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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유급 주휴시간, 주당 근로시간에 비례해 계산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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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일제 등 노동시간이 종일제 보다 적은 노동자의 경우 유급 주휴시간도 줄여서 계산해야 한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주휴일을 하루 소정근로시간을 기준으로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주당 근무한 시간을 5일(소정근로일)로 나눠서 계산해야 한다는 취지로 이같은 판결이 확대 적용된다면 단시간 노동자나 교대 근무자 등에게 불이익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지난 8월14일 경남 진주의 ㄱ회사의 격일제 택시기사들이 낸 임금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



ㄱ회사는 2010년 기존 12시간(기본근로 8시간·연장근로 3시간,·야간근로 1시간)이었던 택시기사들의 소정근로시간을 노사합의를 거쳐 4시간으로 단축했다. 아울러 2015년에는 3시간30분, 2018년에는 2시간으로 소정근로시간을 줄였다. 소정근로시간은 사용자와 노동자가 단체협약 등에서 합의해 정한 근로시간을 의미한다. 최저임금법이 2007년 12월 개정되면서 하루 운송 수입 중 회사에 납부하는 이른바 ‘사납금’을 제외하고 택시기사가 가져가는 수입은 최저임금에 포함되지 않는 특례조항이 신설됐고 2010년 7월 시행됐다. 이 때문에 당시 일부 택시회사들은 최저임금이 적용되는 소정근로시간을 축소하는 방식으로 택시기사들에게 지급하는 임금을 줄였다. 이에 ㄱ회사 택시노동자들은 최저임금을 소정근로시간을 변경하기 전인 12시간을 기준으로 지급해야 한다며 2019년 ㄱ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했다.



1심 재판부는 “고정급이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것을 회피할 의도로 사용자가 소정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산정되는 시간당 고정급의 외형상 액수를 증가시키기 위해 노동조합과 사이에 실제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의 변경없이 소정근로시간만을 단축하기로 합의한 경우 이러한 합의는 강행 법규인 이 사건 특례조항 등의 적용을 잠탈하기 위한 탈법행위로서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라며 택시기사들의 소정근로시간을 12시간으로 판단했다. 항소심은 소정근로시간을 기본근로시간인 8시간으로 보되 연장 및 야간근로(4시간)에 대한 임금 역시 미지급한 것으로 보고 회사에 지급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항소심에서 원고인 택시기사들은 ㄱ회사가 격일제 택시기사들의 주휴일을 종일제 택시기사의 절반만 인정한 것은 부당하다는 내용으로 청구취지를 확대했다. 주휴일은 노동자가 1주일 동안 정해진 근무일수를 채웠을 때 주당 1회 이상 보장하는 유급휴일이다. ㄱ회사 쪽은 격일제로 한달에 12일을 근무한 택시기사들이 얻을 수 있는 유급 주휴일은 한달에 2.16일이므로 월평균 주휴일수를 약 4.34일로 계산해 미지급 최저임금액을 계산한 원고의 청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1주일을 만근한 근로자의 경우에 1일 소정근로시간만큼의 주휴수당이 지급되어야 한다고 해석되고 이러한 주휴일 제도는 매일 연속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는 통상적인 근무형태에서뿐만 아니라 1일 24시간씩 근무가 이뤄지는 격일제 근무형태에서도 적용”된다며 “원고들이 얻을 수 있는 월평균 주휴일수는 약 4.34일로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항소심이 격일제 택시기사들의 소정근로시간을 하루 8시간으로 판단한 것은 인정했다. 하지만 ㄱ회사가 4시간의 연장·야간근로에 대한 수당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본 항소심 판단에 대해서는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제대로 하지 아니한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봤다. 기본근로시간인 8시간을 제외한 연장·야간근로시간의 경우 2010년 이후 별도의 노사 합의가 없었기 때문에 원고인 택시기사들이 별도로 연장·야간근로를 했다는 사실을 증명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대법원은 주휴수당에 대한 판단도 뒤집었다. 대법원은 격일제로 근무하는 택시기사들의 월평균 주휴일이 4.34일이라는 사실은 인정했다. 하지만 항소심이 하루 유급 주휴시간을 8시간으로 계산한 것은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봤다. 대법원은 “(항소심의 계산대로라면) 1주간 소정근로일 수가 5일 미만인 근로자가 5일 이상인 근로자보다 1주간 소정근로시간이 적음에도 같은 주휴수당을 받게 되는 불합리가 발생”한다며 “1주간 소정근로일 수를 5일로 보고, 1주간 소정근로시간을 5일로 나누는 방법으로 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이를 근거로 대법원은 격일제 택시기사들의 유급 주휴시간을 4.75시간으로 계산했다. 항소심에서 34.72시간(8시간×4.34일)으로 판단한 월평균 유급 주휴시간을 (4.75시간×4.34일) 20.61시간으로 줄인 것이다.



이같은 대법원의 판단이 나오면서 이후 단시간·교대 노동자 등이 실제 받는 임금이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법무법인 감천의 김가람 노무사는 “대법원 판결이 단시간 노동자나 교대 노동자 등에게 폭넓게 적용되면 임금이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회사가 주휴수당을 적게 주기 위해 편법적으로 근로시간을 변경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며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입법적인 대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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