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소 2014년 작 '허' |
(대구=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실험미술의 거장으로 꼽히는 원로작가 이강소(82)의 회고전 '곡수지유: 실험은 계속된다'가 대구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그는 여든이 넘은 원로지만 왕성하게 활동하는 '현역' 작가 중 한 명이다. 지난해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대규모 개인전을 열었고, 지난 12일부터는 프랑스 파리 타데우스 로팍 파리 지점에서 개인전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회고전 제목인 곡수지유는 흐르는 물 위에 술잔을 띄우고, 잔이 지나기 전에 시를 짓던 동양의 풍류에서 나온 말이다. 물 위에 술잔이 끊임없이 흐르듯 작가의 실험 정신도 계속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번 회고전은 작가의 최근 연작에서 시작해 1970년대 실험미술의 역사와 회화, 조각 작업 등 130여점을 통해 작가의 예술 세계를 쫓아간다.
이강소 작 '바람이 분다' |
2022년 시작한 회화 연작 '바람이 분다'는 기존의 무채색 회화에서 벗어나 화려한 색채를 선보인다. '청명' 연작에 화려한 색을 더한 듯, 화면 위를 빠른 붓질로 굵게 가르며 오리와 배 모양 등 작가 특유의 상징들이 등장한다.
작가의 대표작인 '닭 퍼포먼스'도 재현했다.
1975년 제9회 파리 비엔날레에 참여한 작가는 당시 전시장 중앙에 모이통을 놓고 닭을 긴 줄로 묶었다. 모이통 주변에는 석고 가루를 뿌렸다. 이를 통해 3일간 닭이 돌아다닌 흔적이 남도록 했고, 이를 작품으로 선언했다. 이 작업은 당시 큰 화제가 되면서 프랑스 국영 TV에도 소개됐다.
이강소 '닭 퍼포먼스' |
'페인팅 78-1'은 투명한 유리에 겹겹이 붓질을 더하는 과정을 기록한 영상 작품이다. 1977년 대구에서 낡은 캠코더로 만든 약 30분 길이의 이 작업은 회화를 '완성된 결과'가 아닌 '그려지는 과정'으로 바라보게 한다.
전시장 한편에는 대표 회화 연작 '허'(虛)와 조각 작품만을 모아 전시했다.
'허'는 흰 캔버스에 힘 있는 획과 오리 기호만 배치해, 여백 속 긴장감을 드러낸다. 제목이 없는 조각 작품은 벽돌 모양으로 주무른 흙을 아무렇게나 던져 쌓은 모양이다.
작가의 작품 외에도 '신체제', 한국아방가르드협회(AG), '에꼴드서울', 대구현대미술제 등 작가가 참여하고 주도했던 여러 미술 운동이나 행사 등에서 작가의 활동이 담긴 기록 자료들도 볼 수 있다.
이강소 작 '허'와 조각작품 '무제' |
전시를 다 보고 나오면 1973년 서울 명동화랑에서 열렸던 작가의 첫 개인전 '소멸'을 재현한 공간이 펼쳐진다. 당시 작가는 전시장에 그림을 거는 대신 실제 선술집에서 가져온 낡은 탁자와 의자를 가져다 놓고 관람객들에게 막걸리를 팔았다.
미술관은 로비에 관람객들이 자유롭게 앉아서 쉴 수 있는 탁자와 의자를 놓았고, '낙지볶음, 조개탕, 돼지갈비' 등 메뉴를 적어 놓은 입간판을 세웠다.
전시를 기획한 이정민 학예연구사는 "이강소의 예술은 반세기 동안 이어진 실험과 확장의 여정"이라며 "이번 전시는 그 궤적 속에서 탄생한 작품 세계를 폭넓게 선보이고 대작들이 지닌 깊이와 울림을 체감할 수 있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전시는 내년 2월 22일까지.
전시전경 |
laecor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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