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언론 "다카이치, 한중과 마찰 우려"… 中 "역사·대만 약속 지켜라"

WSJ "스승 아베 따라 보수적 견해"
日 내에선 "다카이치 외교 미지수"

다카이치 사나에 전 일본 경제안보담당장관이 4일 일본 도쿄 자유민주당 당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도쿄=AP 뉴시스

미국 유력 언론이 일본 차기 총리로 유력한 다카이치 사나에 신임 자민당 총재에 대해 "주변 국가와의 관계를 긴장시킬 수 있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중국은 다카이치 총재의 총리 취임 전부터 "역사와 대만 문제에 대한 약속을 지키라"면서 압박에 나섰다.

야스쿠니 신사 참배 등 지적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4일(현지시간) 다카이치 총재의 당선을 "주요 경제대국에서 보수 세력이 힘을 얻게 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에 대해선 "스승 아베 신조 전 총리와 마찬가지로 일본과 미국 간의 동맹을 강력히 지지하며 외교 정책과 사회 문제에 대한 보수적 견해를 가지고 있는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다카이치 총재의 총리 취임을 앞두고 "일본과 이웃 국가들 간 관계를 긴장시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냈다. WSJ는 "다카이치 총재는 전쟁범죄자를 포함한 전몰자 추모시설인 야스쿠니 신사를 정기적으로 방문해 왔다"며 "일본 지도자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는 일제가 팽창 과정에서 저지른 잔학 행위에 대한 기억이 깊은 중국과 한국 모두의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고 짚었다. 또한 다카이치 총재에 대해 "중국에는 매파적이며, 대만 지지 성향이 강하다"고 평했다.

WSJ는 다카이치 총재의 집권 후 최우선 과제로 미일 무역합의 이행을 꼽았다. 다카이치 총재는 후보 시절인 지난달 28일 TV 토론 프로그램에서 일본의 대미 투자 이행 과정과 관련, "불평등한 부분이 나오면 확실히 이야기해야 한다"며 "재협상 가능성도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WSJ는 해당 발언이 무역과 투자에 관한 갈등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며 "미국이 최우방이자 아시아에서 가장 강력한 파트너로 여기는 일본을 편하게 여길 수 없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총리 앉기 전부터 견제 나선 중국

중국은 다카이치 총재의 총리 취임 전부터 벌써 견제에 나선 듯한 모습이다. 4일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자민당 총재) 선거 결과에 주목했고, 이는 일본의 내부 사무(내정)"이라고 밝히면서도 "(새 일본 정부는) 적극적이고 이성적인 대(對)중국 정책을 실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일본 측이 중일 4대 정치문서에 명시된 원칙과 합의를 준수하고 역사·대만 등 중요한 문제에 대한 정치적 약속을 지키며, 긍정적이고 이성적인 대중국 정책을 실행해 전략적 호혜 관계를 추진하는 위치를 실현하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향후 출범할 다카이치 내각이 실제로 어떤 외교 정책을 추진할지는 일본 내에서도 전망이 갈린다.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5일 "다카이치 총재는 경제안보담당장관,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역임했지만 외교 분야에서 정부·당의 주요 직책을 경험한 적이 없다"며 "외교 능력은 미지수"라고 짚었다. 보수 성향 요미우리신문은 "보수파로 알려진 다카이치 총재가 역사 문제를 안고 있는 중국, 한국과의 관계를 진전시키기 위해선 균형 있는 자세가 중요하다"는 제언을 던지기도 했다.

이정혁 기자 dinner@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