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전·SK하닉이 아니었다... 강세장에 고액 자산가가 가장 많이 산 종목은?

국내 증시가 강세장을 보이기 시작한 지난 5월 이후 개인 고액 자산가들이 가장 많이 매수한 종목이 두산에너빌리티로 나타났다. 투자자 전체로 보면 가장 많이 거래된 종목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장주였지만, 고액 자산가들의 선택을 받은 종목은 두산에너빌리티였던 것이다.

일러스트=챗GPT

5일 NH투자증권에서 제공받은 고액 자산가 주식 거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 5월 1일부터 9월 18일까지 거래 상위 5개 종목은 두산에너빌리티와 함께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알테오젠, NAVER(네이버) 순으로 집계됐다. 고액 자산가는 일 평균 잔고 30억원 고객 2670명으로, 대주주 물량으로 추정되는 거래는 제외한 결과다.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 이후 침체했던 국내 증시는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증시 활성화 정책에 힘입어 강세를 보였다. 5월 초 2500대에 머무르던 코스피 지수는 한 달여 만인 6월, 3000대를 돌파했다. 이후에도 꾸준히 오르던 지수는 8월 정부 세제 개편안에 포함된 대주주 기준 강화 논란이 불거지면서 다소 정체됐다가, 9월 15일 대주주 기준을 현행으로 유지한다는 발표 후 사상 첫 3400을 돌파하면서 불기둥을 뿜었다.

코스피 지수가 1000 가까이 오른 약 4개월간 NH투자증권을 이용한 고액 자산가들은 두산에너빌리티를 4530억원 사들이며 매수 금액 기준 1위에 올랐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원전·소형모듈원자로(SMR) 관련주로 주목받으며, 주가 상승률이 100%를 넘었다. 시가총액도 약 18조원에서 40조원으로 늘었으며,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순위도 23위에서 11위로 껑충 뛰었다.

고액 자산가들이 두산에너빌리티에 주목한 것은 대형 우량주로 사업·재무 구조가 탄탄한 동시에 성장성이 높다는 평가가 많기 때문으로 보인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원전 시장 확대와 함께 원전 분야에서의 한미 협력 등 호재와 증시 상승기가 겹치며 주가가 가파르게 올랐다”며 “안정성을 중요시하는 고액 자산가의 투자 특성을 고려했을 때 향후 성장 가능성까지 갖춘 두산에너빌리티에 매수세가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고액 자산가 매수 순위 2위에 오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마찬가지로 이 기간 각각 45%, 98%의 상승률을 보이며 양호한 흐름을 보였다. 반면 알테오젠과 네이버는 각각 39.9%, 18.95% 오르는 데 그치며 지수 상승률 대비 아쉬운 시간을 보냈다.

같은 기간 국내 전체 거래량 기준으로는 이스트아시아홀딩스가 1위를 차지했으며, KBI동양철관 2위, 우리기술 3위, 좋은사람들 5위 등 코스닥 중심의 종목이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 기업은 낮은 가격과 함께 호재로 인해 거래량이 단기간 급증한 것으로 보인다. 이스트아시아홀딩스는 지난 7월 주식 병합으로 연속 상한가와 거래량 순위 1위를 기록했으며, KBI동양철관은 알래스카 LNG 테마주로 묶여 주가가 폭등한 바 있다. 다만 거래량 기준으로도 삼성전자가 4위에 오르며 ‘국민 주식’의 저력을 보여줬다.

거래 금액 기준으로는 삼성전자가 약 105조원으로 1위에 올랐다. 다음으로는 SK하이닉스, 두산에너빌리티, 한화오션, 네이버 등이 차례로 이름을 올렸다. 다만 두산에너빌리티의 거래량은 1위인 삼성전자의 절반에 머무르면서 증시 상승에 따른 수익성은 고액 자산가에 다소 못 미친 것으로 보인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이 기간 주가 상승률을 고려했을 때 두산에너빌리티에 집중 투자한 고액 자산가들의 수익률이 전체 투자자 대비 높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국내 개별 종목 외의 상장지수펀드(ETF), 미국 종목·ETF 매매 패턴에서는 고액 자산가와 전체 투자자들 사이에서 비슷한 경향이 나타났다. 고액 자산가와 전체 투자자가 가장 많이 투자한 ETF는 코스피200 지수를 2배로 추종하는 ‘KODEX 레버리지’로 나타났으며, 미국 개별 종목에서는 테슬라, 미국 ETF에서는 테슬라 주가 변화를 2배로 추종하는 ‘디렉시온 테슬라 2배 ETF(TSLL)’가 공통적으로 1위에 올랐다.

이병철 기자(alwaysam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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