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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통령과 민주당 엇박자, 갈등인가 역할 분담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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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지난달 21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지난달 21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라디오에 나와 “민주당의 입장이나 취지에 동의하지만 가끔 속도나 온도에 (대통령과)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우 수석은 이재명 대통령이 자신에게 많이 하는 질문이 “당이 왜 저런 결정을 내렸느냐는 것”이라고 했다. 우 수석은 “복수하고 보복하는 것은 올바른 방식이 아니다”라고도 했다. 검찰청 폐지, 대법원장 청문회 등 정청래 당대표와 추미애 국회 법사위원장 등이 주도하는 거친 방식은 대통령 생각과 다르다는 취지였다. 다음 날 정 대표는 소셜미디어에 “상기하자 비상계엄. 조희대의 난. 검찰 만행”이라는 글을 올려 자기 방식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대통령실과 민주당 사이에 몇몇 사안에서 이견이 있다는 말은 계속 나왔지만 대통령 참모가 “온도 차이가 난다”고 직설적으로 밝힌 것은 이례적이다. 역대 정권에서도 대통령과 집권 여당이 정책이나 개혁 방식을 두고 갈등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지만 조정을 통해 타협해 왔고 그것을 주도한 것은 항상 대통령이었다. 특히 대통령 권력이 가장 강력한 집권 초기에는 대통령이 갈등 조정의 중심에 서 왔다. 그러나 이번 정부에선 여당 대표가 대통령보다 앞서가고 대통령이 이를 사후에 추인하는 보기 드문 일이 반복되고 있다.

지난달 대통령이 여야 대표를 만나 협치를 강조한 다음 날, 민주당 대표는 국회 연설에서 국힘을 내란 세력으로 규정해 정당 해산까지 언급했다. 검찰청 폐지에 대해 대통령이 “졸속이 되지 않도록 하라”고 했지만 그 직후 민주당은 폐지 날짜를 못 박았다. 민주당 대표를 두고 ‘여의도 대통령’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것은 이런 일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 참모가 공개적으로 여당에 자제를 강조했지만 민주당 강경파는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이 대통령이 강성 당원들 눈치를 보고 있거나, 대통령은 듣기 좋은 말만 하고 강경파가 ‘악역’을 맡는 방식으로 역할 분담을 했을 가능성도 있다. 대통령이 끌려가고 있다면 직무유기이고, 강경파와 역할 분담을 했다면 국민을 속이는 것이다. 이렇게 대통령이 여당의 폭주 하나 제어하지 못한다면 다른 국가적 난제를 어떻게 풀어나갈 수 있을지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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