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주 모하비사막에 있는 마운틴패스 희토류 광산의 2024년 모습. 미국 내 유일한 희토류 광산인 이곳은 MP머티리얼즈가 보유하고 있다. /뉴시스 |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이 또다시 희토류 수출 규제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번엔 자국을 벗어나 해외에서 생산된 제품(희토류 0.1% 이상 함유 시)은 물론 관련 기술과 장비까지 통제하는 전방위적 희토류 통제다. 미국과의 관세 협상용 카드이겠지만 한국의 핵심 산업인 반도체·스마트폰·방산 등이 희토류 파동 영향권에 들면서 우리에게도 비상등이 켜졌다. 중국이 희토류 카드를 내밀 때마다 우리가 몸살을 앓는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15년 전 우리와 비슷한 상황에 몰렸던 일본은 상황이 다르다. 일본은 2010년 ‘센카쿠 분쟁’ 때 중국이 희토류 공급을 끊으며 보복에 나서자 정권이 수차례 바뀌면서도 일관되게 희토류 탈(脫)중국을 추진했다. 일본 정부 주도로 호주 업체에 투자하는 등 공급선을 다변화한 결과, 2010년 90%가 넘던 중국 희토류 의존도는 50%대 후반까지 낮아졌다. 여기에 정부 주도 R&D로 하이브리드 모터의 중(重)희토류 사용량을 50%나 줄이는 기술을 상용화했고, 희토류 소비량 자체를 40% 이상 감축하는 데 성공했다. ‘자원 안보’라는 일관된 목표 아래 15년간 쌓아 올린 방파제다.
우리는 이명박 정부 시절 추진했던 해외 자원 개발을 정권이 바뀌자마자 ‘부실 투자’이자 ‘적폐’라는 정치적 낙인을 찍고 수사를 시작했다. 광물자원공사의 볼리비아 리튬 개발 사업은 좌초됐고, 석유공사가 투자한 미 텍사스의 셰일가스 광구 역시 반값에 팔아버렸다. 결과적으로 다른 주주들에게만 엄청난 이익을 안겨줬다. 마다가스카르의 암바토비 니켈 광산처럼 문재인 정부 시절 헐값 매각 압박을 끝까지 견뎌내 ‘전기차 특수’로 대박을 터뜨린 일은 한국 정치 풍토에서 기적 같은 일이었다.
5년마다 정치적 이유로 국가 정책의 판이 뒤집히는 나라에서 어느 기업이 수십 년을 내다보는 자원 개발에 뛰어들겠나. 결국 우리는 스스로 ‘자원 안보’의 싹을 자르고 10년의 시간을 허송했다. 그 결과가 전기차 모터와 스마트폰에 필수인 네오디뮴의 중국 의존도는 15년 전과 같은 87~88%, 고성능 영구자석용 산화 디스프로슘은 100% 의존이다. 우리의 정치 만능, 국민 분열, 무능과 무책임, 나태를 보여주는 수치스러운 숫자다.
더 이상 다른 정권을 욕보여 자기 정권의 이익을 취하고 국익을 희생시키는 후진적 행태를 반복해선 안 된다. 여야는 자원 안보를 정치적 중립 지대로 선언하고 과학적 데이터에 기반해 자원 정책을 추진할 독립적 컨트롤타워를 세워야 한다. 해외 자원 개발 사업은 장기적 안목이 필수적이다. 단기적 시각으로 실패를 단정하는 어리석은 일도 그만둬야 한다. 해외 자원 개발은 재개돼야 한다. 실용 정부라면 눈앞의 위기 모면이 아니라, 10년, 20년을 내다보는 진짜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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