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메밀. 박미라 기자 |
제주 설화에 등장하는 자청비는 농경, 오곡의 여신이다. 자청비가 옥황상제에게 오곡의 씨앗을 받아 땅에 뿌리던 중 한 종류의 씨가 모자란 것을 알게 됐다. 자청비는 다시 하늘에 올라가 씨를 받아와 제주 땅에 심었는데, 이 씨앗이 바로 메밀이다. 이 때문에 메밀은 다른 곡식보다 파종이 한 달 늦게 이뤄지게 됐다.
메밀은 입에서 입으로 전해 내려온 제주 구비문학에 등장할 정도로 도민의 삶과 깊이 연관돼있다. 척박한 화산섬에서도 잘 자란 덕분이다.
빙떡, 꿩 메밀 칼국수 등과 같이 메밀을 활용한 요리도 다양하게 발전했다. 무엇보다 제주는 메밀 재배면적과 생산량이 가장 많은 전국 최대 주산지다.
하지만 대중적으로 제주가 전국 1위 메밀 주산지라는 인식은 낮다. 지역 내 메밀 관련 산업 역시 크게 발달하지 못했다. 제주도가 주산지에 걸맞은 메밀 산업 육성을 위해 앞으로 5년간 종합 대책을 추진한다.
7일 도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제주의 메밀 재배면적은 2169㏊로 전국(3486㏊)의 62.2%를 차지한다. 생산량은 1703톤으로 전국(2975톤)의 57.2%다. 전국에서 가장 재배 면적과 생산량이 많다.
제주에서 새하얀 메밀밭은 ‘인생샷’ 명소, 웨딩 촬영 명소로 인기를 끈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봄과 가을 2번 메밀꽃을 만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이달만 하더라도 제주시 오라동과 와흘메밀마을 등 제주 곳곳에서 팝콘처럼 퐁퐁 피어난 메밀꽃 물결을 볼 수 있다. 한라산 바로 밑에 위치하다시피 한 오라 메밀밭은 무려 30만평에 달할 정도로 광활한 대지에 메밀꽃이 끝없이 펼쳐지는 장관을 연출한다. 농촌체험휴양마을인 와흘에서는 다음달 2일까지 메밀 축제가 진행된다.
그러나 도가 2023년 제주를 찾은 관광객과 서울국제식품산업전에 참가한 대도시 소비자 4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를 보면 ‘메밀 하면 국내에서 제일 먼저 떠오르는 지역’은 강원도(62.6%)였다. 제주는 28.0%에 불과했다.
이는 이효석 작가의 유명한 단편소설 <메밀꽃 필 무렵> 배경으로 강원 평창 봉평이 등장해 대중들에게 강하게 인식된 점, 강원에서 메밀 축제와 같은 2·3차 산업이 발달한 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메밀꽃. 제주도 제공 |
실제 제주는 많은 양의 메밀을 생산하지만 가공시설이 없어 모두 강원으로 보내고 있다. 메밀 원물 이외에는 가공상품에 대한 개발도 지지부진해 부가가치를 높이지 못하고 있다.
도는 이같은 제주 메밀 산업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 최근 ‘제3차 제주메밀 산업 육성 기본계획(2025~2029)’을 최종 확정했다.
‘문화·관광 등과 연계한 제주메밀의 가치 확산’을 목표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신품종 개발부터 생산·가공·유통·관광을 아우르는 종합적인 발전 전략을 담았다. 3대 전략으로는 기후변화 대응 및 품질 경쟁력 향상, 통합브랜드 제고 및 가공·판매 다각화, 메밀문화가 있는 관광연계 활성화 구축 등을 내세웠다.
투자 규모는 국비 50억 원, 지방비 565억 원, 자부담 302억 원 등 총 917억 원이다.
대표적으로 메밀 품질 향상을 위해 수확량이 25% 많고 병해충 저항성은 강한 신품종 ‘햇살미소’를 농가에 보급한다는 방침이다. 낮은 제주 메밀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통합브랜드를 구축하고, 메밀을 2·3차 산업과 연계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도 관계자는 “제주 메밀을 문화·관광과 연계한 핵심 산업으로 발전시킬 것”이라면서 “적극적인 산업 육성을 통해 ‘메밀 본고장’으로서의 위상을 확고히 하고 농가 소득 증대, 지역경제 활성화로 연결시키겠다”고 말했다.
박미라 기자 mr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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