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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에서] 카카오톡 개편 참사가 남긴 교훈

조선일보 김강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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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가 카카오톡 '친구' 탭을 인스타그램 처럼 개편(왼쪽)했다가 여론의 역풍을 맞고 다시 기존 '친구 목록'(오른쪽)을 되살리기로 했다. /카카오

카카오가 카카오톡 '친구' 탭을 인스타그램 처럼 개편(왼쪽)했다가 여론의 역풍을 맞고 다시 기존 '친구 목록'(오른쪽)을 되살리기로 했다. /카카오


채팅에서 소셜미디어로 변신을 꿈꾼 카카오톡 개편 작업은 ‘업데이트 참사’로 끝났다.

카카오는 지난달 23일 카톡 첫 번째 탭인 ‘친구’ 탭을 ‘인스타그램’식으로 바꾸는 개편안을 공개했다. 이 자리에서 정신아 최고경영자(CEO)는 “이 정도 규모의 변화는 카카오 역사상 처음”이라며 “카카오의 향후 15년을 준비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회사의 기대와 달리 이용자 반응은 국민적 공분에 가까웠고, 카카오는 카톡 개편 6일 만에 원상 복구를 발표했다. 카카오 15년 역사상 최악의 업데이트 참사였다.

실패의 가장 큰 원인은 수익성을 노리고 채팅과 무관한 서비스를 무리하게 도입했기 때문이다. 카카오는 친구 탭을 인스타그램 식으로 개편하자마자 게시물 사이사이 광고를 넣어 비판을 받았다. IT 업계 관계자는 “개편 전부터 광고를 유치했다는 뜻”이라며 “5000만 이용자가 카톡에서 다른 메신저로 쉽게 이동할 수 없는 상황을 이용해 돈부터 벌려고 한 것”이라고 했다.

수익성을 좇다 보니 이용자에 대한 배려는 미흡했다. 카톡은 공사(公私) 관계가 섞인 연락처를 기반으로 한다. 이용자들이 친구 탭을 전화번호부로 인식하는 이유다. 이 친구 탭을 소셜미디어화 하면서 거센 역풍을 맞았다. 세 번째 탭에도 중독성 강한 숏폼을 기본 적용해 학부모들의 원성을 들었다.

카카오 내부에선 이번 참사 원인을 ‘불통 리더십’에서 찾는다. 지난 2월 합류한 홍민택 최고제품책임자(CPO)는 ‘빅뱅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카톡 개편 작업을 진두지휘했다. CPO 산하 조직에서만 쓰는 별도의 업무 메신저를 도입해 타 조직과의 소통을 차단했다. 카카오 직원은 “원래 카카오에서는 업무 관련 정보에 누구나 접근할 수 있었다”며 “지금은 CPO 조직이 무엇을 하는지 알 방법이 없다”고 했다. 홍 CPO는 29일 사내 게시판에 ‘한 팀이 돼 문제를 풀 수 있도록 도움을 부탁한다’는 글을 올렸지만 직원들 반응은 차갑다.

이용자와 소통도 문제였다. 친구 탭을 인스타그램 식으로 바꾼다는 계획이 본지(8월 20일 자 B1면)에 보도되면서 악화된 여론을 접했지만 카카오는 아랑곳하지 않고 개편을 강행했다. 오히려 카톡 개편 관련 내용이 잇따라 보도되자 전 직원을 상대로 휴대폰 포렌식 서약서에 강제 동의하게 만들어 물의를 빚었다.


카카오의 잘못된 판단으로 전 국민이 지난 일주일 동안 극심한 혼란을 겪었다. 친구 탭이 재정비될 때까지 좀 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사기업인 카카오도 돈을 벌어야 하고 수익성을 추구해야 한다는 걸 누구나 안다. 그래서 카카오가 약속을 깨고 2019년 광고를 넣었을 때도 이용자들은 떠나지 않았다. 번 돈으로 더 편리하게 카톡 서비스를 개선하리라 믿었기 때문이다. 카카오가 국민 메신저로서 위상을 지키고 싶다면 이 소중한 믿음을 저버리는 일을 더는 반복하지 않기 바란다.

[김강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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