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계 '깜깜이 정산' 갈등에 이통사 '영화표 할인' 뭇매…왜?

시민단체 "영화표 싸게 사서 '할인' 기만 광고"
SKT·KT "멤버십 수익사업 아냐" 억울

/사진=뉴시스

극장사와 영화 배급·제작사 간 수익 분배 갈등의 불씨가 이통사로 튀었다. 이통사가 멤버십 가입자에 제공한 영화티켓 할인으로 제작·배급사의 수익이 줄었다는 주장이 나온다. 시민단체는 이통사가 영화티켓 할인으로 부당이익을 취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이통사는 "멤버십은 수익사업이 아니다"라며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민생경제위원회는 SK텔레콤과 KT를 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공정위에 신고했다. SKT·KT가 영화티켓을 도매가에 구매해 소비자에 1만1000원에 판매하면서, 마치 1만5000원(주말 기준)에서 4000원 할인해주는 것처럼 기만적인 표시·광고를 했다는 지적이다.

SKT 멤버십 할인을 받은 영화티켓 영수증에 7000원이라고 찍힌 사례가 나오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사진=참여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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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통사 "영화표 저렴하게 샀지만, 수익은 '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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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관 좌석은 한마디로 '썩는(Perishable) 상품'이다. 시간이 지나면 판매가 어려워 극장사 입장에선 할인 티켓이라도 대량 판매하는 게 이득이다. 이 때문에 이통사·카드사와 각종 제휴를 맺었는데 유독 이통사에만 비판이 집중된다. SKT·KT는 소비자가 멤버십 플랫폼에서 영화 티켓을 예매해 별도의 영수증이 발행되는 반면, LG유플러스와 카드사는 각 영화관 웹·앱에서 할인받는 방식이다 보니 할인구조가 알려지지 않은 영향으로 풀이된다.

시민단체의 주장대로 SKT는 대량의 티켓을 도매가로 산다. 이에 따른 재고 부담도 진다. 극장사에서 제안한 가격으로 구매하기 때문에 매입가는 가변적이다. 차익이 남더라도 VIP 무료 관람, T데이·팝콘콤보 할인 등 다양한 방식으로 멤버십 혜택에 재투자한다. SKT 관계자는 "매입가는 계약상 비밀 유지 의무 때문에 공개할 수 없다"며 "영화 혜택은 수익을 내려는 목적이 아니며 수익이 나지도 않는다"고 토로했다.

KT는 티켓 할인가 1만1000원에서 1만500원을 영화관에 정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시민단체는 "소비자에게 고지하지 않고 500원의 이득을 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KT는 500원은 PG(결제대행사) 수수료, 서버 운영비, 운영 대행사 인건비로 쓰여 "남는 게 없다"는 입장이다. KT 관계자는 "최소한의 운영 대행 수수료를 제외한 모든 금액을 영화관에 정산한다"며 "별도 수익은 없다"고 강조했다.

소비자 입장에선 금전적 손해가 없다. 티켓 할인가만큼 멤버십 포인트가 차감되는 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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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질은 영화관·배급사 수익 분배 싸움…말려든 이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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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번 논란의 핵심은 극장사와 제작·배급사의 수익 분배 싸움이다.

제작·배급사는 코로나19 이후 티켓 가격이 세 차례 인상됐지만, 수익 분배 기준이 되는 '객단가'(티켓 평균발권가격)는 오히려 낮아졌다며 극장사의 '깜깜이 정산'을 문제 삼았다. 영화관이 제휴사로부터 받는 할인율 보전금은 공개하지 않아 불공정한 정산이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할인율 보전금이란 소비자에게 제공된 할인 금액을 제휴사가 대신 부담해 판매자에게 지급하는 돈을 말한다. 극장사가 이 내역을 공개하지 않으니 거꾸로 제휴사인 이통사를 압박하는 셈이다.

이에 대해 이통사 관계자들은 "본질적으로 영화관과 제작·배급사가 풀어야 할 문제"라며 "이통사는 영화업계 수익 정산 구조는 알 수도 없고, 관여도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았다.

윤지혜 기자 yoonji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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