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여야 대변인 서로 사과, ‘막말 추방’ 운동을

박수현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왼쪽)과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이 지난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대통령-여야 당대표 회동 결과 공동 브리핑을 마친 후 손을 잡고 기자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photo 뉴스1

추석 연휴 중 상대 당을 ‘독버섯’, ‘균’이라고 부르며 거친 말을 주고받은 여야 수석 대변인이 서로 사과했다. 민주당 박수현 대변인은 10일 페이스북에 국민의힘 박성훈 대변인이 추석 인사와 함께 “어제 선배님에 대한 공격 너그럽게 이해해주세요”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내왔다고 공개했다. 박수현 대변인은 “제가 ‘독버섯’으로 선공했기 때문에 박성훈 대변인은 어쩔 수 없이 ‘균’으로 맞받았는데, 그게 마음에 걸려 저에게 사과한 것”이라며 “저도 과한 표현을 한 것에 대해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요즘은 상대에게 사과하면 강성 지지층으로부터 ‘수박’ ‘배신자’ 소리를 듣는다. 두 사람은 ‘용기’를 내야 했을 것이다.

지금 정치는 더 이상 떨어질 곳이 없을 만큼 추락했다. 여당 대표는 “악수는 사람과 하는 것”이라며 야당과 악수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가 국회에서 연설할 때 야당 원내대표는 악담으로 보복했다. 의원 간 교류도 사라졌다. 추석에 여야 젊은 의원들이 온라인 게임을 함께 하기로 했지만 막판에 민주당은 빠졌다. 연휴 중 대통령의 방송 출연을 놓고 여야 간 고소·고발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여야 대변인이 서로 사과한 날 민주당 김병주 최고위원은 ‘13개국에 나간 새 정부 해외 특사단이 성과 없이 예산을 낭비했다’고 지적한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을 향해 “손가락은 잘 붙어 있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폭력배들이나 할 말이다.

정치가 상식과 정도를 너무 벗어났다. 이러다 언제 다시 큰일이 터질지 모른다. 박수현 대변인은 “박성훈 대변인의 용기 있는 한마디가 우리를 선하게 이끌고 있다”고 했다. 여야 동시 막말 추방 운동이라도 했으면 한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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