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쉽죠?” 밥 로스 그림 경매 나온다…트럼프 때문이다

미국 피비에스 방송의 ‘그림 그리기의 즐거움’ 프로그램을 통해 11년 동안 카메라 앞에서 그림을 그렸던 밥 로스의 생전 모습이다. 사진이 언제 찍혔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AP 연합뉴스

“어때요. 참 쉽죠”라며 풍경화를 뚝딱 그려내던 미국 화가 밥 로스의 그림 수십점이 미국 공영 텔레비전 방송국을 돕기 위해 경매에 부쳐진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이후 미국 공영방송에 대한 연방 자금 지원이 대폭 삭감된 데 따른 지원책이다.

8일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고인이 된 로스의 작품 30점이 오는 11월11일부터 미국공영방송(APT)에 의해 경매에서 판매된다. 순수 판매 수익금 전액은 미국공영방송과 피비에스(PBS)가 운영하는 방송국에 돌아간다. 경매 회사 보넘스는 이날 성명을 내어 “이 경매는 연방 자금이 최근 감소한 공영 방송에 있어 중요한 시기에 이뤄진다”고 전했다.

취임 직후부터 트럼프는 연방 자금을 받는 공영방송사들을 집요하게 공격해왔다. 그는 의회에서 예산을 받아 공영방송사에 자금을 분배하는 비영리단체 공영방송공사(CPB)를 “괴물”이라고 표현하는가 하면, 피비에스와 엔피알을 “급진적인 워크(woke·깨어있는, 각성한) 선동”을 한다거나 “편향적이고 당파적인 보도”를 한다며 거듭 비난했다.

트럼프는 3월 초 ‘편향된 언론에 대한 납세자 보조금 종료’한다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이어 의회에 공영방송 예산 삭감안을 냈다. 이를 받아든 미국 의회는 지난 7월 미국 공영방송 피비에스와 엔피알(NPR), 전국 지역 라디오 및 텔레비전 방송국을 포함한 공영 방송에 대한 연방 지원금의 거의 전액에 해당하는 11억달러(약 1조 5679억원)를 삭감하기로 결정했다.

“겨울의 평화”는 1993년 로스가 그린 그림 중 하나로, 경매사 보너스는 이 작품의 경매 예상가를 3만~5만 달러로 책정했다. 보넘스가 워싱턴포스트에 제공한 사진이다. 워싱턴포스트 홈페이지 갈무리

뽀글뽀글 곱슬머리와 턱수염이 인상적으로 기억되는 밥 로스는 1983년부터 1994년까지 피비에스에서 그림을 그리는 법을 가르치는 프로그램 “그림 그리기의 즐거움”으로 명성을 얻었다. 11년 동안 31개 시즌을 제작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는데, 교육방송(EBS) 프로그램 ‘밥 로스의 그림을 그립시다’로 국내에도 널리 알려졌다. 마지막 시즌을 마친 이듬해인 1995년 로스는 암 투병을 하다 52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그의 프로그램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미국 내에서 다시 인기를 끌었다.

이번 경매는 밥 로스 주식회사가 나서 이뤄졌다. 밥 로스 주식회사의 조안 코왈스키 사장은 성명을 통해 “밥 로스는 공영 텔레비전을 통해 모든 사람이 예술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데 평생을 바쳤다”고 밝혔다. 이어 “그의 예술 작품을 공유하는 데 교육과 영감을 제공하는 공영 텔레비전의 사명을 지원하는 것보다 더 의미 있는 길을 생각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번 경매에는 로스가 방송에서 그린 그림들이 포함된다. 앞서 올해 초에는 로스의 그림 두 점이 각각 9만5750달러(약 1억3천만원)와 11만4800달러(약 1억6천만원)에 낙찰된 바 있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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