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는 엿 먹으라고 하고. 여기는 미국이야. 미국이 미국과 싸우고 있는 거지. 무슨 말씀입니까? 내전이야, 브릭. 아무것도 모르는 건가? … 그자는 왜 죽어야 하는 거죠? 그자가 이 전쟁의 주인이니까. 이 전쟁을 만들었고, 지금 벌어지는 일이나 앞으로 벌어지려는 일이 모두 그의 머릿속에 있으니까. 그 머리를 제거하면 이 전쟁은 멈추는 거야. 간단한 거지.” <어둠 속의 남자>, 북다
오언 브릭은 어느 날 깊은 구덩이에서 깨어난다. 오언이 눈뜬 곳은 2000년 대선 이후 내전으로 분열된 가상의 미국이다. 그는 곧 알게 된다. 자신이 이야기의 일부라는 것을. 이야기를 쓴 사람은 은퇴한 문학평론가 오거스트 브릴이다. 아내를 잃고, 자신도 교통사고로 휠체어를 타는 신세가 된 그는 버몬트의 집에서 요양하며 불면의 밤을 지낸다. 오거스트는 상실과 고통을 견뎌내기 위해 이야기를 쓴다. 그러나 이야기 속 전쟁이 격화될수록 이야기 안의 이들이 겪는 고통은 커진다. 결국 오언은 이야기 안의 전쟁을 끝내기 위해 오거스트를 암살하려 한다. 대선 이후 벌어진 내전이라는 소설 속 이야기의 설정이 2020년대의 미국 혹은 한국의 현실 어디에 둬도 어색하지 않은 느낌이라 흥미롭다. 미국 문학의 거장 폴 오스터 소설을 북다에서 개정판으로 낸 책이다.
고희진 기자 go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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