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뉴스
서울
맑음 / -3.9 °
조선일보 언론사 이미지

현직 검사장 “검찰개혁, 판·검사 모아놓고 논의해도 수년 걸려"

조선일보 이민준 기자
원문보기
“개정 작업, 1년 안에 시행까지 가능하느냐” 지적
정부와 여당이 검찰청 폐지를 확정지은 뒤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을 신설하는 검찰개혁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현직 검사장이 “판사와 검사를 비롯한 형사법 전문가들이 수년간 머리를 맞대고 논의를 해도 모자랄 것”이라며 “1년 안에 국회 심의를 거쳐 시행까지 하는 것이 과연 가능하느냐”고 지적했다. 당정은 내년 10월 검찰청을 폐지하겠다고 발표했는데, 이대로라면 일반 서민들이 범죄 피해의 ‘개미지옥’에 빠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박영진(검사장)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은 2일 검찰 내부망에 <개미지옥>이라는 글을 올리고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박 검사장은 “검찰청과 공소청, 중수청 같은 전국 규모의 거대 국가기관을 폐지·신설하는 것이 1년의 유예기간 동안 과연 가능하기나 한 것인지 의문”이라고 했다. 박 검사장은 “당연하게도 우선 공소청법과 중수청법을 제정해야 한다”며 “지금 여당에서 제안한 법률안은 조악하기 그지 없는 수준”이라고 했다. 또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와 중수청 사이의 수사대상 범위 등 관할 문제에 대한 논의조차 없다고도 지적했다.

박 검사장은 형사소송법을 손질하는 과정에서도 전면적인 개정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임의수사와 강제수사의 범위를 어떻게 할 것인지, 재판 단계에서 조서를 비롯한 각종 증거의 증거능력을 어떻게 정할 것인지 등 수백가지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논의 과정에 검사와 판사를 비롯한 형사사법 전문가들이 참여하더라도 수년이 걸린다는 게 박 검사장 얘기다.

특히 박 검사장은 형사소송법이 개정되면, 그에 연동해 형사소송규칙과 재판 관련 법령 및 각종 서식의 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 검사장은 “국무총리실 산하에 설치된 범정부 검찰제도개혁 추진단엔 법원 구성원은 전혀 참여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1년 내 형사소송법 개정도 거의 불가능해보이지만, 대법원이 관장하는 각종 후속법령 개정은 어떻게 할 계획인지 알 수가 없다”고 했다. 또 검사 2100여 명과 검찰수사관 6000여 명의 인사 문제, 공소청과 중수청이 들어설 청사 선정 문제 등 1년 안에 매듭지을 수 없는 문제가 산적해있다고 박 검사장은 지적했다. 박 검사장은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지난 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다 계획이 있다’고 답했다”며 “제 귀에는 아무런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뜻으로 들렸다”고 했다.

박 검사장은 검찰청이 없어진 뒤, 검사의 보완수사권마저 없어진다면 보이스피싱·다단계 사기·유사수신사기·코인사기·주가조작·전세사기 등 일반 서민을 대상으로 하는 각종 범죄에 대한 대응의 공백이 발생할 것이라고 했다. 공직자와 정치인들의 부패범죄에 대한 처벌 공백도 생길 거라고 했다. 박 검사장은 “결국 검찰 해체는 일반서민이 범죄 피해에서 구제받지 못하는 개미지옥으로 빠져들게 할 것”이라고 했다.

박 검사장은 “정치권과 현 정부에서는 1년 내에 최선을 다해 검찰개혁을 마무리할 것이라고 공언한다”며 “후속조치는 난항에 빠지고 피해자들의 원성이 하늘을 찌를 때가 올 것”이라고 했다. 이어 검찰 구성원들에게 “결국 검찰 구성원들이 헌신해 지키고자하는 형사사법체계가 다시 제자리를 회복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올 것이라고 믿는다”고 했다.

[이민준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info icon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AI 이슈 트렌드

실시간
  1. 1나나 살인미수 역고소
    나나 살인미수 역고소
  2. 2이재명 방중
    이재명 방중
  3. 3공천 헌금 의혹
    공천 헌금 의혹
  4. 4이정효 감독 수원
    이정효 감독 수원
  5. 5일산대교 통행료 무료화
    일산대교 통행료 무료화

조선일보 하이라이트

파워링크

광고
링크등록

당신만의 뉴스 Pick

쇼핑 핫아이템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