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모든 좌타자가 좌완에 약하지는 않은 것과 같이, 좌완이라고 해도 좌타자에게 오히려 더 약한 선수도 있기 마련이다. 올해 SSG 마운드에서 가장 성장한 선수로 뽑히는 좌완 박시후(24)가 그렇다. 박시후는 올해 1이닝 이상을 던지는 불펜 투수로 맹활약했다. 시즌 52경기에서 52⅓이닝을 던지며 6승2패3홀드 평균자책점 3.27이라는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쳤다. 올해 SSG 마운드가 선발진의 숱한 펑크에도 불구하고 버틸 수 있었던 하나의 원동력이었다.
다만 좌완인 박시후는 좌타자에게 오히려 약했다. 올 시즌 박시후는 좌타자를 상대로 피안타율 0.252, 피출루율 0.382를 기록했다. 피출루율이 꽤 높은 편이었다. 반대로 우타자를 상대로는 피안타율 0.209, 피출루율 0.299로 더 강했다. 피장타율은 좌타자가 더 낮은 편이었지만, 좌타자를 상대로는 볼넷도 많이 내주는 등 좌완 스페셜리스트의 이미지는 아니었다. 오히려 1이닝 이상을 던지는 릴리버로서의 가치가 큰 선수였다.
하지만 SSG 벤치는 9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삼성과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데이터와는 조금 다른 선택을 했다. SSG는 선발 미치 화이트가 경기 시작부터 제구 난조에 시달리며 고전했다. 1회 이재현에게 솔로홈런, 3회 김영웅에게 투런포를 맞고 3실점했다. 2이닝 3실점으로 경기를 마쳤는데 사실 경기 내용만 놓고 보면 그 이상 실점을 해도 이상하지 않은 날이었다.
그러나 박시후는 올해 우타자보다 좌타자에게 더 약했던 것은 물론, 이 타순에도 약했다. 올해 구자욱을 상대로는 3타수 2안타에 2루타 하나를 맞은 기억이 있었다. 디아즈는 상대로는 3번 상대해서 볼넷 하나, 몸에 맞는 공 2개를 내줬다. 피출루율 1.000이었다, 김영웅을 상대로도 2타수 1안타로 강하다고 할 수 없었다. 그런데도 SSG 벤치는 박시후를 투입했다.
결과는 좋지 않았다. 가뜩이나 포스트시즌 첫 경기였다. 큰 무대에서 긴장할 법했다. 과감하게 몸쪽 승부를 못했다. 바깥쪽 일변도였다. 결국 구자욱과 승부에서 2S를 잡아놓고도 볼넷을 내주면서 위기가 시작됐다. 이어 디아즈에게는 우중간 담장까지 날아가는 2루타를 맞아 추가 실점했다. 김영웅을 삼진으로 잡아냈지만, 김지찬에게 적시타를 맞고 1점을 더 내줬다. 5-0. 삼성의 승리 확률이 크게 치솟은 이닝이었다.
굳이 좌타자 스페셜리스트를 넣는다면 우타자보다 좌타자 성적이 더 좋은 좌완 김택형이 있었다. 김택형은 올해 좌타자 상대 피OPS가 0.612로 우타자(0.700)보다 더 좋았다. 2022년 한국시리즈 당시에는 이정후(키움)와 같은 상대 핵심 좌타자들을 요격하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한때 마무리까지 했던 선수로 큰 경기 경험도 박시후에 비해 더 많았다. 하지만 시즌 중부터 유독 김택형을 신뢰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던 SSG는 이 카드를 외면했다.
이숭용 SSG 감독은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상대 좌타 라인을 잡을 좌완이 두 명이 있어야 하는가”는 질문에 휴식 시간이 있는 포스트시즌 특성상 필승조를 일찍 투입할 수 있기에 굳이 스페셜리스트는 없어도 된다는 취지의 답을 내놨다. 하지만 그건 선발이 어느 정도를 버틸 수 있다는 전제 하이고, 이날 같은 경우는 분명 상대 좌타 라인을 잡을 뭔가의 무기가 필요했다. 지금 찾지 못하면, 이날 4회 같은 양상이 시리즈 내내 SSG를 괴롭힐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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