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세계를 사로잡은 거장, 박찬욱 감독도 스스로 반성하게 만든 이성민이다. '어쩔수가없다'로 다시 한번 명불허전 연기 내공을 입증한 것. 이는 염혜란 역시 마찬가지. 믿고 볼 수밖에 없는 배우들의 꽉 찬 연기력에 벌써 38번 관람한 관객이 GV에 등판하기도. 이에 이성민은 역으로 질문하며 색다른 재미를 안겼다.
1일 오후 서울 영등포CGV에서 진행된 영화 '어쩔수가없다'(감독 박찬욱) 스페셜 GV에는 박찬욱 감독, 배우 이성민, 염혜란이 참석했다.
'어쩔수가없다'는 '다 이루었다'고 느낄 만큼 삶이 만족스러웠던 회사원 '만수'(이병헌)가 덜컥 해고된 후, 아내와 두 자식을 지키기 위해, 어렵게 장만한 집을 지켜내기 위해, 재취업을 향한 자신만의 전쟁을 준비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는다. 이병헌과 손예진, 이성민, 박희순, 염혜란, 차승원 등이 출연했다.
1일 오후 서울 영등포CGV에서 진행된 영화 '어쩔수가없다'(감독 박찬욱) 스페셜 GV에는 박찬욱 감독, 배우 이성민, 염혜란이 참석했다.
박찬욱 감독이 22일 오후 서울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어쩔수가 없다' (감독 박찬욱) 언론시사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정소희 기자] |
'어쩔수가없다'는 '다 이루었다'고 느낄 만큼 삶이 만족스러웠던 회사원 '만수'(이병헌)가 덜컥 해고된 후, 아내와 두 자식을 지키기 위해, 어렵게 장만한 집을 지켜내기 위해, 재취업을 향한 자신만의 전쟁을 준비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는다. 이병헌과 손예진, 이성민, 박희순, 염혜란, 차승원 등이 출연했다.
가족과 집을 지켜내기 위해 재취업 경쟁에 뛰어든 만수와 그를 둘러싼 다채로운 인물들, 다양한 해석을 불러일으키는 밀도 높은 이야기가 관객들의 호평을 얻고 있다.
이날 박찬욱 감독은 "논란도 없고 모두가 좋아하는 영화라고 생각했다. 우리가 만들어놓고 훌륭한 영화라고 생각했다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편하게 볼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했다"라며 "그런데 '헤어질 결심' 보다 더 논란이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많은 리뷰와 댓글을 읽지는 않지만 전해 들은 바로는 '만수 집이 너무 좋다', '부자 같다'라고 하는 분들이 많다. 그거 아니다"라며 "50년도 넘는 집이다. 집값을 안 쳐준다. 0이다. 땅만 가치가 있다. 지방 도시의 땅은 싸다"라고 설명했다.
또 그는 "은행 대출을 잔뜩 받은 것이 드러난다. 체납 경고장을 받는 것을 보면 그런 집이다. 겉보기에 크고 정원이 아름답기는 하지만, 만수가 가꾼 정원이다"라며 "보통 사람과 다른 거리감이 느껴진다는 의견인데 저로서는 이해되지 않는 반응이다"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그는 "가공의 동네 대수동을 설정한 건데 대치동으로 듣는 분들이 많더라. 대치동 전세면 괜찮은 거 아니냐고 하시는데 그것도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배우 염혜란과 이성민이 22일 오후 서울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어쩔수가 없다' (감독 박찬욱) 언론시사회에 참석하고 있다. |
염혜란과 이성민은 '어쩔수가없다'가 박찬욱 감독과의 첫 작업이다. 박찬욱 감독은 염혜란에 대해 "연기가 아니라 시상식에서 상을 받는 모습을 처음 봤다. 디렉터스 컷이었는데, 감독들이 상을 주는 시상식이다. 그해에 '마스크걸'로 여우조연상을 받았다"라고 회상했다.
이어 "감독들끼리 모이면 배우, 스태프들 놓고 '누구는 성질이 더럽다', '누구는 말을 잘 듣는다' 등의 정보 교환을 한다. 염혜란은 정말 연기 잘하고 성격이 좋다는 얘기를 들었다"라며 "'마스크걸'을 그때까지 못 봤다. 상을 받으러 올라와서 섰는데 너무 멋있더라. 옷도 잘 입었고 태도가 당당하다. 당당하면 재수 없을 수도 있는데 유머도 있고 멋졌다"라고 염혜란을 칭찬했다.
또 그는 "아라(염혜란)를 어떤 사람으로 캐스팅하나 고민할 때, 여배우만 보면 '아라로 괜찮나'라고 생각하던 때라 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연기를 보지는 않았는데 하도 좋은 얘기를 들어서 보나 마나라고 생각했다. 잠깐씩 나왔지만, 영화 '달짝지근해'도 재미있었다. 그것도 보시길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이성민에 대해선 '변호인'을 언급했다. 박찬욱 감독은 "결정적으로 좋아했던 건 '변호인'인데 송강호의 친구 역이었다. 송강호에게 옷을 벗어주는 신에서 진짜 연기 같았다. 감정이 절절하게 와닿았다"라며 "80년대 전두환 시절이 생각나서 눈물이 나더라. 이성민 연기를 보면서 많이 울었고 그때부터 팬으로 살아가고 있다"라고 고백했다.
또한 박찬욱 감독은 '어쩔수가없다'의 이병헌, 이성민의 '고추잠자리' 시퀀스를 얘기하던 중 "부끄러운 고백을 하자면 이성민 연기가 제일 좋은 순간이 있는데, "아라가 너에게 그런 말까지 해?"라는 말을 하기 전에 눈물이 그렁그렁, 입이 삐쭉 하는 표정이 너무 좋다"라고 말했다.
배우 이성민이 22일 오후 서울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어쩔수가 없다' (감독 박찬욱) 언론시사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정소희 기자] |
이어 "그걸 찍을 때 미처 그걸 못 봤다. 편집에서 잘려나갔다. 그러다가 편집을 마무리하기 전에 아까운 순간을 내가 버린 것이 아닌가 하는 겁이 났다"라며 "'헤어질 결심' 보다 편집 기간이 절반이었다. 그래서 버린 테이크, 선택한 테이크 중에서도 버린 구간을 하나하나 점검하다가 발견했다"라고 밝혔다.
또 그는 "'내가 미쳤구나, 왜 못 봤나?' 하면서 놀랐다. 실망했다. 스스로 믿을 수가 없었다. 왜 이걸 못 봤는지 반성도 많이 했다"라며 "더 성실하게 일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장면을 찾아냈을 때 너무 기뻤다"라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 장면이 있었기 때문에 만수(이병헌)가 당황해서 '그런 얘기는 하지 말 걸 그랬나. 선을 넘었나?' 후회하는 표정도 찾아냈다"라며 "그걸 연장해서 그 시퀀스의 백미라고 하는 장면을 만들 수 있었다"라고 덧붙였다.
이성민과 염혜란은 박찬욱 감독의 작품이기 때문에 무조건 하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이성민은 "시나리오에 제 역할이 체크가 안 되어있어서 '만수가 난가?' 했다. 그러다 범모가 나와서 이거겠구나 했다"라며 "역할을 보고 선택한 것이 아니라 영광스러울 것 같아서 무조건 하겠다고 했다"라고 말했다.
염혜란은 캐스팅 제안을 받고 무조건 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무섭고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그는 "아라 역이라고 했을 때 굉장히 많은 배우가 떠오른다고 말씀드렸다. 그랬더니 감독님이 "예상되는 배우가 하는 건 재미없을 것 같다"라고 하셨다"라며 "배우로서 한계가 없어야 하는데 저는 뱀 공포가 있다. 그 얘기를 했더니 CG로 할 거라고 하셔서 바로 고민이 해결됐다"라고 회상했다.
이어 "감독님도 '벌레 공포가 있어서 너무 힘들었다. 뭘 그런 걸 걱정하냐'고 하시더라. 저는 정사신이 처음이다. 노출도 너무 걱정이 됐다. 또 하나의 걱정은 이병헌의 마음에 핑크를 던져줘야 하는데 이모처럼 보이면 어쩌냐는 얘기를 했다. 감독님이 "그건 우리 제작진이 해야 되는 일"이라고 하셨다. 이분의 믿음과 자신감이 느껴졌다"라고 덧붙였다.
배우 염혜란이 22일 오후 서울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어쩔수가 없다' (감독 박찬욱) 언론시사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정소희 기자] |
3일간 찍었다는 '고추잠자리' 시퀀스는 현장에서 굉장히 많은 아이디어가 첨가된 장면이다. 염혜란은 "'고추잠자리'를 틀지 않은 상태에서 연기한 건데 이병헌 선배님이 오해를 증폭시켜가는 장면이 재미있었다"라며 "합을 다 맞췄지만 자세도 이상하고 야릇하고, 노출도 있다. 그게 다 나오기 어려운데 이병헌 선배님이 액션을 너무 잘하셨다. 개싸움이 나는 거라 카펫도 배려해서 깔아주셨다. 장롱 밑에 들어간 권총을 잡는 장면도 '한 번 더 들어가면 어떨까', '누가 먼저 잡는 것이 재미있을까', '꺼냈는데 다른 것이면 어떨까' 등 많은 이야기를 했다. 이병헌 선배님은 출입구를 못 찾아서 허둥지둥하면 재미있겠다 싶어서 점프, 슬라이딩을 하기도 하고 여러 아이디어가 나온 장면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성민은 "촬영 때는 왜 이렇게 하는지 이해를 못 했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했다"라며 "제가 영화를 네 번 봤는데 최근에 이해했다. 감독님께 묻지는 않았지만 거울 속 본인을 보면서 하는 얘기일 수도 있겠다 싶더라. 깊숙이 감추고 있던 억울함, 분노를 원 없이 소리로 지르는 장치가 아닌가. 그래서 커다란 음악 소리가 필요했고, 그걸 뛰어넘는 절절한 소리를 내는 의도가 아닌가 생각했다"라고 깨달은 바를 전했다.
이에 박찬욱 감독은 "창조적인 이유는 그거다. 눈물이 그렁그렁해서 그렇게 하면 과장된 것처럼 보여 못 쓰는데 이런 상황에서는 절절한 마음을 얘기하는 기회가 된다"라며 "만수가 "돈을 못 벌면 마트 가서 짐이라도 날라"라고 하는데 자기에게 하는 말이다. 관객은 '너는 왜 안 하는데?'라는 말을 하게 된다. 스스로에게 절규하는 거다"라고 부연했다.
박찬욱 감독은 원작과 달리 죽게 되는 인물을 3명으로 설정한 이유도 밝혔다. 그는 "원작처럼 6명이 되면 관객이 따라올 수 없는 살인마가 된다. 처음엔 4명이었다. 4번째 인물은 기억력이 엄청 좋은 사람이다. 얼떨결에 만수와 대화가 시작되는데 최근 취업에 성공했다. 그럼 죽일 필요가 없다"라며 "만수가 살인하기 싫은 마음과 감동에 펑펑 운다. 정말 축하한다고 한다. 그런데 그 남자가 후진 회사라서 딴 곳으로 갈 생각이라 계속 이력서를 보내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죽이게 되는 건데, 마당에 묻는 시체가 원래는 이 사람이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마지막 단계에서 다시 고민이 시작됐다. 네 명과 세 명은 다르다. 네 명도 많은 것 같아서 뺐다"라며 "취업에 감동하는 장면이 선출(박희순)에게 갔다. 눈물을 흘리면서 안 죽여도 된다고 희망을 품는 순간이 선출 장면에서 나온다"라고 전했다.
(왼쪽부터) 박희순-이병헌-박찬욱 감독-손예진-염혜란-이성민이 22일 오후 서울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어쩔수가 없다' (감독 박찬욱) 언론시사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정소희 기자] |
또 박찬욱 감독은 이를 뽑는 장면을 넣은 것에 대해 "치과 공포는 저도 있다. 상상만 해도, 소리만 들어도 끔찍한 고통이다"라며 "배우를 보고만 있어도 자기 이가 욱신거리는 것 같은 감각적인 자극이 좋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처음엔 미국 영화로 구상을 했다. '오발탄'이라는 걸작에서 레퍼런스를 가져왔다. 마치 임플란트처럼 미국 영화에 한국 영화를 심어놓고 싶었다"라며 "만수의 고집스러운 성격을 표현한 거다. 석 달 안에 취업할 거라고 정해서 치통을 참는 거다. 취업해서 월급 받아 간다는 고집을 보여주려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배우가 훌륭한 연기를 현장에서 했다고 하더라도 그걸 더 향상 시킬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후시 녹음이다. 믹싱할 때 대사의 볼륨을 미세하게 조정하면 표현이 달라진다"라며 "영화는 많은 사람의 도움이 필요하다. 감독 혼자 못하고, 배우 역시 마찬가지다. 촬영은 배우의 도움이 필요하다. 영화를 만드는 과정이 이렇다는 걸 많은 영화인이 더 알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GV 말미 관객에게 질문을 받는 시간, 이성민은 '어쩔수가없다'를 38번 본 남자 관객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는 "이동하면서 배우들과도 형님 얘기를 한다. '승부' 때부터 병헌 배우는 봤다고 하던데, 왜 그러는 건지 궁금하다"라고 말했다.
충청도에 집이 있다는 이 남자 관객은 "'승부' 때는 최다 관객이라 바둑판을 받았다"라며 "'어쩔수가없다'는 웃프고 슬프고 씁쓸하다. 노동자의 아픔을 잘 표현했다. 좋은 작품이라 지인들도 많이 데리고 가서 봤다. 배우들이 좋아서 보는 것도 있고 감독님도 좋아서 많이 본다"라고 대답했다.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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