.
13일 주식·채권·부동산 등 실물 자산을 토큰으로 만들어 거래하는 시장(RWA)을 분석하는 플랫폼 캐슬랩스(Castle Labs)에 따르면, 지난 10일 주식토큰 시가총액(TVL)은 한 달 전보다 173.2% 상승한 13억4000만달러(약 1조9018억원)를 기록했다.
시가총액 상위권을 차지한 주식토큰은 가상자산 지갑 개발사인 엑소더스를 비롯해 테슬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상장지수펀드(ETF), 나스닥100 ETF, 20년 미국 국채 ETF 등이다. 엔비디아·애플·구글·메타 등 대형주를 비롯해 코인베이스·서클 등 코인 관련주, 일라이릴리·화이자 등 헬스케어, 코카콜라·월마트 등 필수소비재 주식도 토큰화됐다. 거래량은 미미하지만 일본의 도요타 주식도 토큰으로 출시돼 있다.
주식토큰은 미국을 제외한 국가를 중심으로 거래되고 있다. 미국 내에서도 거래가 허용돼 전 세계로 확산되면 시가총액은 지금보다 더 커질 전망이다.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나스닥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주식토큰을 상장할 수 있도록 규정을 변경해 달라고 요청했다. 폴 앳킨스 SEC 위원장이 토큰화에 대해 “금융 시장 혁신을 촉진할 수 있다”고 발언했던 만큼, 시장은 긍정적인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주식토큰은 실제 주식 가격과 연동되도록 설계됐다.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비트·크라켄 등에서 거래되는 주식토큰의 경우 실제 주식은 수탁기관에 보관돼 있고, 보관된 주식의 증표인 토큰이 유통돼 거래되는 구조다. 주가가 오르면 토큰주식 가격도 같이 상승하기 때문에 시세차익을 볼 수 있다. 결제가 10분 안팎에 완료되고, 24시간 연중무휴 거래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주식토큰(xStocks) 거래를 지원하고 있는 가상자산거래소 크라켄 홈페이지. /인터넷 캡처 |
하지만 금융 당국은 주식토큰을 어떤 법으로 규율해 관리할 것인지 명확하게 밝힌 적이 없다. 가장 큰 문제는 증권성이다. 주식토큰을 일반적인 주식과 동일한 증권으로 분류하는 것이 추세지만 여전히 논란으로 남아 있다. 금융위원회도 2023년 토큰증권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면서 “토큰의 증권성은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바이비트·크라켄에서 거래되는 주식토큰의 경우 주주권이 보장되지 않는다. 주식토큰을 보유한다고 주주로 등록돼 의결권을 행사하거나 배당을 받을 수 없다는 뜻이다. 실물 주식이 특정 기관에 보관돼 있을 뿐이다.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주식 가격을 추종하기만 하는 주식토큰을 주식과 유사한 증권으로 인정할 수 있는지 불명확한 것이다.
바이비트는 “(주식토큰) 투자는 회사에 대한 직접적인 지분 투자와 동일하지 않다”며 “의결권이나 배당 자격도 없고 회사 주식이나 잔여 자산에 대한 법적 청구권도 없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면서 “관할 국가의 법과 규제에 따라 (주식토큰은) 증권, 파상생품, 가상자산 등으로 분류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주식토큰이 증권인지 명확하지 않은 탓에 규제 공백이 발생하고 있다. 주식토큰을 이용해 미국 주식에 투자하면 ‘주식 투자’인지 ‘가상자산 투자’인지 판단할 수 없어 실질적으로 과세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이다. 일반적인 미국 주식 투자자는 연 250만원 초과 수익금에 대해 양도소득세 등 22%의 세금을 내야 한다. 주식토큰이 증권이 아닌 가상자산으로 분류되면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가상자산에 대한 과세는 2027년 1월 1일까지 유예됐기 때문이다.
이학준 기자(hakju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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