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8일 중국 동부 장쑤성 난징의 화물 부두에 수출될 차들이 선적을 기다리고 있다. 중국 자동차 시장이 8월에도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며 생산과 판매 모두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고 중국자동차공업협회(CAAM)가 밝혔다.CAAM에 따르면 1월부터 8월까지 자동차 총 판매량은 약 2,113만 대로 전년 동기 대비 12.6% 증가했으며, 판매 증가율은 1~7월 대비 0.6%포인트 가속화됐다./신화 연합뉴스 |
[중국 쓰나미 어떻게 넘을 것인가] [7·끝]
중국은 우리가 하는 거의 모든 산업을 같이 하고 있고, 거의 모든 산업에서 우리를 따라잡고 있다. 인공지능(AI)·전기차·로봇·우주항공 등 미래 산업 대부분은 출발부터 우리를 앞섰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선택은 무엇일까. 누군가는 더 높은 방어벽을 쌓자고 한다. 누구는 중국과 결별하자고 한다. 하지만 높은 벽이나 외면으로 막을 수 있는 쓰나미가 아니다. 쓰나미 위에 올라타 파도를 탈 수 있다. 세계 경제 질서의 근본이 재편되는 상황에서 살아남고 번영하기 위한 어쩌면 유일한 길일지도 모른다.
중국엔 ‘우리가 아는 규칙’이 통하지 않는다. 서구식 자유시장 경제가 ‘민간의 효율성’을 금과옥조처럼 여길 때, 중국은 공산당 국가 권력이 민간과 한 몸처럼 움직이며 가공할 속도와 효율성, 창의성을 만들어냈다. 한 기업이 피땀 흘려 개발한 기술을 공산당이 다른 기업에 나눠 준다. 기업은 그걸 받아들인다. 이것이 성취욕, 창의력을 훼손하지 않고 더 높은 수준으로 유도하고 있다.
한국은 TV의 LCD 시장을 중국의 저가 공세에 내준 뒤 “기술 장벽이 훨씬 높은 OLED는 따라오지 못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세계 최초 상용화, 90%가 넘는 시장 지배력 등 ‘초격차’를 믿었다. 그러나 중국은 천문학적 보조금과 거대 내수 시장을 이용해 LCD 패권에 이어 OLED도 소형 제품부터 시작해 턱밑까지 추격했다. 불과 몇 년 만에 OLED에서도 ‘LCD의 눈물’이 재현될 위기다.
이는 다른 산업에서 반복된 공식이다. 배터리 산업은 에너지 밀도가 높은 NCM 기술 우위를 과대평가해, 저가 기술로 치부하던 중국의 LFP 배터리를 외면했다. 그 결과는 중국에 세계 시장의 주도권을 내준 것이다. 조선업 역시 범용 선박부터 잠식해 들어온 중국에 1위 자리를 내주었다. ‘차이나 쓰나미’ 시대에 중국의 전략과 시장의 본질을 읽지 못한 탓이다. 값비싼 교훈이다.
한 엔지니어는 웬만한 분야에서 세계 10대 대학을 꼽으면 7~8개가 중국에 있다는 현실을 지적하며 “학계는 이미 중국에 따라잡혔다”고 했다. 기업들이 주목하는 전 세계 과학 논문의 절반 이상이 중국에서 쏟아져 나온다. 10년, 20년 뒤는 더할 것이다. 이런 현실을 외면하는 것은 눈을 감고 걷는 것과 같다.
이 쓰나미 위에서 파도를 타는 법은 무엇일까. 미국은 중국을 배제하려고 하지만 미국조차 불가능한 일이다. 특히 우리는 지리적 근접성과 수십 년간 얽힌 경제 역사가 있다. 우리는 방벽을 쌓는 것이 아니라 중국의 심장부로 뛰어들어야 한다. 초기에 중국 시장에 대거 진출했던 우리 기업들은 차츰 밀려나게 되자 상당수가 철수했다. 하지만 일본 기업들은 중국 시장에서 밀리면서도 웬만해선 철수하지 않고 있다. 일본 재계와 중국 재계의 친밀도 역시 우리 이상이다. 이유를 찾고 배워야 한다. 거대 중국 시장은 결코 포기할 수 없다. 다시 중국으로 돌아가야 한다.
‘중국과 함께’ 세계로 나아갈 필요도 있다. LG전자의 최근 행보는 주목할 만하다. LG전자는 중국 가전 업체들과 손잡고 70만~80만원대 저가 냉장고·세탁기를 공동 개발해 유럽 시장에 출시했다. 동남아, 중동, 아프리카 시장에도 진출할 수 있다. 과거처럼 생산만 맡기는 OEM 방식을 넘어, 핵심 기술 바탕의 제품 기획과 품질 관리는 LG가 하고 범용 부품의 설계와 생산은 중국 업체가 하는 합작 개발 생산(JDM) 방식이다. 중국 천하가 된 글로벌 중저가 시장을 뚫기 위해 중국의 압도적인 가성비를 우리 브랜드와 기술력에 접목한 것이다. 중국의 힘을 이용해 세계 시장을 공략하는 ‘쓰나미에 올라타기’다. 경쟁자를 협력자로 바꾼 것이다. 가격 경쟁력이 중요한 시장은 중국과 함께 가고, 시장에서 승리하는 기술(winning tech)은 차별화하는 투 트랙으로 가야 한다.
궁극적으로 중국 쓰나미 앞에 선 우리의 미래는 ‘제조 AI’에 있다. 공정 자동화를 넘어 설계, 개발, 생산, 품질 관리, 공급망 최적화까지 제조 전 과정을 AI가 지휘하는 시스템이다. 중국이 단품 기술은 빠르게 복제할 수 있어도, 수십 년의 경험과 노하우가 녹아든 제조 AI의 복잡한 알고리즘은 단기간에 모방할 수 없다. 우리가 만들어야 할 초격차다.
우리는 미국과 같이 갈 수밖에 없다. 안보는 물론이고 경제에서도 앞으로 상당 기간 세계 최대 시장은 미국이다. 결국 미국과 중국의 패권 다툼 사이에서 지혜롭게 앞길을 열어가는 수밖에 없다. 정치만 정상화돼 국익 문제에선 협력하면 불가능하지 않다. 정부와 기업이 함께 뛰는 중국의 성공 방정식을 우리도 도입해야 한다. 파도의 힘을 이용하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파도가 높을수록 더 멀리 나간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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