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국무원총리이자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인 리창이 10월 9일 평양 순안 국제공항에도착해 박태성 북한 내각총리와 함께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신화 연합뉴스 |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와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이 10일 열리는 북한 노동당 창건 80년 행사 참석을 위해 방북했다. 이들은 각각 중국과 러시아의 서열 2인자다. 지난달 초 중국 전승절 80년을 계기로 북·중·러 3국 정상이 천안문 망루에 오른 지 한 달여 만에 또다시 3국 최고위급이 나란히 서게 된 것이다.
이번 행사는 북한의 달라진 국제적 위상을 실감케 한다. 북한은 매년 노동당 창건 행사를 열었지만 대내용 행사 수준이었다. 2015년 노동당 창건 70년 행사 땐 중국 공산당 서열 5위가 참석했고, 러시아 대표단은 불참했다. 열병식 때 공개하는 신형 핵·미사일 정도가 관심사였다. 그러나 최근 상황이 변했다. 북·중·러 밀착을 계기로 국제 무대에서 북한의 무게감이 달라졌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한국의 상황은 녹록지 않다. 트럼프 집권 이후 한미 관계는 관세 문제로 삐걱대고 있다. 3500억달러 대미 투자를 두고 한국과 미국 당국자의 말이 엇갈리고 협상 전망은 오리무중이다. 트럼프는 오는 29일 2기 취임 후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하지만, 최대 1박 2일만 머무를 것이라고 한다. 방한 전 일본에 2박 3일 체류하는 것과 대비된다. 관세 협상에서 미측이 고수하는 요구 수준이 무리한 것은 분명하나, 트럼프 행정부가 이재명 정부를 기피하려 한다는 인상을 주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런 와중에 일부 여권 인사들은 반미 행보로 한미 관계 악화를 부추기고 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호평받았던 한일 관계에도 변수가 생겼다. 조만간 차기 총리에 취임할 다카이치 사나에 신임 자민당 총재는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해 온 강경 우파다. 독도는 일본 영토이니 한국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는 발언도 했다. 이 대통령은 취임 100일 사이 이시바 총리와 세 차례 만났는데, 이런 셔틀 외교가 끊길 수도 있다. 트럼프 집권 이후 느슨해진 한·미·일 관계에 악재만 더해지는 것이다.
한·미·일은 2023년 미 캠프 데이비드에서 3국 협력 체제를 출범시켰다. 지금의 북·중·러 밀착과 비교할 수 없는 공고한 관계였다. 불과 2년 뒤 캠프 데이비드 체제를 이끌었던 3국 정상이 모두 바뀌었고, 사이도 멀어졌다. 지금은 세 정상이 한자리에 모여 간단한 대화를 하기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북한이 외교적 성공을 거두는 사이 한국은 뒷걸음질쳤고, 안보 위기는 커져 가고 있다. 이달 말 경주 APEC(아태경제협력체)에서 열릴 한미·한일 정상회담에서 한·미·일 공조를 복원할 단초를 조금이라도 만들어야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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