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비서 다음은 로봇… ‘로봇 전환’ 시동 거는 IT서비스업계

LG CNS가 휴머노이드 로봇에 피지컬 AI를 적용하기 위해 시뮬레이션 기반으로 학습을 시키고 있다./LG CNS 제공

인공지능(AI) 에이전트를 중심으로 AI 전환(AX) 시장 주도권을 잡으려는 국내 대표 IT서비스 기업들이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로봇을 낙점하고 관련 기술 개발에 돌입했다. ‘AI 전환’ 다음은 ‘로봇 전환(RX)’이라고 보고, 관련 시장을 선점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7일 업계에 따르면 LG CNS, 현대오토에버, SK AX 등은 올해 본격적으로 로봇 사업에 진출하기 시작했다. 국내 주력 산업인 제조 분야의 AX에 로봇이 필요하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관련 사업을 키운다는 전략이다.

IT서비스 기업들은 그간 그룹사의 IT 인프라 구축과 유지보수를 담당하면서 생산라인 자동화와 운영 최적화를 경험했기 때문에 로봇 사업과의 연계가 비교적 수월하다는 장점이 있다. 로봇 자체는 보스턴다이내믹스 같은 로봇 제조사가 만들지만, 이를 생산라인에 투입하려면 공정별로 ‘로봇 두뇌’를 설계·운영해야 하는데, 이때 스마트팩토리 구축 경험이 많은 IT서비스 기업들이 유리하다는 것이다.

LG CNS는 올 하반기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RFM)을 적용한 휴머노이드 기반의 로봇 전환 사업을 본격화한다고 지난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밝혔다. 이를 위해 미국 실리콘밸리에 AI와 로보틱스 전담 연구개발(R&D) 센터를 설립한다. 로봇의 ‘두뇌’ 역할을 하는 로봇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게 목표다. 그 일환으로 해외 로봇 기업과도 손잡았다. LG CNS는 지난 6월 미국 AI 로봇기업 스킬드AI와 전략적 협력 계약을 체결하고, 제조·물류 등 산업 현장에 특화된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을 기반으로 한 산업용 휴머노이드 로봇 솔루션 개발에 착수했다.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은 로봇이 이미지, 텍스트, 음성, 영상 등 데이터를 학습해 다양한 환경에서 자율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범용 AI 모델을 뜻한다. 자율주행 로봇 기업 베어로보틱스와는 자율이동로봇(AMR)과 로봇 관제 솔루션을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현신균 LG CNS 사장은 취임 이후 AX 전문 기업으로의 전환을 추진하면서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을 포함한 차세대 로봇 기술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그는 “LG CNS는 로봇의 현장 적용을 담당한다”고 지난 8월 기자간담회에서 말했다. LG CNS는 장기적으로 지능형 AI 로봇 서비스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석·박사급 글로벌 인재를 영입하고 전략적 인수합병(M&A)도 추진한다.

현대오토에버도 현대차그룹의 로보틱스 사업 강화 기조에 맞춰 올 하반기부터 로봇 사업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은 오는 2030년 로보틱스 사업 비중을 매출의 약 20%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시장에서는 현대오토에버가 현대차그룹이 도입하는 로봇의 학습과 제어를 전담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관련 매출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삼성증권은 “로봇 3만대를 기준으로 현대오토에버 기대 매출이 앞으로 4년에 걸쳐 3조700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SK그룹도 올 상반기 유일로보틱스를 인수하면서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에 뛰어들었는데, 전사 차원에서 로봇 사업을 강화하면 현재 반도체 등 첨단 제조산업의 AX에 주력하고 있는 SK AX가 로봇 관제 역할을 맡을 가능성이 높다.

IT서비스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팩토리 구축이 휴머노이드 로봇을 생산라인에 적용해 운영하는 일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국내 주요 그룹사들이 미래 성장 동력으로 로봇 사업을 육성하면 IT서비스 기업들의 역할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재은 기자(jaeeunle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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