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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다 출연료 ‘왕창’ 깎이겠네” 배우 더 이상 필요없다…뜻밖의 ‘대반전’ [에라잇(IT)!]

헤럴드경제 차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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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견우와 선녀’ 실사 촬영 없이 AI로 구현
덱스터·디지털아이디어 “올해 본격 AI 현장 도입”
“콘셉팅 결과물 일주일 5→100개, 생산성↑”
‘AI 영상 강사’ 새 직업 등장…“숏폼 문의 커”
“저작권·보안 문제 해결해야 전방위 활용 가능”

tvN 드라마 ‘견우와 선녀’의 한 장면 [tvN 유튜브 채널 캡처]

tvN 드라마 ‘견우와 선녀’의 한 장면 [tvN 유튜브 채널 캡처]



[헤럴드경제=차민주 기자] #. 한바탕 전쟁이 일어났다. 폭발로 인해 불꽃이 번쩍인다. 총알이 하늘을 가른다. 흙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사방으로 튀어 오른다. 그 사이를 뚫고 병사들이 이리저리 움직인다. 총에 맞은 병사가 몸을 튕기며 바닥으로 쓰러지고, 전우를 잃은 병사는 혼비백산해 반대편으로 뛰어간다. 생사의 갈림길 앞에 선 그들의 몸짓에서 느껴지는 긴장감이 생생하다.

이는 지난 6월 개봉한 tvN 드라마 ‘견우와 선녀’에 등장하는 전쟁 장면이다. 50명이 넘는 엑스트라부터 특수 효과까지, 언뜻 보기에도 촬영 현장의 어려움이 엿보인다.

자칫하면 배우들이 ‘밤샘 촬영’까지 감수해야 하는 촬영 장면이지만, 예상 외로 일부 분량에는 단 한 명의 직원도 현장에 투입되지 않았다. 특수영상(VFX) 제작을 담당하는 덱스터 스튜디오가 실사 촬영 없이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제작했기 때문이다. 배우들의 밤샘 작업 없이도 전쟁처럼 어려운 촬영 장면이 손쉽게 구현되는 환경이 마련된 것이다.

tvN 견우와 선녀 방송 화면 캡처

tvN 견우와 선녀 방송 화면 캡처



AI가 ‘전문성’의 영역으로 꼽혔던 영화·드라마 제작 현장을 뒤바꾸고 있다. 컴퓨터 그래픽(CG) 등 영상의 기술 영역을 담당하는 VFX 업계는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AI를 현장에 도입했다. 업무 강도가 높은 것으로 유명한 영화·드라마 제작 현장이 변화를 맞을지 업계의 이목이 쏠린다.

AI로 전문 영상 제작에 대한 접근성이 좋아지면서, ‘AI 영상 제작 강사’라는 신종 직업도 우후죽순 생기고 있다. 이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AI를 활용한 영상 제작을 집중적으로 강의하는 강사다.

덱스터 본사 내 ‘얼굴 3D 스캐너’ 촬영 스튜디오 전경 [덱스터 제공]

덱스터 본사 내 ‘얼굴 3D 스캐너’ 촬영 스튜디오 전경 [덱스터 제공]



올해부터 영화 현장에 AI 본격 투입…“콘셉팅 결과물 5개→100개”

AI는 올해부터 본격 영화 제작 현장에 투입돼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제작사들은 오픈AI 소라, 미드저니, 구글 베오 등 여러 AI 툴을 활용해 제작에 나섰다고 입을 모은다. AI의 급속한 발전으로 ‘2주에 한 번’ 꼴로 AI 툴의 최고 스펙이 변화하고 있는 만큼, 여러가지 툴을 조합해 최대 성능을 구사하기 위해서다.

김욱 덱스터 대표는 “재작년부터 AI 기술을 공유하고 개발하는 태스크포스(TF)팀을 운영하다, 올해 본격적으로 덱스터가 운영하는 R&D 연구소에 AI까지 연구하도록 조직을 개편했다”며 “이는 각종 AI 툴을 조합해 결과물을 비교하고 연구하는 조직”이라고 했다. 또 다른 VFX 스튜디오 디지털아이디어의 박성진 대표는 “올해부터 판타지물 등 콘셉트가 확실한 작품에 AI를 활용해 공포 생명체를 제작하는 등 본격적으로 도입해 보고 있다”고 했다.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 참여하고 있는 강종익(왼쪽) 덱스터 대표와 김욱 대표 [덱스터 제공]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 참여하고 있는 강종익(왼쪽) 덱스터 대표와 김욱 대표 [덱스터 제공]



현재 AI는 콘셉트 시안 제작이나 단순 작업 영역에서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다. 김 덱스터 대표는 “콘셉팅 같은 경우 예전에는 일일이 시나리오를 다 읽고 이해해서 제작했는데, AI로 인해 일주일에 5개 나오던 결과물이 50개~100개로 늘었다”며 “프리 프로덕션 단계에서 선택의 폭을 넓혀주는 것은 확실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프레임마다 와이어를 지우는 등 단순 작업이 필요한 영역에서도 AI를 활용하고 있다”고 했다.


박 디지털아이디어 대표 또한 “콘셉트 시안 하나를 그리려면 예전에는 아티스트 5~10명이 필요했는데, 이제는 1~2명만 있어도 충분하다”고 했다.

인력 채용도 변화를 맞았다. 업계는 당장 AI를 다룰 인력이 필요한 만큼, 신규 채용이 일시적으로 늘었지만 향후 AI가 작업을 대체하면서 채용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강종익 덱스터 대표는 “AI 툴을 쓸 줄 아는 인력이 당장 필요하니 오히려 신규 채용은 늘어난 상태”라면서도 “하지만 제작 파이프라인 내 단순 작업은 향후 AI가 대체하면서 점차 채용이 줄 것으로 전망한다”고 했다.

박 디지털아이디어 대표는 “예전에는 큰 작품을 제작할 때 인력을 다수 충원해야 했지만, 이제는 AI가 있으니 현 인원만으로도 제작 능력이 충분하다고 봐 인력 채용에 대한 필요성이 줄고 있다”고 했다.


덱스터 본사 내 설치된 서버 [차민주 기자/chami@]

덱스터 본사 내 설치된 서버 [차민주 기자/chami@]



다만 아직 AI와 관련된 저작권·보안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전방위적인 사용은 주저하는 모습이다. 강 덱스터 대표는“AI가 갖고 있는 데이터로 결과를 만들어 내는데, 데이터 출처를 알 수 없으니 저작권 문제가 있다”며 “AI 툴은 저작권에 대한 개런티가 없는 툴도 많긴 하지만, ‘AI 춘추전국시대’인 만큼 하나의 AI 툴로만 작업이 되지 않아 개런티 문제가 해결이 안 돼 사용이 자유롭지 않다”고 했다.

박 디지털아이디어 대표는 “AI 툴을 써서 제작했는데, 누군가 해킹해서 데이터가 하루아침에 없어져 버리는 보안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며 “또 AI 툴로 작품을 만든다고 했을 때, 저작권을 AI 툴 회사가 가져가야 하는지 프롬프트를 넣은 사람이 가져야 하는지 비율을 측정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덱스터 본사 내 백상예술대상 등 각종 수상 트로피가 전시된 모습 [차민주 기자/chami@]

덱스터 본사 내 백상예술대상 등 각종 수상 트로피가 전시된 모습 [차민주 기자/chami@]



‘AI 영상 강사’ 신종 직업도 등장…“AI 영화제 출품작 전년 대비 2배 증가”
이처럼 AI가 영화·드라마 제작 현장에 본격 도입되면서, ‘AI 영상 제작 강사’라는 신종 직업도 떠오르고 있다. 이는 AI 툴을 활용한 영상 제작을 전문으로 교육하는 강사다.

대표적인 사례가 조상희 강사다. 조 강사는 15년 동안 콘텐츠 업계 벤처 캐피털리스트로 근무하다가 AI 강사로 직업을 전환했다. 그는 “콘텐츠 업계를 공부하는 과정에서 AI 마케팅에 관심을 가졌고, 이후 여성가족부 AI 강사 양성 과정을 수강한 뒤 직업을 전환했다”고 했다.

조 강사는 30초 이내 짧은 영상인 ‘숏폼’ 강의에 대한 인기가 높다고 설명했다. 그는 “먹방, 음악, 팟캐스트 등 다양한 소재로 숏폼을 제작하면 수익화가 가능하다 보니, 숏폼에 대한 관심이 크다”며 “특히 기업 등 브랜드 홍보를 할 수 있는 30초 이내 영상 제작 수업에 대한 수요가 크다”고 했다. 실제 지난 6월부터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AI로 제작한 ‘유리 과일 자르기 ASMR 영상’ 등이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유리 과일 자르기 ASMR 영상 중 한 장면 [유튜브 채널 야옹멍 캡처]

유리 과일 자르기 ASMR 영상 중 한 장면 [유튜브 채널 야옹멍 캡처]



AI 영상 강사들은 수업의 최종 지점은 ‘영화’라고 입을 모은다. 조 강사는 “영화는 영상 업계 중 최고급 산업으로, 투입되는 자본 규모가 큰데 자본이 큰 영역일수록 기술 혁신이 줄 수 있는 파급력이 크다”고 했다. 그러면서 “AI 기술로 영화계 문을 두드리는 이들은 매년 증가 중”이라며 “올해 서울 AI 영화제, 한국 글로벌 AI 영화제 출품작 또한 전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고 했다.

다만 VFX 업계는 AI가 영화·드라마 업계 전체를 장악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광고와 같은 상업 영역과 달리, 영화·드라마는 기술과 타협하기 어려운 예술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김 덱스터 대표는 “베테랑 영화감독은 사물의 세밀한 위치까지 의미를 부여해 장면을 만드는데, AI 기술이 이런 장면을 구체적으로 구현해주지는 못한다”며 “덱스터의 광고업 자회사 덱스터 크레마에서는 AI 활용해 파이널로 도산대로에 광고를 걸기까지 했지만, 예술 영화에서는 활용이 어렵다”고 했다.

박 디지털아이디어 대표 또한 “아직까지 예술 영화 감독의 기준만큼 AI가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며 “AI가 영화 업계를 뒤덮는 것이 아니라, ‘AI 영화’라는 장르가 추가로 생긴다고 보는 게 정확할 것”이라고 했다.

복잡한 IT 뉴스, 에라잇! 권제인·차민주 기자가 시원하게 풀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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