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7일 영화 <건국전쟁2> 관람에 앞서 서울 롯데시네마 영등포점 한 카페에서 진행된 김덕영 감독과의 대화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제주 4·3 사건 왜곡 논란이 불거진 영화 <건국전쟁2>에 대해 “역사를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은 모두 다 존중돼야 한다”고 말했다. 제주 시민사회와 정치권에서는 “범죄를 포장한다”며 반발했다. 제1야당 대표가 국가폭력을 미화하고 왜곡했다는 논란이 있는 영화에 동조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장 대표는 9일 국회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건국전쟁2>는 역사적 사건을 바라보는 또 하나의 시각”이라며 “영화 보는 것 자체를 문제 삼거나 억울하게 희생된 분들을 폄훼한다고 몰아붙이는 것은 또 하나의 프레임이자 역사 훼손”이라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지난 7일 서울 영등포구의 한 영화관에서 <건국전쟁2>를 관람한 것을 두고 비판이 제기되자 반박한 것이다.
제주4·3범국민위원회와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는 전날 성명에서 “4·3 당시 제주도민 탄압에 앞장섰던 박진경 대령 등을 미화하는 영화에 대한 (장 대표의) 감사 표시는 3만명의 4·3 희생자를 두 번 죽이는 행위”라고 밝혔다.
장 대표는 영화를 관람한 직후 “우리나라는 언제부터인가 어떤 역사적 사실에 대해 새로운 사실을 말하지 못하는 ‘입틀막’이 됐다”며 “희생이 있었다고 해서 역사적 사실이 반드시 한쪽으로 기술되거나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것이 금지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장 대표는 그러면서 “오늘날의 체제 전쟁은 역사 전쟁과 문화 전쟁에서 시작된다”며 “이 영화를 본 것이 대한민국을 바로 세우는 시작점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7일 서울 롯데시네마 영등포점에서 영화 <건국전쟁2>를 관람하고 있다. 공동취재단 |
이는 해방 이후인 1947년부터 한국전쟁 직후인 1954년까지 제주에서 벌어진 4·3 사건을 강경 진압한 이승만 당시 대통령을 매개로 보수 지지층을 결집하는 행보로 풀이된다. 장 대표가 지난 8월 취임 전후로 보여온 극우적 행보를 이념·역사적 차원에서 이어간 것으로 보인다.
제1야당 대표가 무분별한 제주도민 학살 등 국가 폭력이 자행된 4·3 사건 왜곡에 사실상 동조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오영훈 제주지사는 페이스북에 “수만 명의 제주도민을 학살한 제주 4·3은 국가가 저지른 참혹한 폭력이자 범죄였다”며 “장 대표가 범죄를 ‘다양한 역사적 관점’으로 포장했다”고 썼다. 민주당 제주특별자치도당은 전날 논평에서 “제주 4·3 왜곡·폄훼 영화 공개 관람은 국민의힘이 극우 정당임을 자인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당내에서는 강경 보수층 위주의 행보라는 지적이 나왔다. 우재준 청년최고위원은 SBS 라디오에서 “보수 결집 때문에 영화를 본 것 같다”며 “중도 확장을 위해 활동 영역을 넓혀가야 할 때”라고 말했다. 김소희 의원도 BBS 라디오에서 “이 영화로 논란이 있을 거라는 건 누구나 다 안다”며 “굳이 이렇게 논란을 일으켜야 할까 아쉬움이 있다”고 했다.
김대중 대통령 때인 2000년 제주 4·3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 특별법이 제정됐고 노무현·문재인 대통령은 4·3 사건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국회는 2021년 특별법을 전부 개정하며 피해자·희생자 명예회복과 지원을 강화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에서는 4·3 사건 발발 요인 중 하나인 남조선노동당(남로당)의 무장봉기에 초점을 맞추며 이승만 정권의 국가 폭력 실태를 도외시하는 듯한 주장이 제기돼왔다. 2023년 최고위원에 출마한 태영호 당시 의원은 “4·3사건은 명백히 북한 김일성의 지시로 촉발됐다”고 주장했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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