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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쩔수가없다' 박희순 "박찬욱 감독과의 작업? 발가벗겨질 준비 돼"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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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어쩔수가없다' 박희순 인터뷰
거장 박찬욱과의 첫 작업 소회
위험한 작업까지 몸소 뛰어들었던 열정


최근 박희순은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기자와 만나 영화 '어쩔수가없다'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매니지먼트 시선 제공

최근 박희순은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기자와 만나 영화 '어쩔수가없다'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매니지먼트 시선 제공


배우 박희순이 거장 박찬욱 감독을 만났다. 올해로 데뷔 35주년을 맞이한 박희순은 박찬욱 감독을 통해 새로운 이미지, 그리고 배우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또 한 번 만났다.

최근 박희순은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기자와 만나 영화 '어쩔수가없다'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어쩔수가없다'는 '다 이루었다'고 느낄 만큼 삶이 만족스러웠던 회사원 만수(이병헌)가 덜컥 해고된 후, 아내와 두 자식을 지키기 위해, 어렵게 장만한 집을 지켜내기 위해, 재취업을 향한 자신만의 전쟁을 준비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는다.

박찬욱 감독의 독창적인 작품 세계와 이병헌 손예진 박희순 이성민 염혜란 차승원 등 연기파 배우들의 열연이 실관람객들의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특히 박희순에 대한 호평이 뜨겁다. 박희순은 극중 문제지 회사의 반장 최선출 역을 맡아 신스틸러의 존재감을 과시했다.

이날 박희순은 개봉 후 흥행 열풍에 대해 만족감을 드러냈다. 지난달 24일 개봉한 '어쩔수가없다'는 누적 관객수 139만 9,454명을 동원, 9일 연속 박스오피스 1위에 등극했다. 박찬욱 감독 역대 작품 중 최고의 오프닝 스코어를 기록한 데 이어, 개봉 5일 차에 빠르게 100만 관객을 돌파한 것이다. 이를 두고 박희순은 "관객이 이렇게 많이 들어 감동스럽다. 처음에는 다른 분들이 어떻게 연기를 했는지 너무 궁금했다. 뛰어난 배우들이기 때문에 대본을 설레는 마음으로 봤는데 너무나 훌륭한 연기를 했다. 이건 코미디, 희극이다"라면서 미소를 지었다.

박희순이 바라본 '어쩔수가없다'는? "여백 많고 치밀해"


박희순은 무려 네 번이나 영화를 관람했다면서 "처음 봤을 땐 깔깔 웃었는데 베니스영화제에서 두 번째로 봤을 땐 슬펐다. '왜 이렇게까지 죽음을 놓고 싸워야 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같은 장면인데 전혀 다르게 느껴졌다"라고 돌아봤다. 이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세 번째로 봤을 때는 객관적으로, 네 번째로는 시니컬하게 보게 됐다"며 "이 영화엔 옳은 행동을 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관찰 예능처럼 '이게 과연 옳을까?'를 생각하게 된다. 감정에 휩쓸려 울었던 인물조차 범죄에 동조한다. 보면 볼수록 또 다른 시각이 생긴다. 여백이 많고 치밀한 영화"라고 설명했다.

박찬욱 감독에게서 출연 제안을 받았을 때를 떠올리기도 했다. 박희순은 이번 작품으로 박찬욱과 처음 작업, 인연을 맺었다. 박희순은 "굉장히 의외였다"고 했다. "많은 분들이 제게 기존의 이미지에서 새로운 걸 시도하려 했지만, 감독님은 제가 보여주지 않았던 면을 시도하셨다. 나를 다르게 써먹고 싶으시구나 싶었다. 고마웠다. 사실 박찬욱 감독님과의 작업은 오랜 숙원이었다. 어머니와 아내가 감독님을 너무 좋아하셔서 제 기도 목록에도 있었다. '우리 남편이 박찬욱 감독과 함께하게 해달라'고. 그 기도가 통했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박희순의 연기 발판은 연극이다. 박희순은 자신이 몸 담았던 극단 목화를 "가장 연극적인 극단이었다. 실험적이면서도 전통적이었다. 그런 연극을 만드는 극단에 있었다"라면서 "그런 점에서 박찬욱 감독은 가장 영화적인 영화를 만드는 분이다. 그 예술관에 동참하고 싶었다"고 존경심을 내비쳤다.

최근 박희순은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기자와 만나 영화 '어쩔수가없다'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CJ ENM 제공

최근 박희순은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기자와 만나 영화 '어쩔수가없다'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CJ ENM 제공


'어쩔수가없다' 대본에 대한 만족도는 유독 높았다. 박희순근 "인물의 질문까지 들어 있고 여백이 많다. 배우가 상상할 여지가 많다"며 "저는 상상력을 부딪혀보고 싶었다"고 전했다. 이병헌과의 호흡에 대해서도 "대본에 없는 돌발 상황이 나와도 완벽히 받아준다. 역시 베테랑이다. 정말 좋은 배우"라고 극찬했다. 그는 연기 과정에서도 치열한 고민을 거쳤단다. "감독님이 '술 먹고 두 번 치는' 지문이 있었는데 어떤 의미인지 몰라 많이 연구했어요. 만취했을 때 몸이 흔들릴 정도로 과장을 했는데 박찬욱 감독님이 좋아하셨죠. 캐릭터가 그렇게 완성됐습니다."

유독 꼼꼼하다고 평이 난 박찬욱 감독의 디렉션에 대해선 "감독님은 철두철미하고 계획적이지만 배우의 상상력에도 열려 있다. 제안을 수용하고 더 크게 만든다. 화장실 신에서 얼굴을 안 보여주는 걸로 끝났는데, '이건 납득이 안 된다'고 말씀드리자 감독님이 바로 신을 추가해주셨다. 그 장면 덕분에 인물이 호탕하지만 정이 있는 사람으로 보였다"라고 비하인드를 전했다.


박희순의 말에 따르면 최선출은 호탕하고 마초적이지만 사람에 대한 정이 고픈 인물이다. 이 과정에서 박희순은 자신이 이해한 대로 캐릭터에 서사를 넣고 설득력을 부여했다. 작품 속 SNS 콘텐츠들 또한 그의 아이디어에서 기인한 것이다.

"이성민 열연, 웃음 스위치이자 눈물 코드"


함께 한 배우들과의 호흡은 어땠을까. 이를 두고 박희순은 "손예진은 국민 첫사랑이자 정말 연기를 잘한다. 이번엔 발산하지 않아도 납득되는 응축된 연기를 보여줬다. 이성민 형은 연극 때 같이 했는데 20년 만에 봤다. 압권이었다. 웃음 스위치이자 눈물 코드였다. 염혜란은 대한민국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배우다. 그가 한다는 걸 듣고 '끝났다'고 했다. 차승원은 이번에 아무것도 하지 않는데 너무 좋았다. 진솔한 연기가 감동적이었다"라고 언급했다.

극중 서사의 하이라이트인 '술자리 신'에 대해서도 그는 "가장 쉬우면서도 어려운 장면이다. 누구나 술 마시는 연기는 할 수 있지만, 그로테스크하거나 유머러스하게 만드는 건 어렵다. 감독님이 '편차가 컸으면 좋겠다'고 주문해 연구를 많이 했다"고 회상했다. "땅을 파서 목만 내놓는 장면도 직접 해야 했어요. 처음엔 더미로 찍었는데 감독님이 만족할 리가 없죠(웃음). 땅에 들어가 숨을 꽉 참았습니다. 그만큼 저는 발가벗겨질 준비가 돼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박희순은 "감독님이 칭찬을 잘 안 하신다. '좋았어' 정도면 최고다. 다음 작품도 같이 하고 싶다고 어디서 말했는데 감독님이 혼잣말로 '누가 보고 싶다고'라고 하셔서 협상 결렬됐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박찬욱 감독과의 작업은 긴 연기 생활을 한 박희순에게도 남다른 인상을 남겼다. 박희순은 "세계적인 감독이라 해외 포커스를 둘 줄 알았는데, 오히려 한국어의 운율과 장단음에 집중하셨다. 자막이 달릴 텐데도 한국어의 아름다움을 살리려 했다. 그게 정말 감동이었다. 가장 기본적인 것을 중요시하신다. 그래서 더 존경하게 됐다"라고 회상했다.

그가 바라본 촬영 현장의 분위기는 유쾌했다. 그는 "배우들과 감독님이 단톡방에서 유머를 주고받았다. 개그 동아리 같았다. 손예진을 비롯해 이성민 형과 염혜란 이민정까지 모두 개그 욕심이 많았다. 특히 이민정이 병헌 씨를 제일 많이 깠다"며 웃었다. 인터뷰 말미 박희순은 "거장과 함께하는 건 정말 행복한 일이다. '어쩔수가없다'와 '컨피던스맨KR' '돼지우리'까지 세 작품을 동시에 찍어 정신이 없었지만 배우 생활을 하면서 가장 신났던 시기였다"라면서 뿌듯함을 자랑했다.

우다빈 기자 ekqls064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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