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아시아계 미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위스콘신 주 하원의원에 당선된 프란체스카 홍 의원. 본인 제공 |
프란체스카 홍의 직업은 요리사다. 바텐더이기도 하다. 2020년엔 아시아계 미국인 첫 위스콘신주 하원 의원이라는 직업도 추가됐다. 3선 주의원이 된 그는 지난달 17일 새로운 직업 도전에 나섰다. 위스콘신 주지사다. 내년 8월 민주당 당내 경선과 석달 뒤 본선 통과가 목표다. 36살로 민주당 후보 중 가장 젊다. 자신을 ‘민주사회주의자’로 규정하는 홍윤정씨를 28일(현지시각) 전화로 만났다. 정확히 약속한 오후 4시가 되자 전화가 울렸다.
아시아계 첫 위스콘신주 하원의원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은 그의 라멘집도 피해가지 않았다. 서비스업 노동자들의 현실과 생존권 문제를 체감한 그는 주의원에 도전했다. 발을 들인 주의회엔 아시아계가 한 명도 없었다. 백인이 80%가량인 위스콘신이라 해도 아시아계가 전무한 곳은 드물다. “영광이었지만 큰 책임이 따랐다”고 그는 말했다.
책임을 지기 위해 일을 벌였다. 위스콘신 전역에 흩어져 있는 아시아계 미국인 공동체들 사이를 잇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였다. 공립학교에서 아시아계 미국인들의 역사를 가르치도록 한 법안을 통과시킨 건 그가 가장 뿌듯해하는 성과다.
이제 위스콘신 주의회에 아시아계 미국인은 3명이다. ‘후배’가 2명 생긴 셈이다. 그는 “공식적으로 첫 아시아계 미국인 코커스(의원 모임)를 구성했다. 2명만 있어도 코커스는 가능하다”고 말했다.
‘요리사’는 그를 설명하는 핵심 정체성 중 하나다. 16살 때 작은 한국계 미국인이 운영하던 식당에서 일한 게 시작이었다. 고등학교 졸업 뒤 대학에 다니면서도 식당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한 그는 식당이 ‘제자리’로 느껴졌다. 위스콘신대 매디슨 캠퍼스에서 저널리즘을 전공했지만 ‘내가 속한 곳이 아니다’라고 생각한 그는 학교를 관두고 식당 설거지 일을 시작했다. 고급 레스토랑 수석 요리사로까지 성장한 그는 2016년부터 8년간 라멘 식당을 운영했다. “식당에는 동료애가 있다. 예술과 과학, 상업이 교차하는 것도 경험할 수 있다”는 게 그가 식당을 사랑하는 이유다.
싱글맘으로 매디슨의 임대주택에서 아들과 함께 사는 그는 지금도 그는 두 곳의 바에서 바텐더로 일한다. 설거지도 여전히 한다.
위스콘신의 ‘맘다니’를 꿈꾸며
홍 의원은 위스콘신 주청사 맞은편 고급 레스토랑 ‘레투알’ 주방과 인접 레스토랑 ‘그레이즈’의 주방에서 90초 분량의 출마 영상를 촬영했다. 광고에서 그는 주청사를 가리키며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가 장악한 의회”라는 문구를 띄운 뒤, “저 건물 안의 많은 사람들은 지금 왜 이렇게 버티기 힘든지 이해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열심히 일해도 항상 따라잡을 수 있는 건 아니다. 작은 실수 하나로 완전히 무너질 수 있다. 이건 의도된 시스템”이라고 진단했다. ‘시스템이 조작됐다’는 걸 더 많은 사람이 깨닫고 있는 지금이 ‘노동계급의 권력을 구축하기 위한 운동의 순간’이라고 본 그는 출마를 결심했다.
홍 의원은 ‘위스콘신의 맘다니’를 꿈꾼다. “맘다니의 경선 승리는 하나의 희망이었다”는 그는 “출마 결정에 더 큰 확신을 주었다”고 말했다.
그의 출마는 전국적으로 확산 중인 미국 내 민주사회주의 흐름과 맞물린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과두정치 반대 투어’로 인기를 모으고 있고, 민주당 내 또 다른 민주사회주의자 조란 맘다니는 뉴욕시장 민주당 경선에서 승리했다.
홍 의원은 ‘점진주의적 접근’은 무책임하다고 했다. 아이들에게서 먹을 것을, 노동자들에게선 의료를, 모두에게서 공교육을 빼앗으려는 ‘비상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그는 “점진주의의 시대는 갔다. 이번 선거는 노동계급이 행동해야 하는 순간이다”라며 “지금은 운동의 순간이다. ‘대신 싸워주는 정치’가 아니라, 주민들과 함께 싸우는 정치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워싱턴/김원철 특파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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