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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청 폐지’에 현직 검사장 “검찰 지휘부가 책임 져라”… 검사 사의 표명도 이어져

조선일보 이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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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장 대행 “검찰청 폐지, 참담한 심정” 서신 보내
검찰청을 폐지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지난 2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뒤, 대전지검 서산지청 차호동 부장검사가 사의를 표명하자 현직 검사장이 “죄 없는 차호동 대신 검찰 지휘부가 책임을 지라”고 성토한 것으로 파악됐다.

29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정유미(사법연수원 30기)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검사장)은 지난 28일 오후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이 같은 글을 올렸다. “검찰이 없어진다”며 운을 뗀 정 검사장은 “2000명이 넘는 검사들과 1만명이 훌쩍 넘는 수사관, 실무관, 행정관 등이 향후에 펼쳐질 운명을 알 수 없어 불안에 떨고 있다”며 “그 와중에도 일선 검사들은 미어터지는 캐비닛 속 사건들을 하나라도 더 처리하는 데 여념이 없다”고 했다.

정 검사장은 “사정이 이러한데 검찰의 방향키를 쥐고 있는 대검에서는 그저 조용하다”며 “뭘 어떻게 대비하고 있으니, 누구와 어떻게 협의하고 있으니 좀만 기다려 달라는 말도 없다. 결과적으로 구성원에게 송구하다는 등의 입장 표명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선의 의견을 수렴하고 소통하고자 하는 노력도 없다”며 “(노만석) 대검 차장님께서는 검찰의 장의사를 자처하는 사람에게 검찰개혁의 고견을 물으셨다 들었는데, 그 장의사님이 외부 행사 때문에 바쁘셔서 답을 안 줘 아무런 메시지를 못 내시는 것인지 궁금하다”고 했다.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을 가리킨 것이다.

정 검사장은 “일선을 떠난 마당에 미안하지만, 일선 검사장님들도 지나치게 조용하다”며 “구성원들의 불만을 알고 계신다면, 청별로 구성원 입장을 수렴해 대검에 전달하려는 시도라도 해야 하지 않느냐”고 했다. 전국 검사장 회의라도 열어 방안을 논의하는 ‘모습’이라도 보여줘야 한다는게 정 검사장 얘기다.

그러면서 정 검사장은 “모두가 엎드려 시일야방성대곡을 읊어야 하는 이 시점에, 작은 지청의 부장(차호동) 혼자만 외로운 결단을 했다”고 지적했다. 정 검사장은 “차 부장은 평범한 검사 다섯 이상의 몫을 해내는 인재 중의 인재”라며, 검찰과 공직, 나라의 미래를 위해 지켜야 할 인재라고 했다. 정 검사장은 “책임을 져야 하는 자리에 있는 현재 수뇌부가 책임을 지는 것이 맞다”며 “차 부장의 사의를 철회시켜달라”고 했다.

정 검사장 외에도 검찰청 폐지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데 대한 검사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강백신(34기) 대구고검 검사도 29일 자정쯤 글을 올려 “2025년 9월 26일은 검찰청 폐지가 아닌 헌법 폐지의 날”이라고 비판했다. 강 검사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대해 “해당 법률은 ‘검찰총장’ ‘검사’라는 헌법에 명시적으로 규정돼 있는 단어의 문언적 의미에 반하고, 대통령의 ‘검찰총장’에 대한 임명권을 박탈하는 입법”이라고 지적했다. 위헌적 입법이 명백하다는 얘기다.


검찰총장 직무를 대행하는 노만석 대검 차장은 이날 오전 검사들에게 메일을 보내 “검찰이 충분한 논의나 대비 없이 폐지되는 현실에 매우 참담하고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는 뜻을 밝혔다.

이런 가운데 검사들의 사의 표명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26일 사의를 표명한 차 부장검사에 이어 최인상(32기) 서울북부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 부장검사도 이날 사의를 표했다. 최 부장검사는 “2003년 검사로 임관된 이후 검사의 직분을 천직으로 여기면서 형사부와 공판부에서 기록과 씨름하며 지낸 지난 23년이, 한순간에 저물어야 하는 야만의 시대로 평가되고, 이에 환호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저는 더 이상 검사의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지난 금요일 사직원을 제출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수사와 기소의 분리가 현행 형사소송법 체계에 부합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국민들을 범죄로부터 보호하는 역할도 제대로 수행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형식적인 수사와 기소의 분리에 분명하게 반대한다”고 했다. 또 “지난 23년간 정적을 제거하거나 사익을 추구하기 위해 없는 증거를 만들거나 있는 증거를 없애진 않았다. 적어도 검찰이 가지고 있다는 무소불위의 권력은 제 방에는 없었던 듯하다”고도 했다.

1년의 유예기간 안에 제대로 된 후속조치가 마련될 것인지에 대한 회의감도 있다고 최 부장검사는 밝혔다. 최 부장검사는 “솔직히 앞으로 1년 동안 제대로 된 후속조치를 마련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부족한 저로서는 과분한 검사로서의 직분을 내려놓고 국민의 한 사람으로 돌아가 검찰개혁이 어떻게 마무리되는지를 잘 지켜보겠다”라고 했다.

[이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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