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현, 김고은 언급하며 울컥한 이유 "바위 같은 선배" (인터뷰)

배우 박지현, 넷플릭스 '은중과 상연' 인터뷰
극중 시한부 삶 사는 인물 소화하며 내면 연기 발휘
김고은 언급하며 인터뷰 중 눈물 흘린 이유는?

최근 박지현은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본지와 만나 넷플릭스 '은중과 상연'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넷플릭스 제공

배우 박지현이 넷플릭스 시리즈 '은중과 상연'을 통해 깊은 내면 연기를 선보였다. 여기에는 든든한 선배 김고은의 존재도 한몫했다.

최근 박지현은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본지와 만나 넷플릭스 '은중과 상연'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매 순간 서로를 가장 좋아하고 동경하며, 또 질투하고 미워하며 일생에 걸쳐 얽히고설킨 두 친구, 은중과 상연의 모든 시간들을 마주하는 이야기를 그린 넷플릭스 시리즈다.

극중 박지현은 어린 시절 결핍을 안고 자란 천상연으로 분해 20대의 갈등, 30대의 단절, 40대 죽음을 앞둔 초연한 순간까지를 설득력 있게 그려냈다. 이날 박지현은 "상연 같은 캐릭터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 대본을 받았을 때 너무 재밌게 봤고, 존경하는 김고은 선배님과 함께하게 돼 안 할 이유가 없었다. 감정의 폭도 크고 서사가 풍부한 인물을 하고 싶었다"고 출연 계기를 밝혔다.

상연을 이해하는 과정이 어렵진 않았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서는 "어떤 것도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악역일지라도 그 사람 입장에서는 최선일 수 있다. 배우로서 당연히 이해했고 큰 어려움 없이 연기했다"고 전하며 감독과 작가와의 대화를 통해 서사를 쌓았다고 설명했다.

작품은 조력사망을 주요 소재로 다뤘다. 이에 대해 박지현은 "한 인물의 긴 연대를 표현할 수 있는 작품이 오는 것은 큰 축복이었다. 이번에는 유년기부터 죽음까지 대본에 다 담겨 있었다"며 "조력사망은 쉽게 의견을 말할 수 없는 주제라 다큐멘터리를 보며 공부했다"고 말했다. 이어 "죽음을 눈앞에 둔 사람에게 죽음을 선택할 자유를 주는 것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박지현이 언급한 '상연 같은 캐릭터' 역시 이러한 지점에 있다. 그간 박지현이 선보였던 인물들은 일생 전체를 담기보단 한 순간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캐릭터 소화부터 서사를 풀어내는 지점까지 결코 쉽지 않았단다. 그는 "40대 상연을 표현할 때는 촬영 전 2~3시간씩 울며 얼굴을 붓게 했다. 모든 대사가 가슴을 시리게 했고, 은중에게서 결핍이 채워지는 순간 위로를 받았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죽음을 앞둔 초연함을 보여줘야 했는데 눈물이 자꾸 흘러 힘들었다. 연기력의 한계를 느끼기도 했다"고 솔직하게 고백하며 작품에 대해 깊게 몰입했던 순간을 떠올렸다.

최근 박지현은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본지와 만나 넷플릭스 '은중과 상연'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넷플릭스 제공

이 과정에서 김고은의 존재는 큰 힘이 됐다. 박지현은 "극 말미 죽음을 향해 가는 순간 은중의 목소리가 계속 들렸다. '상연아 숨쉬어, 상연아 사랑해'라는 대사에 너무 대답하고 싶었는데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저는 잘한 게 없다. 고은 언니가 다 받쳐줬기에 마음껏 연기할 수 있었다. 제가 받은 칭찬은 사실 다 언니의 몫이다"라며 울컥하는 모습을 보였고 결국은 인터뷰 도중 눈물을 흘렸다.

그러면서 박지현은 "고은 언니는 우뚝 서 있는 바위 같다. 무엇을 던져도 다 받아준다. 저는 언니에게 해줄 수 있는 게 없어 촬영장에서 따뜻한 것들을 챙겨주곤 했다. 정말 존경스러운 배우고 저도 저런 배우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박지현은 상연과의 닮은 점도 털어놨다. "상연은 은중에 대한 부러움과 질투를 사랑받지 못한 결핍 속에서 원망으로 표현한다. 저 역시 누군가를 보며 부러운 마음을 인정하는 점이 닮았다. 다만 저는 지나치게 솔직한 편이고 상연은 표현할 줄 몰랐다"고 말했다.

'은중과 상연'이 우정에 대한 깊은 감정을 다루기 때문에 배우 본인 역시 스스로 친구에 대해 고찰하는 시간을 가졌다. 인터뷰 도중 박지현은 과거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친구가 없다"고 말해 화제가 된 것을 언급하며 "당시에는 친구를 100% 신뢰할 수 있는 사람으로만 정의했는데, 지금은 함께하고 싶은 시간이 중요한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고백했다.

아울러 박지현은 "상연을 단편적으로 본 이들이 나쁜 인물로 인식하기도 하지만, 어떤 방식으로든 접해준다면 감사하다. 못 본 분들이 있다면 '보고 욕해라'라고 말하고 싶다"고 웃어 보였다. 이어 "죽음은 삶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다. 잘 죽는 게 목표라고 했다가 오해를 산 적도 있지만, 여전히 상연의 감정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우다빈 기자 ekqls0642@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