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와 화제 속에 막을 내린 tvN 토일드라마 '폭군의 셰프'에서 매력 만점의 광대 공길을 연기한 이주안(29)은 1일 스포티비뉴스와 인터뷰에서 지난 시간들을 떠올렸다.
'폭군의 셰프'는 500년 전 조선시대로 타임슬립한 미슐랭 셰프 연지영(임윤아)가 당대의 폭군이자 절대미각의 소유자인 왕 이헌(이채민)과 만나며 벌어지는 서바이벌 판타지 로맨틱 코미디. 최종회 시청률이 무려 17.1%에 이르렀다.
이주안은 왕이 총애한 광대이자 비밀의 살수인 '공길' 역을 맡았다. 2018년 '스카이캐슬'로 데뷔, '구해줘2', '야식남녀' '여신강림' '환상연가' 등을 통해 꾸준히 활동해 왔던 그는 '폭군의 셰프' 공길로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제대로 찍었다. 능청스러운 광대이자 비밀을 품은 살수, 그리고 누이의 죽음을 밝히려는 복수자 공길을 그려내며 극의 전개에도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해냈다.
이주안은 지난해 9월 처음 '폭군의 셰프' 오디션을 봤다며, 캐스팅이 확정된 것은 12월께였다고 했다. 광대 공길과 우림위장 수혁 두 캐릭터를 두고 오디션을 봤지만, 처음부터 공길 역이 욕심나 최선을 다했단다. 이전에 사극을 하느라 기른 장발을 자르려다 '왠지 사극 하나 더 할 것 같다'는 예감에 버티고 버티던 와중에 운명처럼 만난 오디션이기도 했다.
"제 인생에서 가장 열심히 준비한 오디션이었던 것 같아요. 하루 10시간씩 3일간 대본을 보고 당일에도 5시간 대본을 봤어요. 주변 배우들 초대해서 맞춰달라면서 다양한 리액션도 해보고요. 최종 오디션 앞두고는 어필하고 싶어서 검무를 배웠어요. 선생님께 대뜸 연락을 드려서 1분짜리 안무도 만들고, 영상을 찍어 보내드리기도 하고요. 현장에선 못 보여드렸지만 선생님께 검무용 칼도 빌려 갔어요."
그것으로도 모자라 많지 않은 자료를 뒤져가며 조선시대 광대에 대해 공부도 하고, 판소리를 배우며 재담소리며 탈춤도 들여다봤다. 판소리의 아니리를 접목하니 대사도 해학적으로 들리고 리듬이 살았다. 더구나 몸 쓰기에 불편함이 없는 이주안을 알아본 액션감독도 가능하면 대역 없이 이주안을 그대로 카메라 앞에 세웠다. 능청스런 광대이면서 은밀한 암살자이기도 한 공길이 그렇게 탄생할 수 있었다.
물론 부담도 컸다. 2005년말 개봉해 1200만 관객을 모은 이준익 감독의 '왕의 남자'에서 이준기 신드롬을 일으킨 '아름다운 광대'가 바로 공길이었다. 20년 만에 TV에서 살아난 공길이가 이주안을 통해 그려져야 했다. 이주안은 "아무리 생각해도 기존 공길과 비교당할 게 뻔해서 잠이 안 왔다"고 했다.
"저도 그 영화를 봤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거요. 분석하다 안되겠다 싶어서 아예 판을 엎었어요. '왕의 남자'도 희곡 '이'를 각색한 것이고 우리 공길도 각색을 하면 된다고, 나는 나만의 길을 가야야 비교가 안 되겠다고요. 아예 다르면 괜찮지 않을까, 나름은 '블랙 공길'로 가자 했어요."
그런데 이후에도 잠이 계속 안 왔단다. 그 다음 주 5회엔 연지영(임윤아)와 공길의 대면 장면이 있었다. 이주안은 "내 다신 안 그 러 겠 소"라는 대사에 맞춰 윤아가 속한 소녀시대의 대표곡 'Gee' 안무를 능청스럽게 녹여냈다. 걱정이 무색하게 반응이 폭발했다. '공길이도 미래에서 왔냐'는 댓글이 쏟아졌다.
"사실 제가 그냥 했어요. 원래 '안하겠소'라는 대사였는데 어떻게 살릴까, 어쨌든 연지영을 놀리는 장면이니까 고민을 했는데, 영상을 보다 알고리즘에 소녀시대 직캠이 뜬 거예요. 의식의 흐름대로 추억의 노래를 보다가 'Gee'가 된 거죠. 윤아 선배님 팬들도 보실텐데, 시청자들이 재밌게 보셨으면 했어요. 캐릭터도 벗어나지 않는, 광대로서 할 수 있는 동작이 아닐까 했습니다."
그렇게 신명난 배우들이 살린 디테일이 곳곳에 있었다는 게 이주안의 설명. 7회 압력밥솥을 만들러 찾아간 부산 출신 장춘생(고창석)에게 공길이 친근한 고향 사투리로 접근하는 설정도 울산-양산 네이티브인 그의 제안이었다. 모두가 궁리하며 최선을 다하는 신나는 현장, '사극장인' 장태유 감독이 선은 잡아주면서도 의견에 귀기울였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단다.
"그래서 버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이번 여름이 너무 더운데 땡볕에서 찍느라 정말 힘들기도 했거든요. 그 분위기 덕에 다들 으쌰으쌰 힘을 내지 않았나 해요. 촬영 끝나고는 '진짜 잘돼야 된다' 아니 '잘될 수밖에 없다' 그랬어요. 포상휴가도 기대하고 있어요. 꼭 가고싶습니다."
저는 사실 '폭군의 셰프'가 잘 될 것 같았어요. 시청률 10%는 간다 예상했거든요. 그런데 12, 13%를 넘어가니까 '어, 어' 이렇게 되더라고요. 사람 마음이 참 그런 게, 그러니까 15%가 넘었으면 좋겠고, 20%도 넘겨서 기록을 썼으면 좋겠고. 주말이면 일어나 시청률 확인부터 했어요. 전날엔 잠이 안 와서 잠을 설치다 시청률 확인하고는 끄덕끄덕(미소) 하며 쓰러져 잤던 것 같아요. 그럴 땐 꿈도 안 꾸고 편안히 잘 잤어요."
그을린 피부에 수염까지 붙였지만 언듯언듯 드러나는 수려한 비주얼에도 관심이 쏠렸다. '고비드' 고수를 닮았다는 평이 쏟아진 데 대해 이주안은 "나올 때마다 제가 더 민망했다. 고수 선배님은 안된다"며 손을 내저었다. 고수 외에도 이전부터 이지훈 김현중 오다기리조 김재원 등 여러 선배 배우들을 닮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기도 했단다.
이주안은 "나름 고수 선배님 닮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20대 때는 '그런가?' 하고 내심 좋아했다"며 "우연찮게 고수 선배님을 만난 적이 있었는데, 그 뒤로는 '이거 안된다, 고수선배님은 안된다' 하게 됐다"고 푸념 아닌 푸념을 했다. 그는 "너무 영광이다. 손꼽히는 미남 배우신데, 느낌 있다는 이야기도 너무 감사하지만 민망하다. 실제 영접을 한 입장으로는 더, 그렇다"고 고개를 저었다.
"첫 오디션에 합격해 출연한 데뷔작이 '스카이캐슬'인데 조재윤 정준호와 함께하는 의사 3인 중 한 명이었어요. 조재윤 선배님은 '구해줘2'에서도 만나고 '폭군'으로 3번째로 만났거든요. 쫑파티 때 수염 뗀 걸 보고서야 저를 알아보셨어요. '너 여기 왜 있어' 그러시더니 '니가 공길이야?' 라고.(웃음) 수염이 컸나봐요. 쫑파티 때 제일 많이 한 말이 '제가 공길입니다'였어요."
이주안은 '폭군의 셰프' 그 다음이 또한 중요하다는 생각에 신중하게 차기작을 검토하고 있다. 22살 때 위독해진 어머니를 위해 간이식을 해 드린 뒤 군 면제를 받은 터다. 무려 간 70%를 절제해야 하는 대수술이었지만 고민할 겨를이 없었다. 다행히 수술 후 어머니의 상태가 호전됐고, 지금은 본가에서 '폭군의 셰프'로 아들이 주목받는 데 기뻐하고 계시단다.
뜨거웠던 12부작의 드라마를 마친 지금, 이주안은 "그냥 행복하다"고 이야기를 이어갔다. "어머니가 너무 좋아하세요. '폭군의 셰프' 공길이를 다들 안다고, 그런 말을 들으니 멀리 있지만 마음이 놓이기도 한다"며 웃음지었다.
"그 모두가 시청자들께서 재밌게 보신 덕이지 않을까요. 정말 많은 분들께, 모든 분들에게 감사한 마음입니다. 앞으로 열심히 할 거니까, 좋은 작품 많이 하면서 인사드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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