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드 모네 '수련이 있는 연못' |
(과천=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클로드 모네,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 마르셀 뒤샹, 앤디 워홀 등 이름만 들어도 그 가치를 알 수 있는 거장들의 작품을 한 번에 볼 수 있는 전시가 열린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 다음 달 2일부터 시작하는 해외 명작전 '수련과 샹들리에'는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한 국제 미술 소장품 1천45점 중 한 점에 수십억 원 하는 A급 작품 44점을 엄선한 전시다.
이 중 16점은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 회장 유족이 기증한 '이건희 컬렉션'이며, 4점은 상속세를 미술품 등으로 납부하는 '미술품 물납제'를 통해 수집됐다.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작품 한 점 한 점마다 관람객이 오래 머물며 작품을 관람할 수 있도록 휴식과 명상의 경험을 만끽할 수 있게 전시 환경을 조성했다"며 "추석 선물과 같은 전시로 이번 연휴에 많은 분이 관람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이 웨이웨이의 '검은 샹들리에' |
전시의 대표작은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모네의 대표작 '수련이 있는 연못'과 중국 출신 현대미술가 아이 웨이웨이의 '검은 샹들리에'다.
19세기 프랑스 인상주의를 대표하는 모네의 수련 그림은 화가의 대표 연작이다. 모네는 1883∼1926년 파리 근교 작은 마을인 지베르니 자택에서 연못에 핀 수련을 주제로 250여 점의 작품을 그렸다.
이번에 공개된 작품은 모네가 백내장을 앓던 말년에 그린 그림이다. 모네는 백내장으로 시야가 뿌옇게 보이면서 밝은 곳에서는 색 구별이 어려웠다. 작품에는 그런 눈으로 포착한 자연의 빛이 신비롭게 펼쳐진다. 연못 위에 떠 있는 수련과 표면에 비친 하늘, 구름을 자유롭고 감각적인 붓 터치로 표현했다. 이건희 컬렉션 중 하나다.
'검은 샹들리에'는 제목처럼 검은색의 샹들리에 설치 작품이다. 샹들리에는 빛을 밝히는 기능이 있지만, 검은색은 오히려 빛을 흡수하는 반대되는 성질이 있다.
또 샹들리에를 자세히 보면 척추와 장기, 해골 등 죽음을 상징하는 것들로 구성돼 있으며 웨이웨이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민물 게도 보인다. 중국 정부는 사회 안정과 통제를 정당화할 때 '조화로운 사회 건설'이란 구호를 내건다. 이때 조화를 중국어로 허시에(和諧·hexie)라고 발음하는데 웨이웨이는 이와 발음이 같은 민물 게(河蟹·hexie)를 검열의 상징으로 사용한다.
전시를 기획한 김유진 학예연구사는 "두 작품 사이에는 100년의 차이가 있다"며 "이 기간 미술사에서 다양한 장면을 만들어 낸 거장들의 작품 속에서 시대와 경계를 넘어선 새로운 이야기들을 만나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르셀 뒤샹의 작품 |
개념미술의 선구자 마르셀 뒤샹의 설치작품 '마르셀 뒤샹으로부터 혹은 마르셀 뒤샹에 의한, 또는 에로즈 셀라비로부터 혹은 에로즈 셀라비에 의한(여행가방 속 상자)'도 감상할 수 있다.
휴대용 미술관이란 별명이 붙은 이 작품은 뒤샹의 대표 작품 중 하나다. 자기 대표작들을 미니어처로 제작해 상자 안에 총망라했다. 작품의 원본과 복제, 예술의 이동성에 대한 개념을 담은 작품이다.
중국 작가 쩡판즈의 초상 작품 두 점은 국내에서 처음 공개되는 작품이다. 작가는 이른바 '중국 현대미술 4대 천왕' 중 한 명으로, 중국 사회 혼란상을 가면을 쓴 모습으로 표현한 '가면' 시리즈로 유명하다.
공개된 작품은 '가면' 이후의 연작으로 가면을 벗은 크고 공허한 눈으로 소외된 인간의 불안한 내면을 표현했다. 국내 물납제 도입 후 처음 납부된 작품들이다.
쩡판즈의 초상 연작 |
전시는 미국의 대표 개념미술 작가 바버라 크루거의 사진 작품 '모욕하라, 비난하라'로 시작해 이탈리아 출신 현대미술가 미켈란젤로 피스톨레토의 조각 작품 '에트루리아인'으로 끝난다.
크루거의 작품은 날카로운 바늘이 눈을 찌르려는 순간을 담은 이미지 위에 '모욕하라 비난하라'는 문장을 배치했다. 미디어와 시각적 이미지가 개인에게 가하는 위협과 폭력을 표현했다.
'에트루리아인'은 고대 복장을 한 에트루리아인의 청동 전신 조각상을 거울 앞에 배치한 작품이다. 조각상을 거울 바로 앞에 배치해 조각상의 정면을 보려면 거울에 반사된 모습을 봐야 하는데 이때 관람객은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도 보게 된다. 이를 통해 관람객 역시 작품의 일부가 된다.
김 학예연구사는 "우리가 눈으로 보는 것을 전복시켜보자는 의미에서 전시의 시작에 배치한 작품"이라며 "마지막은 작품과 관람객이 하나가 되며 관람을 마칠 수 있게 했다"고 설명했다.
미켈란젤로 피스톨레토 '에트루리아인' |
전시는 내년 1월 3일까지이며 추석 연휴에도 휴장 없이 매일 열린다.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 작 '노란 모자에 빨간 치마를 입은 앙드레' |
laecor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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