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봉산문화회관 1전시실에 지난 24일 윤석열 정부의 의료대란을 비판한 것으로 추정되는 ‘동학의국’이 내결려 있다. 대경미술연구원 제공 |
최근 대구 기초단체가 관리 중인 전시관에 윤석열 전 대통령 등을 풍자하는 내용의 미술 작품을 전시했다가 폐쇄(경향신문 9월26일자 11면 보도)된 것과 관련, 결국 해당 작품들이 모두 철거됐다.
30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대구 중구 봉산문화회관에서 지난 24일부터 진행 중인 ‘내일을 여는 미술, 대구 미술, 시대정신에 대답하라’ 특별기획전시장 1전시실에 걸렸던 작가 A씨(69)의 작품 3점이 지난 27일 모두 내려졌다. 당초 A씨 등 작가 19명이 다음 달 2일까지 3개 전시실에서 총 50여 점을 선보일 예정이었다.
중구 산하기관인 봉산문화회관은 전시 첫 날부터 A씨의 작품들을 ‘정치적’이라며 문제 삼았다. 류규하 중구청장의 지시로 1전시실 자체가 폐쇄됐다. 이에 전시를 주최한 대경미술연구원은 회관측의 결정에 반발하며 작품 철거를 거부했다.
이후 대경미술연구원은 주말 사이 회의를 열어 논란거리로 지목된 작품들을 내리기로 정했다. 1전시실에 내걸린 다른 작가들의 작품을 대중이 감상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해당 전시실은 A작가의 작품 3점이 걸렸던 자리를 비워둔 채 지난 29일부터 개방됐다.
다만 이번 전시에 참여한 일부 예술가들은 “예술의 자율성이 심각하게 훼손됐다”, “예술 탄압”이라면서 자신의 작품을 자진 철거하는 등 연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3전시실에 작품을 내건 작가 6명(공동작품 제외)은 자체 논의를 통해 이번 전시에서 빠지겠다는 의사를 표했다.
대구 중구 봉산문화회관에서 진행 중인 ‘내일을 여는 미술, 대구 미술, 시대정신에 대답하라’ 특별기획전시장 1전시실의 한쪽 벽면이 30일 텅 비어 있다. 이 공간은 A작가의 작품 3점이 걸렸던 곳으로, 현재는 작가 설명만 짤막하게 붙어 있다. 백경열 기자 |
이날 오후 봉산문화회관에서는 참여 작가들이 관람객들에게 전시실 폐쇄에 따른 내용을 직접 설명하며 양해를 구하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현재 이 기획전은 A작가 작품이 철거된 1전시실, 그리고 2전시실만 개방돼 ‘반쪽’난 상태다. 2전시실 참여 작가들도 전시실 폐쇄를 논의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참여 작가들은 “헌법이 보장하는 예술 창작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정적 폭력을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 A작가의 작품 검열에 반대하며 전시 보이콧을 실천하려 한다”면서 “앞으로 이러한 사태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지자체를 넘어 중앙정부 차원에서의 대책 논의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작가 A씨 작품에 따른 논란으로 1전시실이 닫혔던 닷새간 다른 작품들이 공개되지 못한 것과 관련, 전시 주최측과 A작가 간의 감정의 골이 깊어진 것으로도 파악됐다.
A작가는 “구청이 내 작품의 전시를 문제 삼은 지난 24일부터 연구원측에 철거를 계속 요구했다. 여러 번 비슷한 일을 겪다 보니 지자체 등의 탄압에 크게 상처를 입지도 않는 만큼, 오히려 논란을 키우고 싶지 않아 그랬던 것”이라면서 “하지만 연구원은 끝까지 내 작품들을 내리지 않으며 버티다가 철거 후에는 나의 잘못인 것마냥 뒤집어 씌우고 있어 처참함을 느낀다”고 주장했다.
대구 중구 봉산문화회관에서 진행 중인 ‘내일을 여는 미술, 대구 미술, 시대정신에 대답하라’ 특별기획전시장 1전시실의 한쪽 벽면이 30일 텅 비어 있다. 이 공간은 A작가의 작품 3점이 걸렸던 곳으로, 현재는 작가 설명만 짤막하게 붙어 있다. 백경열 기자 |
30일 오후 대구 중구 봉산문화회관에서 진행 중인 ‘내일을 여는 미술, 대구 미술, 시대정신에 대답하라’ 특별기획전시장 1전시실의 모습. 백경열 기자 |
A작가는 작품 철거 결정 후 대경미술연구원이 발표한 ‘선언문’의 내용을 문제삼았다. 해당 글에서 연구원측은 “시대정신에 답하라는 전시의 본래 취지에 맞게 되돌린다는 의미”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폐쇄된 1전시실에 전시된 많은 미술인의 작품이 A작가의 작품 철거를 위한 볼모로 잡혀 관람객과 만나지 못하게 되었다”며 “일부 작가의 경우 연구원의 요청으로 그림을 출품했지만 관람의 기회가 박탈돼 죄송할 따름”이라고 밝혔다.
이에대해 A작가 역시 지난 7월쯤 연구원측의 부탁으로 전시에 참여하게 된 ‘초대작가’ 입장이라고 밝혔다. 그는 “탄압의 주체인 중구에 저항하는 내용과 작품을 지켜주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함 등이 빠진 선언문에 실망했다”고 말했다.
대경미술연구원 관계자는 “이번 사태의 본질은 예술 작품에 대한 지자체의 사전 검열과 탄압”이라면서 “그간 A작가의 작품을 공개할 수 있도록, 상황을 바꿀 수 있게 노력해 왔다. A작가와의 갈등 구도로 사안을 보는 건 맞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앞서 대구 수성구 범어지하도상가에 위치한 ‘대구아트웨이(DAEGU Artway)’에서도 지난 26일 관리기관인 대구문화예술진흥원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얼굴이나 어록이 담긴 작품들을 문제 삼으며 철거를 요구하자 작가들이 스스로 작품을 내렸다.
☞ [단독]‘윤석열 비판’ 작품 걸었다고···미술관 전시실 폐쇄한 대구 중구
https://www.khan.co.kr/article/202509251104001
☞ 윤석열 풍자했다고, 노무현 전 대통령 그렸다고···대구서 전시실 폐쇄·작품 철거 잇따라 ‘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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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물은 바다를 포기하지 않는다” 노무현 명언이라고 철거···“박정희 동상은 정치적 아닌가”
https://www.khan.co.kr/article/202509261733001
백경열 기자 merc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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