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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 앞장 세우고 개혁 대상으로… 반복되는 검찰 토사구팽

조선일보 유희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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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농단·적폐청산 수사 후 돌변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검찰청을 78년 만에 폐지하고 검찰 기능 중 기소는 법무부 산하 공소청에, 수사는 행정안전부 산하 중대범죄수사청으로 분리하는 내용의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내년 10월 시행될 예정이다. ‘검찰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추진 중인 형사사법제도 개편이 졸속으로 추진되면서 검찰의 중대범죄 수사 노하우가 사장되고 민생 사건 처리는 더욱 지연될 것이라는 법조계의 우려가 계속되는 가운데, 검찰 안팎에서는 정치권이 이해 관계에 따라 검찰을 이용했다가 탄압했던 ‘토사구팽’의 연장선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과거에도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태와 ‘적폐청산’ 수사에 투입돼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 등을 수사하고 기소했던 검사들을 각각 ‘돈봉투 만찬’ 사건과 ‘조국 사태’를 빌미로 기소되거나 징계 처분을 받고 인사조치도 당했다.

작년 ‘12·3 비상계엄’ 사태 후 특별수사본부를 만들어 윤석열(사법연수원 23기) 전 대통령 등 20명을 재판에 넘겼던 심우정(26기) 전 검찰총장은 지난 3월 법원의 윤 전 대통령 구속취소 결정에 즉시항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고발됐고, 지난 7월 퇴임 후에는 민주당 등 여권이 추천해 임명된 특검에 잇따라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


◇朴 전 대통령 기소 한 달 만에 터진 ‘돈 봉투 만찬’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 실세’로 불린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 사태가 본격화하자 김수남(16기) 검찰총장은 2016년 10월 26일 이영렬(18기)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검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를 만들었다. 특수본은 그해 12월 11일까지 45일 동안 최씨,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등 11명을 재판에 넘겼고, 현직이었던 박 전 대통령을 11월 20일 피의자로 정식 입건하기도 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90일 동안 구속 13명 포함 30명을 기소한 후 다시 사건을 넘겨받은 2기 특수본은 2017년 3월 6일 수사를 재개해 4월 17일 박 전 대통령을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뇌물공여 혐의로 각각 불구속 기소했고 최씨는 제3자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추가 기소했다. 1기 특수본에는 검사 44명이, 2기에는 31명이 투입됐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 등에 대한 수사가 마무리된 지 약 한 달 만이자 문재인 전 대통령 취임 닷새 만인 그해 5월 15일 ‘돈 봉투 만찬’ 의혹이 한 언론에 보도되며 이 전 지검장 등 특수본 관계자들은 하루아침에 감찰과 수사 대상이 됐다. 우병우 전 수석과 수십 차례 통화한 사실이 드러나 수사 대상에 올랐던 안태근(20기) 당시 법무부 검찰국장과 이 전 지검장이 그해 4월 21일 식사 자리에서 돈 봉투를 주고받았다는 내용이었다.


이 전 지검장과 안 전 국장은 특수본과 검찰국이 서로를 격려하는 자리였다는 입장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은 직접 감찰을 지시했다. 이에 법무부와 대검찰청은 사상 최대인 22명 규모의 인력으로 합동 감찰을 했다. 이 전 지검장은 부산고검 차장검사로 좌천됐고, 특수본 소속이었던 부장검사 7명도 경위서를 제출했다. 이후 이 전 지검장은 그해 6월 면직 처분과 함께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고, 안 전 국장도 면직됐다.

하지만 이 전 지검장은 2018년 10월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고, 징계도 취소됐다. 안 전 국장도 2020년 2월 면직 취소 소송에서 최종 승소했다. 두 사람 모두 복직을 하자마자 사표를 내고 검찰을 떠났다. 이 전 지검장은 재판에서 “엊그제까지 검찰을 지휘하다가 피고인이 돼 검찰과 법리를 다투고 있는 모습이 참담하다”고 했고, 복직 후 사직하면서는 “저와 같은 사례가 다시는 없길 바란다”고 했다.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이 2020년 1월 2일 강남일 차장검사(고검장), 한동훈 반부패·강력부장(검사장), 박찬호 공공수사부장(검사장) 등 대검 참모들과 국립서울현충원을 방문해 참배를 위해 현충탑으로 향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이 2020년 1월 2일 강남일 차장검사(고검장), 한동훈 반부패·강력부장(검사장), 박찬호 공공수사부장(검사장) 등 대검 참모들과 국립서울현충원을 방문해 참배를 위해 현충탑으로 향하고 있다. /뉴시스


◇‘조국 사태’에 적폐청산 수사 검사 줄줄이 좌천

문재인 정부는 이 전 지검장 후임 서울중앙지검장에 박영수 특검 수사팀장이었던 윤석열 전 대통령을 2017년 5월 파격 발탁했다. 검찰 인지 사건 수사를 전담하는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는 과거 대검 중앙수사부 등에서 윤 전 대통령과 함께 일했던 한동훈(27기) 전 국민의힘 대표가 맡았다. 대북·선거·노동 사건을 전담해 통상 공안통이 맡았던 2차장에도 특수통인 박찬호(26기) 전 광주지검장이 임명됐다. 1차장은 윤 전 대통령과 각별해 ‘소윤’으로 불렸던 윤대진(25기) 전 법무연수원 기획부장이 올랐다.


서울중앙지검은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상납 및 불법 사찰, 이명박·박근혜 정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세월호 7시간 의혹 등 문재인 정부가 국정 과제 1호로 추진한 적폐청산 수사를 이끌었다. 윤 전 대통령·한 전 대표·박 전 지검장은 이듬해 인사에서도 유임돼 관련 수사를 계속했다. 서울중앙지검이 2017년 11월과 2018년 1월에 탁현민 전 비서관과 전병헌 전 정무수석 등 청와대 인사들을 재판에 넘겼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정권 차원의 외압은 없었다.

이후 윤 전 대통령은 2019년 7월 25일 제43대 검찰총장에 취임했고, 한 전 대표와 박 전 지검장은 총장 참모이자 검사장급인 대검 반부패·강력부장과 공공수사부장으로 영전했다. 검찰이 적폐청산 수사를 계속 하게 하려는 문 전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해석이 나왔다. 문 전 대통령도 윤 전 대통령에게 임명장을 주며 “권력형 비리를 아주 공정하게 처리하는 자세를 앞으로도 계속해서 끝까지 지켜달라”고 했다.

그러나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고형곤)가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앞둔 조국 조국혁신당 비상대책위원장 의혹과 관련해 그해 8월 27일 20여 곳을 압수 수색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당시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관계 기관과는 협의를 안 하는 전례 없는 행위가 벌어졌다”며 “나라를 어지럽히는 행위”라고 했고, 박주민 최고위원은 “검찰 개혁에 대한 거부 의사 표시”라고 했다. ‘윤석열호 검찰’에 대한 민주당의 평가가 50여 일 만에 180도 달라진 것이다.


검찰은 그해 12월 31일 조 위원장을 뇌물수수 등 12가지 혐의로 재판에 넘겼지만, ‘조국 사태’ 수사 담당자들은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 지휘부와 함께 줄줄이 지방으로 인사 조치됐다. 2020년 1월 8일 발표된 검찰 고위 간부 인사에서 한 전 대표는 부산고검 차장에, 박 전 지검장은 제주지검장으로 전보됐고 배성범 서울중앙지검장은 한직인 법무연수원장으로 보임됐다. 당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 의견을 수렴하는 전례를 무시하고 인사 발표를 해 논란이 됐다.

이에 맞춰 민주당은 법률 개정을 통한 ‘검찰 힘 빼기’에도 나섰다. 민주당과 범여권 정당들은 2019년 12월 30일 국회 본회의를 열고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이 퇴장한 가운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법안을 통과시켰다. 경찰은 1차 수사 종결권을 갖고, 검찰은 경찰 수사 지휘권이 없어지고 직접 수사 대상 범죄는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등 6개로 제한되는 내용의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도 2020년 1월 13일 국회를 통과했다.

[유희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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