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연합 |
“빌드업은 끝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연준 점령작전’이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RB·연준) 이사회에서 머잖아 친트럼프 사단이 수적 우위를 점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내년 5월 임기가 끝나는 제롬 파월 현 연준 의장 후임에는 트럼프 최측근 인사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트럼프가 사상 초유의 연준 이사 해임 카드까지 꺼내들며 연준 장악력을 높이려는 이유는 뭘까?
최근 월가에서는 미 재무부와 백악관이 차기 연준 의장 선임을 위한 후보군 인터뷰를 진행중이라는 소식이 화제다. 후보 인터뷰는 2주 안에 마무리될 예정이며 차기 의장을 조기에 지명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뒤따른다.
차기 연준 의장의 후보군은 크리스토퍼 월러(현 연준 이사)와 케빈 해싯(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 케빈 워시(전 연준 이사) 3명으로 압축됐다. 해싯은 트럼프의 최측근이고, 나머지 둘은 뚜렷한 비둘기파다. 최근 파이낸셜타임즈가 이코노미스트 4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는 흥미롭다. 차기 연준 의장 선호도는 월러 이사가 압도적(82%)으로 높았지만, 지명 가능성은 충성파인 해싯(39%)이 더 높게 나왔다. 베팅 시장에서는 월러가 근소하게 앞서고 있다. 누구든 ‘친트럼프 비둘기파’가 의장을 맡게된다.
트럼프는 얼마전까지 통화완화(금리인하)에 신중한 파월 의장의 해임 카드를 흔들었다. 그러나 위헌·위법 논란과 함께 중앙은행 독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시장의 우려가 커지자 방향을 선회하는 분위기다. 무리한 해임 카드 대신에 연준 이사회에서 수적 우위를 차지하는 전략이다. 동시에 차기 의장을 조기에 지명해 파월의 실질적인 영향력을 거세하겠다는 속셈이다.
7명으로 구성된 연준 이사회에서 수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트럼프의 빌드업은 마무리 단계다. 트럼프는 지난 8월 민주당 지지자인 아드리아나 쿠글러 이사가 자진 사임한 자리에 곧장 스티븐 마이런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을 지명했다. 마이런은 트럼프의 경제 교사이자 책사로 불리는 인물이다. 트럼프 집권 1기 때 지명한 미셸 보우먼과 월러 이사에 이어 마이런이 가세하면서 친트럼프 이사가 3명으로 늘었다.
보우먼과 월러는 지난 7월부터 선제적인 금리 인하를 공공연히 지지했고, 마이런은 지난 9월 처음 참석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빅컷(0.5% 이상 금리인하)을 주장했다. 모두 물가보다는 성장(고용)에 무게를 두는 비둘기파다.
사상 초유의 이사 해임도 단행했다. 지난 8월 말 리사 쿡 이사가 과거 주택담보대출 사기를 저질렀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전격적으로 그에게 해임을 통보했다. 쿡 이사는 소송으로 반발해 1·2심에서 이사 자격을 유지할 수 있다는 판결을 받았지만, 트럼프는 지난달 18일 해임을 허용해 달라고 연방대법원에 요청했다. 만약, 보수 우위의 연방대법원에서 트럼프의 손을 들어주면 연준 이사회에서 다수(4명)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 파월 의장을 굳이 임기 내에 쫓아내지 않더라도 실질적으로 트럼프 사단이 연준을 장악하게 되는 셈이다.
연준에서 수적 우위를 차지하는 게 왜 중요할까? 친트럼프 인사들이 다수가 되면 트럼프는 지역 연방은행 총재 지명까지 간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지역 연은 총재는 이사회가 추천하고 연준이 승인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연준은 5년에 한 번 지역 연은 총재를 재심사하는데, 내년 2월이 바로 정기 재심사 시기다.
트럼프기 연준을 장악해 얻으려는 건 금리 인하에 그치지 않는다. 연준은 대차대조표 정책을 통해 시중 유동성 조절하는 양적완화(양적긴축)를 중단 또는 재개할 수 있다. 금융권의 자본·대출 규제 역시 연준의 권한이다. 은행들이 중앙은행에 예치하는 지불준비금 이자(IORB)를 낮춰주는 방법으로도 유동성을 크게 늘릴 수 있다. 또한 연준은 특정 산업·지역을 지원하는 특별대출 프로그램도 가동할 수 있다. 트럼프 지지도가 높은 러스트 벨트나 농업 도시를 지원해 선거에 유리한 환경을 만들 수도 있다는 얘기다.
블룸버그는 “시장의 우려는 역사적으로 중앙은행이 정치로부터 독립될 때 성장과 고용의 희생 없이 낮은 물가 상승률과 금융 안정을 달성했다는 오랜 경험에 근거한다”며 “쿡 이사의 해임 소송에 대한 연방대법원의 판단은 향후 연준 독립성을 유지하는 법과 제도가 유지될지를 가르는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논평했다.
김회승 기자 hon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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