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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의 시간을 품은 호수…현재를 굽이치다

이데일리 강경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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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CE정상회의 열리는 경주의 얼굴 '보문호'
아침엔 물안개, 낮엔 은빛억새, 저녁엔 노을
7.8㎞ 둘레길 시간에 따라 다른 매력 보여줘
전통기와 수문각과 현대식 리조트가 나란히
잔잔한 호수 위로 과거 현재 공존하는 풍경
1979년 관광객 실어 나르던 유람선 '백조호'
'대한민국 관광 100년 역사'도 엿볼 수 있어
[경주(경북)=글·사진 강경록 여행전문기자] 이른 새벽 보문호 위로 안개가 내리고 억새가 흔들린다. 호숫가를 따라 늘어선 호텔의 불빛은 잔잔한 물결에 반사돼 색다른 풍경을 만든다. 고요한 천 년 고도의 호흡과 달리 보문호 주변의 시간은 빠르게 흐른다. 이달 말 경주는 세계의 시선을 받는다.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이곳에서 열리기 때문이다. 회의의 중심은 경주화백컨벤션센터(HICO)지만 각국 대표단의 숙소는 대부분 보문호 주변에 자리한다. 천 년의 호수를 품은 보문관광단지가 세계 정상과 방문객을 맞는 또 하나의 무대가 된다.

천 년 고도 경주를 대표하는 명소인 보문관광단지 내 인공호수 ‘보문호’ 둘레길. 경주동궁원에서 출발하는 길이 7.8㎞의 산책로로 중간 중간 카페, 관광지 등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다양하다.

천 년 고도 경주를 대표하는 명소인 보문관광단지 내 인공호수 ‘보문호’ 둘레길. 경주동궁원에서 출발하는 길이 7.8㎞의 산책로로 중간 중간 카페, 관광지 등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다양하다.


물과 무대가 하나로…호수 위 수상공연장 명소로

보문호는 경주의 대표 풍경이다. 단순한 인공 저수지가 아니라 신라의 옛 궁궐이 있던 동쪽을 감싸며 천 년의 시간을 품어온 공간이다. 이곳의 매력을 제대로 느끼려면 호반을 걸어야 한다. 약 7.8㎞의 둘레길을 따라 걸으면 호수는 시간에 따라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아침엔 물안개가 피어오르고, 낮에는 푸른 하늘과 구름을 비춘다. 가을이면 은빛 억새와 단풍이 물가를 물들이고, 저녁이면 노을이 호수를 붉게 물들인다. 밤에는 불빛이 수면 위에 반사돼 또 다른 풍경을 만든다

보문호둘레길

보문호둘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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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관광100년 기념공원 문구

대한민국 관광100년 기념공원 문구


둘레길을 걷다 보면 호숫가의 벤치마다 다른 이야기가 스며 있다. 자전거를 타는 여행자, 손을 잡은 가족, 오리를 따라 뛰는 아이, 사진을 남기는 연인. 호수는 단순한 풍경이 아니라 사람들의 일상이 쌓이는 무대다. 완만한 탐방로는 숲과 물이 교차하며 지루하지 않다. 나무 그늘이 길을 덮고 발아래로는 잔잔한 물결이 따라온다.

경주동궁원을 출발해 한 바퀴 도는 코스는 약 2시간 정도 걸린다. 중간 중간 카페와 관광지에 들러 쉬어가면 반나절이 금세 지나간다. 출발점으로 삼기 좋은 곳은 이번에 리뉴얼을 마친 소노캄 경주다. 호수를 정면으로 마주한 이 호텔은 보문호 산책로의 관문이자 대표적인 숙소다. 정원 앞 잔디밭의 하얀 조형물은 여행객들의 사진 명소로 인기가 높다.

호수 위의 수상공연장은 경주의 또 다른 명소다. 알록달록한 좌석이 물 위에 펼쳐져 있고, 무대는 마치 떠 있는 듯하다. 주요 축제와 공연이 열리는 곳으로 비어 있는 날에도 사람들은 호수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다. 물과 무대가 하나가 된 풍경은 경주만의 미학을 보여준다.
1979년부터 2014년까지 관광객을 실어 나르던 실제 유람선 ‘백조호’

1979년부터 2014년까지 관광객을 실어 나르던 실제 유람선 ‘백조호’


대한민국 관광의 시작, 그 흔적을 따라

보문호를 걷다 보면 과거의 시간을 마주하게 된다. 숲 사이로 보이는 흰색 유람선 ‘백조호’가 그 증거다. 1979년부터 2014년까지 관광객을 실어 나르던 실제 유람선으로 지금은 육지 위에 전시돼 있다. 당시의 웃음소리와 엔진음이 여전히 이곳의 공기 속에 남아 있는 듯하다.

조금 더 걸으면 ‘대한민국 관광 100년 기념공원’이 나타난다. 1971년 정부가 추진한 경주관광종합개발계획을 기념해 조성된 공간이다. 1979년 4월 6일, 보문관광단지가 문을 열면서 한국 최초의 종합관광단지로 기록됐다..
대한민국 관광100년 기념공원은 하늘에서 보면 뫼비우스의 띠처럼 생겼다.

대한민국 관광100년 기념공원은 하늘에서 보면 뫼비우스의 띠처럼 생겼다.


이 공원에는 대통령들의 흔적도 남아 있다. 1998년 김대중 대통령이 경주세계문화엑스포 개막을 앞두고 점화했던 기념비와 식수비 그리고 역대 대통령들의 동상이 그 시대의 흔적을 전한다. 손을 흔드는 모습, 아이들과 대화하는 모습이 표현돼 있다. 한국 관광의 성장과 국가의 의지가 맞닿아 있음을 보여준다.


공원 안쪽 전망대 ‘도약의 링’은 보문호의 전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명소다. 위에서 내려다보면 공원의 전체 형태는 ‘뫼비우스의 띠(∞)’ 모양으로 보인다. 끝없이 이어지는 시간의 상징이다. 전망대에 서면 가까운 수면 위로 구름이 내려앉고, 바람에 일렁이는 물결이 고요히 퍼진다. 관광의 과거와 현재가 한눈에 들어온다.
보문호둘레길에 자리한 ‘보문물너울교’

보문호둘레길에 자리한 ‘보문물너울교’


보문호, 세계를 맞이할 새로운 무대

보문호 산책로를 걷다 보면 ‘저게 뭐야?’, ‘이게 뭐고?’라는 익살스러운 문구의 안내판이 눈에 띈다. 그 아래에는 호수의 수질 정화와 하천수 재활용 시스템에 대한 설명이 있다. 수면 아래에서도 지속 가능한 관광을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호수의 끝에는 우아한 곡선의 ‘보문물너울교’가 놓여 있다. 신라 고승 원효의 설화를 모티브로 해 하늘과 호수를 잇는 상징물로 세워졌다. 다리 위에 서면 멀리 이어진 산맥과 하늘빛을 담은 수면이 한눈에 들어온다.

호수 한쪽의 반달 모양 조형물은 낮과 밤의 풍경을 모두 담는다. 낮에는 호텔군과 호수를 배경으로 밤에는 조명과 달빛이 어우러져 몽환적인 장면을 만든다. 전통 기와지붕의 수문각과 현대식 리조트가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은 경주의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풍경이다.
보문호의 수위 조절 및 방류를 담당하는 보문댐(보문저수지)의 수문조작 탑

보문호의 수위 조절 및 방류를 담당하는 보문댐(보문저수지)의 수문조작 탑


경주 보문호 둘레길을 걷고 있는 시민

경주 보문호 둘레길을 걷고 있는 시민


보문호 일대는 지금 손님맞이에 한창이다. 거리 곳곳에는 ‘2025 APEC 경주’ 로고가 붙은 조형물이 세워지고, 조명 교체와 도로 정비가 이어지고 있다. 보문호 주변 15곳의 주요 호텔이 리모델링을 마쳤고, 전시시설과 관광안내소도 새 단장을 끝냈다. 시내버스에는 “완벽한 경주해”라는 문구가 새겨졌다.


APEC 정상회의 기간 동안 보문호 주변은 세계 각국 대표단과 기자단이 머무는 중심지가 된다. 회의가 끝난 뒤에도 이곳은 경주의 얼굴로 남을 것이다. 호수의 고요, 둘레길의 질서, 공연장의 활기, 그리고 관광역사의 흔적. 이 모든 것이 경주가 세계에 내보일 풍경이다.

보문호는 단순한 산책길이 아니다. 세계 정상들이 가장 먼저 마주할 경주의 얼굴이다. 회의가 끝나도 호수는 여전히 흐르고 길은 다시 여행자를 맞이한다. 천 년의 도시 경주는 오늘도 그 시간 위를 걷고 있다.

경주 보문호 ‘달 포토존’

경주 보문호 ‘달 포토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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