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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중국인 3대쇼핑 방지법’ 추진…당내서도 “중도층 좋아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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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혜 국민의힘 의원. 김 의원 페이스북 갈무리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 김 의원 페이스북 갈무리


국민의힘이 중국인의 의료·선거·부동산 등 ‘3대 쇼핑’ 방지법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극우 유튜버 등을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는 ‘혐중’ 정서를 자극하며 강성 지지층 결집에 나선 것이다. 당장 더불어민주당 쪽에선 “혐오를 정치의 도구로 선택한다”고 비판했다. 당 안에서도 혐중 정서에 기댄 정책을 당론으로 추진하는 게 도리어 중도층을 등 돌리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은혜 국민의힘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10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중국인 3대쇼핑 방지 3법’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우리 국민은 해외에서 건강보험 혜택도 선거권도, 부동산 거래 자유도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데, 우리 땅을 밟는 중국인들은 제도의 빈 틈을 파고 들어 ‘의료쇼핑’(낸 건강보험료 보다 더 많은 혜택을 받음), 선거쇼핑(한국에 살지도 않으면서 지방선거 때 투표권 행사), 부동산 쇼핑(한국인과 달리 대출 규제에서 자유로운 중국인이 투기 목적으로 집을 산다)”을 하는 등 ”국민 역차별”이 이뤄지고 있는 만큼, 법 개정 등을 통해 바로잡겠다는 것이다.



그는 그러면서 “반중시위는 혐오라고 호들갑 떨면서 정작 반미시위는 모른 척하는 정부 행태를 보면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은 끝났다’는 이재명 대통령 발언이 거짓말이라고 느끼게 된다”며 “이 정부의 일관된 노선은 반미친중 아닐까. 중국 문제에서 기준은 공정이어야 하는데 정부·여당은 중국 앞에서 공손하기만 하다”고도 했다.







지방선거 8개월 앞…‘친중 vs 친미’ 프레임으로 결집 노리나





김 수석부대표의 발언은 최근 중국대사관이 있는 서울 명동과 중국동포들이 많이 살고 있는 대림동 일대에서 극우단체들의 혐중 시위가 이어지고, 극우 유튜버들을 중심으로 중국인 단체 관광객 한시적 무비자 입국과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를 연결 짓는 ‘혐중 음모론’이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 최근 김민수 최고위원이 △무비자 제도를 악용한 범죄조직 침투 가능성 △대규모 입국으로 전염병과 감염병 확산 가능성 등을 언급하며 중국인 무비자 입국 허용을 “국민 안전을 담보로 한 위험한 도박”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이런 발언이 논란이 되자 김 최고위원은 “국민 안전을 먼저 생각하는 것이 혐중이라면 내가 혐중하겠다. 무비자 입국을 환영하는 너희는 친중해라”고 했다.



국민의힘의 이런 ‘중국 때리기’는 다분히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강성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최근 각종 조사를 통해 국민 전반에 반중 정서가 강해지는 경향이 나타나자, 정부와 여당을 ‘친중’으로 규정하며 갈라치기를 하려는 것이다. 실제로 올해 초 동아시아연구원(EAI)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2025 양극화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국에 대해 ‘부정적’이란 답변은 71.5%에 달했다. 북한(79%)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2015년 조사에선 부정적이란 답변은 16.1%였는데, 2020년 40.1%로 치솟은 데 이어 올해는 31.4%포인트나 급등한 것이다.



국민의힘 원내 관계자는 최근 ‘중국 3대 쇼핑 방지법’의 당론 추진 배경과 관련해 “이재명 정부 들어, 정부가 미국이 아닌 중국에 우호적이 됐다며 ‘친중’ 기조를 문제삼는 지지층의 심리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수도권 집값이 많이 오르지 않았냐”며 “중국인과 달리 내국인만 대출 규제를 받는 것에 대한 국민 불만이 있는 것도 (당론 추진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김 수석부대표의 말마따나 ‘한국 국민이 중국인에 비해 역차별 받는다’는 지지층의 정서를 반영한 것이란 취지다. 그는 “특히 이번에 중국인 무비자 입국이 시작되면서 (지지층의 반중 감정이) 더 자극된 게 아닌가 싶다”고 했다.



보수성향 단체인 민초결사대가 지난달 29일 오후 국회의사당 앞에서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화재 진상규명 촉구 및 중국인 무비자 입국 반대’ 집회를 열고 있다. 정봉비 기자 bee@hani.co.kr

보수성향 단체인 민초결사대가 지난달 29일 오후 국회의사당 앞에서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화재 진상규명 촉구 및 중국인 무비자 입국 반대’ 집회를 열고 있다. 정봉비 기자 bee@hani.co.kr




보험료는 국민이 내고 혜택은 중국이 받는다?







국민의힘 쪽은 “중국인에 관대한 이번 정부에 경종을 울리고 국토위나 운영위 차원에서 법안들을 검토할 예정”(최수진 원내수석대변인)이라면서도, 당론으로 추진할 중국인 3대(의료·선거·부동산) 쇼핑 방지법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확정하지는 않았다. 다만 김 수석부대표 쪽에선 이를테면 한국의 선거권을 인정하지 않는 나라 국민에 대해선 한국 영주권을 취득하더라도 지방선거 투표권을 부여하지 않는 등 ‘상호주의’에 입각한 개정안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이 추진하겠다고 한 중국인 3대 쇼핑 방지법은 일부 팩트에 기반하고 있지만, 혐중 정서에 기반해 다소 문제의식이 부풀려진 측면이 강하다. 김 수석부대표는 중국인의 의료쇼핑과 관련해 “2만원이 안 되는 보험료를 내고 7천만원 혜택을 받은 중국인도 있다”며 “국민이 낸 보험료로 외국인이 혜택을 가로채는 건 혈세 먹튀”라고 주장했다. 외국인이 짧은 체류 기간에 건강보험에 가입해 고액의 진료 혜택을 받는 사례를 지적한 것이다. 김 수석부대표는 이를 두고 “보험료는 우리 국민이 내고 혜택은 외국인이 가로챈다”고 발언했다.



하지만 ‘국내체류 외국인 건강보험 재정 수지 추이’를 보면, 외국인 건보 가입자 재정 수지는 2017~2023년 모두 흑자였다. 특히 중국인의 경우, 2021~2023년 각각 109억원, 229억원, 27억원 적자였지만 지난해에는 55억원 흑자로 돌아섰다. 중국인은 한국 체류 기간이 길고 상대적으로 다른 외국인에 비해 고령화돼 의료 이용이 많다는 분석도 있다.



김 수석부대표는 또 “외국 국적이라도 영주권을 얻고 3년이 지나면 우리나라에 거주하지 않아도 투표할 수 있다”며 중국인의 ‘선거 쇼핑’을 문제 삼았다. 영주권 체류자격 취득일 뒤 3년이 경과한 외국인에게 지방선거 투표권이 있는 건 맞지만, “한국에 거주하지 않아도 투표가 가능해, 실제로 국내에 살지 않는 중국인이 지방선거에서 표를 행사한다”는 말은, 완벽한 사실에 부합하진 않는다. 대선이나 총선과는 달리, 지방선거 때는 재외국민 투표가 이뤄지지 않아 투표를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한국에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지방선거 투표를 위해 귀국한다는 걸 전제로 하지 않는다면 이 말은 성립하지 않는다.



중국인의 부동산 쇼핑과 관련해 김 수석부대표는 “대출 규제에서 자유로운 중국인들이 투기 목적으로 집을 사들이고, 많은 왕서방들이 실제 살지도 않으면서 우리 국민들로부터 월세를 받아가면서 그 사이 서민들의 내 집 마련 꿈은 쓰러져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외국인 소유 국내 주택은 약 10만200가구이며, 절반 이상은 중국인 소유다. 중국인을 포함한 외국인의 경우, 자국 은행에서 자금을 마련하면 국내 규제에서 벗어날 수 있고 실거주 확인도 어려웠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이런 문제가 지적되자 지난 8월 서울 전역과 인천, 경기도 주요 지역을 ‘외국인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해 실거주 목적이 아닌 외국인 주택 매입을 제한한 바 있다.







민주 “국힘, 노골적으로 혐오를 정치 자원 삼으려 해”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중국인 3대 쇼핑 방지법 추진을 두고 “노골적으로 혐오를 정치 자원으로 삼으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난 8월 중국 특사단으로 파견됐던 김태년 민주당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의료 쇼핑’이라 비난하지만 중국인 대상 건보 재정 수지는 이미 흑자로 전환됐다. ‘선거 쇼핑’이라며 색깔론을 들이대지만 태영호 국민의힘 전 의원은 지난 총선 당시 중국어 현수막을 걸었다. ‘부동산 쇼핑’ 운운하지만 중국인이 소유한 토지 면적은 전체 외국인 소유의 10%에도 미치지 않는다”며 “이 모든 사실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힘은 여전히 거짓과 왜곡으로 국민을 호도하며, 혐오를 정치의 도구로 선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황명선 민주당 최고위원은 “경주 아펙(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가 불과 2주 앞으로 다가왔다. 지금은 여야가 협력해 국가의 위상을 높여야 할 때인데 국민의힘은 마치 아펙이 실패하길 바라는 것처럼 반중 정서를 자극하며 혐오 정치에 불을 지피고 있다”며 “국내에서 열리는 다자 외교무대를 망칠 셈이냐”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 중진 의원은 “관광업 쪽은 (무비자 입국으로 더 많은) 중국인이 들어와 환영하고 있다”며 “나라 전체를 생각해서라도 ‘혐중’으로 가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다른 의원도 “(중국인 3대 쇼핑 금지법 추진 등이) 경제에 부정적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며 “이런 정책으로 중도층 마음을 얼마나 살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 김해정 기자 sea@hani.co.kr 김채운 기자 cw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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