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P 연합뉴스 |
세바스티앙 르코르뉘 프랑스 총리가 취임 27일 만인 지난 6일(현지 시각) 전격 사임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최측근이 한 달도 못 채우고 물러나면서 마크롱 정권의 위기가 정점에 이르렀다.
르코르뉘는 지난해 99일 만에 물러난 미셸 바르니에 전 총리의 기록을 경신하며 20세기 이후 최단명 총리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마크롱 2기에만 다섯 명의 총리가 잇따라 사임했다. 이들의 평균 재임 기간은 6개월에 불과하다.
프랑스의 신임 총리 세바스티앙 르코르뉘가 2025년 9월 13일 프랑스 중동부 마콩에 있는 지방 보건소를 방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
총리 교체가 반복되는 근본 원인은 의회의 여소야대 구도다. 하원 577석 중 여당 르네상스 연합은 245석으로 최소 과반(289석)에 미달한다. 좌파연합(NUPES) 131석, 극우 국민연합(RN) 89석, 중도우파 공화당(LR) 61석으로 캐스팅보트를 LR이 쥔 구조다. 극좌와 극우가 맞서면서 국정은 사실상 마비 상태다.
최근 정부의 긴축예산안과 복지 축소 정책이 민심을 자극했고, 프랑수아 바이루 전 총리가 내각 불신임안 통과로 실각했다. 이에 마크롱은 국방부 장관 등을 지내며 행정력을 입증한 르코르뉘를 새 총리로 기용했다. 하지만 새 내각이 출범하자마자 ‘무늬만 물갈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신임 장관 18명 중 다수가 기존 내각 출신이거나 불신임으로 물러난 인사였기 때문이다. 르코르뉘는 사임 연설에서 “내년도 예산안 통과를 위해 야당과 타협을 시도했지만, 모든 정당이 정파적 계산에만 매몰돼 있었다”고 했다.
여권 내부에서도 마크롱을 향한 비판이 거세게 제기됐다. 르네상스 대표인 가브리엘 아탈 전 총리는 “대통령의 결정을 더 이상 이해할 수 없다. 권력 유지에만 집착하고 있다”고 직격했다. 마크롱 정부 초대 총리 에두아르 필리프도 “정치적 위기가 국가 붕괴 수준에 이르렀다”며 조기 대선을 촉구했다. 그러나 엘리제궁은 “마크롱은 2027년 5월 임기 만료 전 사임하지 않을 것”이라며 하야 요구를 일축했다.
마크롱은 르코르뉘의 사임을 수용하며 “정치권 내 협상이 결렬될 경우 대통령이 책임질 것”이라고 밝혀 의회 해산 가능성을 시사했다. 헌법 12조에 따른 의회 해산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으로, 프랑스 정치에서 교착 상태를 깨는 ‘최후의 카드’로 불린다. 대통령이 의회를 해산할 경우 20일 이상 40일 이내에 총선을 실시해야 한다.
[안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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