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동안 소셜미디어를 지배했던 '클린 걸(clean girl)' 트렌드가 흔들리고 있다. 도전장을 던진 건 피곤한 모습을 강조한 '타이어드 걸(tired girl)'이다.
타이어드 걸 검색 결과/사진=인스타그램 |
클린걸은 정돈되고 건강한 아름다움을 강조한다. 매끄러운 피부와 자연스러운 '완벽함'을 지향한다. 타이어드 걸은 반대다. 아이라인은 번졌고 다크서클은 붉게 내려왔다. 입술은 생기와 거리가 멀다. 밤을 샌 듯 지쳐보이지만 그게 바로 포인트다.
소셜미디어엔 지쳐보이는 메이크업을 안내하는 튜토리얼(지침)이 잇따른다. 전체적인 모습은 어수선하고 반항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CNN은 이 트렌드의 대표 인물로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시리즈 '웬즈데이'의 웬즈데이 애덤스를 꼽았다. 팀 버튼이 연출한 이 시리즈에서 웬즈데이 역할을 맡은 제나 오르테가는 번진 눈매를 연출하며 음울하고 피곤한 매력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가수 빌리 아일리시 역시 오랫동안 다크서클, 번진 아이라인, 있는 그대로의 잡티를 트레이드 마크로 내세운 인물이다.
웬즈데이에서 오르테가의 스타일링을 담당한 너바나 잘랄반드는 "그가 머리나 화장에 몇 시간을 할애하는 인물이 아니란 걸 보여주는 게 의도였다"며 "그에겐 더 중요한 일들이 많다"고 말했다. 외모에 대한 무심함은 전통적인 미의 기준과 반대를 보여주면서 여성다움에 대한 기존 관념을 뒤집는다.
빌리 아이리시/사진=인스타그램 |
피곤함은 건강이 좋지 않거나 나이가 들거나 매력이 떨어진단 부정적 인식과 연결되는 게 사실이다. 전문가들은 타이어드 걸 트렌드를 완벽함에 대한 저항으로 풀이한다. 지난 수년 동안 모델 벨라 하디드나 헤일리 비버 등이 선도한 클린 걸 트렌드는 건강한 음식을 먹고, 운동을 하고, 주변을 정돈하고, 잡티 없이 매끈하고 생기있는 모습을 유지하는 모습을 통해 흐트러짐 없는 완벽함을 주입해왔다. 그러나 타이어드 걸은 그 반대를 찬양함으로써 우리가 애써 감추려 했던 자연스러운 결점과 불완전함을 인정하도록 권한다.
문화 연구자인 앤지 멜츠너는 뉴스위크를 통해 "젊은 세대는 소셜미디어 문화에서 지배적인, 지나치게 다듬어진 완벽함이란 압박에서 피로감을 느낀다"면서 "이제 그들은 남의 시선이나 평가에 구애받지 않고 마음껏 즐기고 자유로워지는 쾌락과 해방감을 갈망한다"고 분석했다. 글래스매거진의 뷰티 디렉터이자 메이크업 아티스트인 킴 브라운은 "이건 원래 나의 모습을 인정하고 축하하는 것"이라며 "타이어드 걸엔 개성과 강렬함이 있다. 강인하고 쿨하다"고 평가했다.
클린 걸 검색 결과/사진=인스타그램 |
타이어드 걸은 빈틈이 많고 정돈되지 않은 '메시 걸(messy girl)' 트렌드와도 연결된다. 디지털 매거진 트렌즈오브더타임스의 알렉산 애쉬크래프트는 "메시 걸은 단순한 틱톡 유행이 아니라 사고방식의 변화이자 문화적 리셋"이라면서 "클린 걸이 세련되고 유행을 따르며 사진 속 완벽함을 추구한다면 메시 걸은 흐트러져 있고, 디지털 세상에서 벗어나 있으며, 남의 시선에 신경 쓰지 않는다. 메시 걸은 알고리즘에 구애받지 않고 트렌드를 따르지 않으며, '좋아요'를 받기 위해 옷을 사지 않는다"고 말했다.
잘랄반드 역시 "타이어드 걸은 단순히 메이크업의 문제가 아니"라며 "더 넓은 문화의 일부"라고 봤다. 그는 "요즘엔 소셜미디어에 사진을 올리는 방식조차 바뀌었다. 잘 다듬은 사진 한 장을 올리기보단 뭉텅이로 올리거나 일부러 흐릿하게 찍어 올리는 식"이라면서 "우리는 지나치게 다듬어진 완벽주의에 지쳤다. 완벽함을 지나치게 추구하다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 셈"이라고 덧붙였다.
윤세미 기자 spring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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